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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내게 유전자가위는 경이롭고도 두려운 미래”

등록 2018-08-27 09:58수정 2018-08-28 18:50

[인터뷰]크리스퍼 개발 주역’ 다우드나 교수

“인류에 도움 주는 기술발전 기대
과학과 사회 열린 대화 소통 중요”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제공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제공
생물학과 의학의 풍경을 바꿔놓고 미래 유전자 치료술로도 주목받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개발 주역인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교수(사진)는 인류가 이 기술의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마주하는 데에는 과학과 사회의 열린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책 <크리스퍼가 온다>의 한국어판을 펴낸 프시케의숲 출판사의 도움을 받아 최근 전자우편으로 그를 인터뷰했다.

- 유전자 편집, 또는 유전자가위(‘크리스퍼/카스9’)는 여전히 낯섭니다. 이 기술의 개발자로서 쉽게 풀어 설명해주신다면?

“모든 생명은 디엔에이(DNA) 코드라는 사용설명서에 따라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때때로 이 코드 문자는 변경되고, 그래서 질병이 생기곤 합니다. 크리스퍼는 유전 암호의 문자를 되돌릴 수 있는 도구입니다. 그러기 위해 카스9(Cas9)이라는 단백질을 써서 유전자의 특정 디엔에이 조각을 찾아가 자릅니다. 카스9에는 일종의 작은 지피에스(GPS)가 들어 있는데, 그건 사실 특정 유전자 염기서열과 일치하는 아르엔에이(RNA)이지요. 그 지피에스 덕분에 카스9 단백질은 바꾸려는 특정 유전자에 결합할 수 있습니다. 일단 카스9이 디엔에이의 정확한 지점에 결합하면 분자 가위처럼 작동해 디엔에이를 절단합니다. 절단이 이뤄지면 이제 그 유전자 코드 영역에서 특정 문자를 제거하거나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퍼의 뛰어난 특징 중 하나는 카스9 단백질을 새로운 유전자 주소로 안내할 새로운 아르엔에이 분자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원하는 거의 모든 유전자를 바꾸는 데에 카스9을 프로그래밍해서 쓸 수 있습니다.”

- 책에서 “자신의 유전적 미래를 통제할 힘은 경이로운 동시에 두렵기도 하다”라고 했습니다.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처음 느낀 순간은 어떠했나요?

“카스9이 표적이 되는 디엔에이를 자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날 저녁 시간에 경이로움을 처음 느꼈지요. 그때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이 발견에 담긴 엄청난 가능성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처음 두려움을 느낀 것은 어떤 꿈을 꾸었을 때인데, 이 기술이 어떻게 잘못 쓰일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때 느낌은 매우 혼란스러운 것이었습니다.”

- 유전자가위는 최종 기술이 아니라 발전 중입니다. 최근엔 유전자가위 분자가 사람 몸에 면역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었고 이런저런 문제를 극복하려는 연구들도 계속됩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어떻게 바뀌어갈까요?

“우리 몸이 유전자 편집 치료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게 아직 많습니다. 우리 면역체계가 크리스퍼 단백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연구들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유전자 편집이 임상시험에 더 가까이 갈수록 이런 연구결과를 더 많이 보게 될 겁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넘어서는 다른 기술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가 크리스퍼 단백질의 놀라운 디자인과 기능을 예측할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다음 세대 유전자 편집 분자의 모습을 지금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 최근 성차별과 성희롱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과학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시다시피 여성 연구원이 겪는 문제도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과학계가 최고 수준에서 그 역량을 다하려면 여성과 남성이 직절한 균형을 이루는 그런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불행히도 여성들은 종종 장벽과 괴롭힘에 직면합니다. 여성인 과학자로서 나는 여성 동료들의 작업을 지원하고 강조하는 일에 일부러 나섭니다. 또한 나는 우리 모두에게 좋은 모범이 되는, 남성이건 여성이건 그런 과학자와 지도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 많은 사람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특허 분쟁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특허 분쟁은 현재 어떤 상황인지요?

“모든 특허 분쟁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 법률팀이 처리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로서 저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미국내 분쟁은 특허분쟁조정위원회에서 현재 심사 중이며 중국 지적재산권국, 유럽 특허청, 영국 지적재산권국에서는 모두 우리에게 유리한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 유전자가위 기술은 인류의 삶과 미래에 크나큰 영향을 끼칠 듯합니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리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유전자가위 기술은 인류에 도움 주는 방향으로 사용돼야 합니다. 여기에는 예컨대 유전질환을 치료하고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품을 만드는 응용 분야들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관심사 중 하나는 표적이탈 효과와 같은 인체 안전성 문제입니다. 안전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리라고 보시는지요?

“표적이탈 효과와 같은 안전성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카스9 단백질을 변형해 설계하거나, 미생물 연구를 통해 새롭고 유용한 카스 단백질을 찾아내거나, 디엔에이 한 가닥만을 자르는 카스 단백질을 사용하는 방식과 같이 이 문제를 해결할 몇 가지 연구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나는 과학자들이 궁극적으로 좋은 선택지들 중에서 구체적 상황에 맞는 해법을 선택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 안전성 외에 윤리 문제가 있습니다. 안전성 문제가 점차 해결되더라도 윤리적 문제는 남을 수 있습니다. 열린 대화를 강조해오셨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윤리 문제가 풀리리라고 낙관하시는지요?

“대부분의 윤리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이 문제도 진행형의 대화가 될 겁니다. 과학자, 환자, 소비자, 비즈니스 지도자, 정치인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 간에 포괄적이고 공개적인 대화를 조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올바르게 적용된 크리스퍼 응용 결과를 통해 사람들이 사실과 혜택을 본다면 훨씬 큰 낙관과 흥분으로 이 기술을 바라보게 되리라고 낙관합니다.”

- 유럽에서 “책임 있는 유전자 편집 연구와 혁신 협회(http://ARRIGE.org)”라는 국제기구가 출범했습니다. 또 <네이처>에 “국제적 대화”를 위한 기구의 창설을 제안하는 글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나는 과학적 합의를 도출하고 유전자 편집의 세계적인 이해와 수용, 그리고 윤리 적용을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환영합니다.”

- 유전자 편집 연구와 관련한 토론에 시민사회도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연구 자유에 대한 침해를 반대합니다.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까요?

“크리스퍼 기술이 인류에 끼칠 커다란 잠재적 충격은 우리 사회가 기술의 방향과 응용에 관해 어떻게 토론하고 결정하느냐에 따라 부분적으로 제한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일반 대중을 비롯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참여를 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교수님은 자연의 비밀을 밝히는 과학자이며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발언해온 과학자입니다. 당신에게 ‘좋은 과학자’란 어떤 것입니까?

“좋은 과학자는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가이드라인과 자기 작업의 의미에 유의하면서 기초적인 연구를 추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서 동료와 대중을 교육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연구결과와 관점을 투명하게 소통합니다.”

- 유전자가위를 개발해 유전공학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평을 받습니다. 뛰어난 성과의 비결은?

“우리는 기초적인 연구, 열린 소통, 생산적 협력, 서로 배우려는 의지를 통해 크리스퍼 단백질의 작동 메커니즘을 밝힐 수 있는 그런 유능한 팀을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 많은 젊은 연구자에게 도움이나 격려의 말씀을 전해주신다면.

“당신의 호기심을 따라가라! 흥미진진한 기회를 발견하면 그것을 추구하세요. 어디로 인도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나는 하와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래 기초적인 과학에 관심을 기울였는데, 그 덕분에 흥미로운 이런 발견의 여정에도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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