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과학

한국산 ‘입는 로봇’ 걷기 단추 눌렀더니…

등록 2016-08-22 11:09수정 2016-08-22 15:11

[미래] 커버스토리
‘입는 로봇’ 어디까지 왔나
권오성 기자의 웨어러블 로봇 체험기
웨어러블 로봇 에이치 멕스(H-MEX)를 입고 걸어가는 권오성 기자.  현대차그룹 제공
웨어러블 로봇 에이치 멕스(H-MEX)를 입고 걸어가는 권오성 기자. 현대차그룹 제공

technology―로보캅과 아이언맨의 기원은 120년 전 니콜라스 얀의 아이디어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인적인 로봇의 꿈이 거듭된 실패 속에 허물어지자, 이제 우리는 인간과 기계의 효율적인 결합을 어떻게 이뤄낼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단 하나. 처음부터 고급 세단 같은 로봇 만들 생각 하지 마라! 좋은 타이어부터 만들어라!

로보캅은 원래 뱀처럼 상대를 요리조리 피하며 유려하게 움직인다는 설정이었다. 뻣뻣하게 걸으면서 둔중하게 악당들을 처단하는 이미지는 애초 의도된 바가 아니었다. 영화 데이터베이스 누리집 아이엠디비(IMDb)에서 1987년 영화 <로보캅>의 뒷얘기를 보면, 애초 로보캅은 민첩하게 움직일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돈 100만달러(약 11억원)를 들여 만든 지나치게 사실적인 슈트가 배우의 그런 움직임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촬영은 중단됐고 감독 폴 버호벤과 동작연출가 모니 야킴은 묘책을 짜내야 했다. 그렇게 슈트에 맞춰 어쩔 수 없이 탄생한 것이 로보캅을 상징하게 된 경직된 동작들이다. 이는 영화를 넘어 오랫동안 ‘로봇’ 하면 대중이 떠올리는 대표 이미지로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강력한 후배가 이 자리를 치고 오르고 있다. 역시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지며 세계적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아이언맨’이다.

물건은 가볍게 들었는데…

지난달 25일 경기도 의왕시의 현대자동차그룹 의왕연구소를 찾았다. ‘한국판 아이언맨’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알려진 그곳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자신들이 꿈꾸는 모빌리티(이동수단)의 미래 가운데 하나로 ‘웨어러블 로봇’을 꼽으며 개발 중인 모델을 공개했다. 웨어러블 로봇이란 말 그대로 사람이 입는 형태의 로봇을 말한다. 영화 <아이언맨>을 보면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평상시 보기에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기계 갑옷을 온몸에 두르는 순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그의 슈트는 내부의 약한 육체를 보호할 뿐 아니라 외부 구조 자체가 기중기처럼 강력한 힘을 낸다. 심지어 발과 손의 추진장치를 이용해 자유자재로 날기까지 한다. 인공지능 운영체제가 주변 정보 분석도 도맡아 해준다. ‘아이언맨의 한국판이라니!’ 기대감이 부풀지 않을 수 없었다.

연구실을 찾으니 개발을 이끌고 있는 현동진 박사를 비롯한 7명의 연구원 모두가 맡은 일에 분주했다. 널찍한 연구실에는 기계 장치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정경모 책임연구원이 간단한 브리핑을 해주었다. “저희는 3종류 모델을 개발해 왔습니다. 의료용 착용로봇 에이치멕스(H-MEX), 산업용 보조로봇 에이치웩스(H-WEX), 보행 보조로봇 에이치렉스(H-LEX) 등이죠.”

체험에 들어갔다. 먼저 산업용 에이치웩스다. 가방처럼 어깨에 메고 구동하면 로봇이 허리를 꽉 잡아주는 느낌이 오는데, 허리를 구부려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릴 경우 등 부분의 모터에서 힘을 발생시켜 작은 힘으로도 쉽게 물건을 들어올리게 해준다. 바닥에 놓인 5㎏ 가방을 들어올려 보았는데, 굽혔던 허리를 펼 때 로봇이 잡아 올려주는 느낌이 좋았다. 무게 차이는 크게 느끼기 힘들었는데 몇백 그램쯤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정 연구원은 “작은 변화지만 하루 수백 개의 물건을 옮기는 직종의 사람들이 쓴다면 그 차이는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서 의료용 에이치멕스를 착용했는데, 이 로봇은 당혹스러웠다. 하반신 마비 환자의 보행을 보조하는 용도인데, 양다리를 정강이부터 허벅지까지 단단히 로봇에 고정시키고 사용한다. 양손에 주어지는 지팡이가 로봇과 한 세트인데, 리모컨 역할도 한다. 지팡이의 ‘걷기’ 단추를 누르면 로봇이 걸음을 시작하는 식이다. 내 시도는 엉망이었다. 단추를 누르자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뒤뚱거리거나 뒤로 넘어지기 일쑤였다. 주변 연구원들이 사고에 대비해 지켜봐 불상사는 없었다. 20분가량 진땀을 빼고서야 겨우 로봇 걸음이 안정되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면서 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아이언맨을 기대하고 왔는데 로보캅이 되었군.’ 현 파트장은 “다리가 기능하는 일반인은 적응에 시간이 걸린다.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마비 환자의 경우 기계에 완전히 몸을 내맡기기 때문에 오히려 쉽게 쓴다”고 말했다.

멋진 외골격 슈트, 초인적인 힘
‘아이언맨’ 되려던 기자
어설픈 ‘로보캅’ 되었다

120년 전 니콜라스 얀 아이디어
하디맨·헐크 등 ‘슈퍼솔저’ 꿈꿨지만
인체 피해 줄 수 있어 실용화 답보
아이언맨의 꿈은 추락하는데…

하디맨과 헐크, 실패의 연속

웨어러블 로봇은 외국에선 ‘동력을 갖춘 외골격’(powered exoskeleton)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살 안에 뼈가 있는 인간과 반대로 게나 곤충은 딱딱한 겉껍질 안에 살이 있는데, 이런 구조를 외골격이라 한다. 웨어러블 로봇은 인공적으로 만든 인간의 외골격인 셈이다. 인간의 능력을 보강하는 이런 외골격 아이디어를 근대적 기술로서 처음 제안한 이는 러시아 발명가 니콜라스 얀이다. 1890년 그는 뼈대와 스프링 등을 적절히 이어붙인 구조물을 착용하면 사람이 좀 더 잘 달리고 뛰어오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설계도까지 그려 특허로 출원했다. 주동력은 착용자 스스로의 힘이지만, 보조동력으로 등에 멘 압축가스를 제안했다.

1890년 러시아 발명가 니콜라스 얀의 외골격 로봇 아이디어.
1890년 러시아 발명가 니콜라스 얀의 외골격 로봇 아이디어.
1994년 제너럴일렉트릭(GE)와 미군이 내놓은 하디맨.  상용화에 실패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즈 제공
1994년 제너럴일렉트릭(GE)와 미군이 내놓은 하디맨. 상용화에 실패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즈 제공
인터넷, 로켓 등 현대에 쓰이는 많은 기술들이 그렇듯이, 지금의 로봇 개념에 가까운 형태로 처음 구체화된 곳은 미군이었다. 극한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슈퍼 솔저’(초인 병사)는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와 지휘관들의 구미를 돋우는 메뉴이기도 하다. 이 최초의 시도는 1965년 군의 의뢰를 받은 제너럴일렉트릭(GE)사에 의해 이뤄졌다. ‘하디맨’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는 착용한 사람의 힘을 25배 증폭시켜 최대 680㎏까지 무난하게 들어 올리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이 계획은 결국 허무맹랑한 것으로 드러났다. 1969년 실제 만들어져 실험에 쓰인 로봇은 자체 무게만 750㎏에 달해 전혀 실용성이 없었다. 또 스위치를 올리니 사람의 관절이 움직이는 범위를 넘어서는 이상 작동까지 보였다. 이 경우 착용자가 끔찍한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인간 탑승 실험 전에 폐기됐다. 이 문제는 이후 웨어러블 로봇 연구자들이 가장 주의하는 주요 문제가 되었다.

다른 유명한 실패작으로는 ‘헐크’(HULC)가 있다. 2009년 록히드마틴사가 개발에 착수한 이 프로젝트는 90㎏의 무게를 진 군인이 시속 16㎞로 꾸준히 갈 수 있도록 돕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이 로봇은 실제 만들어져 시연도 되었지만 결국 폐기되었는데, 이유는 착용한 이의 근육에 무리를 주는 바람에 실효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사용 로봇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이어져 우리나라 국방과학연구소(ADD)도 진행 중에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19일 웨어러블 로봇 개발 현황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가 어렵지만 “군사용 착용형 근력증강로봇 개발을 위해 (착용자의) 운동의도 인식 기술, 고속 연동제어 기술 등의 알고리즘 연구를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올해까지 종료될 예정이며, 올해 말에 2020년 완료를 목표로 ‘복합임무용 근력증강로봇 개발’이 착수될 예정이다.

미국 특수전사령부(SOCOM)가 2018년 개발을 목표로 내놓은 탈로스(TALOS)의 상상도.  리비전 밀리터리 동영상 갈무리
미국 특수전사령부(SOCOM)가 2018년 개발을 목표로 내놓은 탈로스(TALOS)의 상상도. 리비전 밀리터리 동영상 갈무리
미군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미 특수전사령부(SOCOM)는 2013년 ‘탈로스’(TALOS) 계획을 발표했다. 탈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거인 청동 로봇의 이름이기도 한데, 특수전 보병이 입을 수 있는 양산형 웨어러블 로봇을 말한다. 몸 전체를 덮는 방탄 갑옷에, 자체 발전 동력으로 움직임을 향상시키고, 고감도 센서와 통신 기능으로 주변 위험을 사전에 예견하는 지각력 등을 착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미군은 개발에 총 8천만달러(약 880억원)를 들여 2018년까지 전장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의료용 발전 가능성 높아”

하지만 이런 계획들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던 톰 코번은 2014년 정부의 황당한 예산 낭비 사례들을 모아 ‘낭비책’(Wastebook)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탈로스에 대해 “홍보 영상은 만화 속 장비처럼 그리고 있지만, 현실에서 슈트를 입은 병사들은 달리고 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며 “8천만달러 예산으로는 이런 장비의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딘 군사용에 비해 현재 기술 수준에서 상용화 시도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분야는 의료용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세계 여러 연구자와 발명가들이 의료용을 주 타깃으로 하여 다양한 벤처기업을 설립하고 이 분야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일본 쓰쿠바대학의 산카이 요시유키 교수가 2004년 세운 ‘사이버다인’, 미국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2005년에 설립된 ‘엑소 바이오닉스’, 이스라엘 기업으로 2011년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은 ‘리워크’ 등이 여기에 속하는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국내에서 2008년 처음으로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 ‘헥사’를 공개한 바 있는 한양대 한창수 교수(로봇공학과)도 <한겨레> 인터뷰에서 “의료용이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라고 말했다.

의료용 가운데에도 주요 제품군은 현대차의 ‘에이치멕스’와 같이 하반신 마비 환자가 다시 걷도록 돕는 제품들이다. 주요 회사들의 누리집을 가보면 모두 이런 제품들을 주력으로 소개하고 있다. 구체적인 기술 사양과 성능 등 세부적인 면에서 차이는 있지만 이들 제품은 모두 에이치멕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현대차의 현동진 박사는 이런 로봇이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휠체어 신세를 지던 사람이 서서 다른 이와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신체적·심리적으로 얻는 자신감은 일반인이 이루 표현할 수 없죠.” 회사들이 공개한 홍보 영상을 보면 마비 환자가 처음 걷게 되었을 때 기쁨을 넘어선 감동이 그들 얼굴에서 새어 나온다.

비록 세계 각지의 여러 회사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의료용을 포함한 외골격 로봇의 시장 규모 자체는 아직 작다. 시장조사업체 윈터그린리서치는 2014년 기준 세계 연간 외골격 로봇 시장의 규모가 1650만달러(약 180억원)라고 집계했다. 10년 전에 열린 시장치고 왜소한 규모다. 주요 이유로는 가격이 꼽힌다. 마비 환자를 다시 걷게 하는 로봇은 회사와 모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억~6억원 수준의 가격이다. 워낙 고가라 수요도 적고 보험 보장 범위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전체 생산량이 많지 않다 보니 제품의 단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규모의 경제도 일어나지 못한다. 한 교수는 “아직 ‘얼마나 제 기능을 할까’ 하는 대중의 의구심도 있어 대량생산 체제가 만들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한 교수의 헥사시스템즈는 올해 말 제품들의 본격적인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8년 상용화가 목표다. 현대차의 현 파트장은 “기존 제품들과 동급의 성능에서 효율성을 높여 가격은 40% 수준으로 떨어뜨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의료용 재활로봇은 상용화 개시
무거운 배터리는 여전히 걸림돌
인간 신경계와 근육 이해하는
작은 혁신이 아이언맨의 시작

로봇 말고 장치가 필요해

강화형 로봇은 실패를 거듭했고 보강형은 경제성의 난제가 놓여 있다. 결국 아이언맨은 불가능한 꿈일까? 전문가들은 산의 높은 정상부터 볼 게 아니라 눈앞의 낮은 곳에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게 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지난해 ‘우리는 아이언맨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분석기사를 내보냈다. 잡지는 질문의 관점을 바꿔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언맨이란 크거나 강력한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 더 적은 수고로도 더욱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도록 돕는 기계적인 요소라는 의미다. 즉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작은’ 변화가 오히려 강력한 성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헐크(HULC)의 사례는 상징적이다. 아무리 목표 기능을 성취한 로봇이라도 결국 사용자가 피로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이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의뢰로 하버드대학교 응용과학과 코너 월시 교수가 이끄는 ‘워리어웹’은 이런 관점을 취하고 있다. 특수전사령부의 ‘탈로스’ 계획과 반대에 선 접근법인데, 이들은 이를 ‘소프트(약) 외골격 로봇’이라고 부른다. 그의 로봇은 로봇이라기보다는 도구에 불과할 정도로 초라해 보인다. 정강이 쪽에 부착하는 천과 와이어들, 데스크톱 컴퓨터가 쓰는 정도의 전기를 소모하는, 허리에 차는 작은 배터리가 전부다. 이렇게 해서 무게가 모두 9kg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이언스>는 이 웨어러블이야말로 실질적인 운동 능력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모델로 평가했다. 인간 다리 근육의 작동 방식을 면밀히 분석하고 적절한 동력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실제 노력에 비해 보행 속도를 높이고 피로를 낮추는 실질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슈트를 통해 7%의 보행 효율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의왕연구소에서 체험이 끝난 뒤 현동진 파트장에게 개발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어려운지 물었다. 그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사람이 들어가면 모르는 변수가 너무 많아집니다. 그리고 사람과 바로 맞닿는 부품은 더욱 안전하게 가공해야 하는 점도 힘들죠.” 절반은 인간이고 절반은 기계였던 로보캅이 두드러지게 로봇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비싼 돈을 들여 멋지게 제작한 슈트에 배우의 몸을 맞추려다 보니 나타난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인간을 슈트에 맞출 게 아니라 슈트를 인간에게 맞췄다면, 로봇에 대한 우리의 지금 이미지도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이런 식의 작은 혁신들이 모여 결합하면 비로소 아이언맨이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한창수 교수는 “자동차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고 말했다. 지난 9일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처음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 지금의 고급 세단 같은 것을 만들려고 했으면 도저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타이어, 섀시, 컴퓨터 등 각 부문 기술이 발전해서 결합되니 비로소 지금의 자동차가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웨어러블 로봇도 그런 여러 기술들의 결합이 일어나는 식으로 발전하리라는 전망이다.

한 교수는 현재 가장 큰 기술적인 걸림돌로 “배터리”를 꼽았다. “아이언맨의 설정을 보면, 핵발전소 한 기 분량의 전력을 내는 초소형 핵융합 발전기를 동력원으로 하고 있죠. 가볍고 고효율의 동력원 개발이 가장 중요합니다.” 미국 탈로스 로봇의 예상 무게도 180㎏인데, 이 가운데 배터리 무게만 92%(165㎏)를 차지한다. 배터리 기술은 기계와 무관한 화학이나 소재, 에너지 분야의 전문 영역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큰 도약을 보이진 못하고 있는 웨어러블 로봇 분야이지만 이런 외부 분야의 혁신이 일어나면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는 셈이다. 윈터그린리서치는 2021년 이 시장 규모가 21억달러(2조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인구 고령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서다. 현 파트장은 “우리가 노인이 될 때쯤에는 웨어러블 기술이 옷 속에 삽입될 정도로 충분히 소형화될 것이다. 그러면 나이에 따른 근력 약화 문제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교수는 “웨어러블은 고령층의 신체 향상을 도울 뿐 아니라, 산업 보조용으로 근골격계 질환이나 재해를 막아 보존의 기능도 수행할 것”이라며 “노인층의 의미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드론이 쇼핑 돕는다…공중에 띄운 카트 개발 1.

드론이 쇼핑 돕는다…공중에 띄운 카트 개발

21세기 ‘필연기술’ 3가지…“AI·줄기세포·기후에너지” 2.

21세기 ‘필연기술’ 3가지…“AI·줄기세포·기후에너지”

여행이 노화를 늦춰준다…떠나야 할 이유 추가요 3.

여행이 노화를 늦춰준다…떠나야 할 이유 추가요

두 은하의 대충돌이 만든 ‘우주 구름다리’ 4.

두 은하의 대충돌이 만든 ‘우주 구름다리’

분단 확연한 한반도의 밤…북한에서 빛나는 두 지역은? 5.

분단 확연한 한반도의 밤…북한에서 빛나는 두 지역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