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인류세 워킹그룹’ 얀 잘라시에비치 교수 인터뷰
“여기가 닭뼈들이 발견된 지층입니다.”
그는 내 코 바로 앞의 검은 지층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뼈들은 현대의 것과 전혀 섞이지 않았다고 확신합니다. 여긴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 전혀 없다고 봐야지요.”(앤드루 롤러의 논픽션 <치킨로드>가 묘사한 고대 닭 화석 발굴 장면) 217억이 사는 ‘닭의 행성’ 갈루스 갈루스 도메스티쿠스(Gallus Gallus domesticus). 가축화된 닭의 학명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공장식 축산 농장 등에서 217억마리의 갈루스 갈루스 도미니쿠스가 살고 있다(유엔 식량농업기구 2013년 자료). 개와 고양이, 돼지와 암소를 합친 수보다도 많다. 한해 도살되는 닭은 500억~600억마리로 추정된다. 현대의 고생물학자들은 닭이 야생에서 마을로 들어온 그 결정적 순간의 닭뼈 화석을 찾아 헤매고 있지만, 수백만년이 지난 뒤 지구의 어느 지적 생명체는 우리가 살았던 시대의 증거를 찾기 위해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의 뼈를 찾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인간이 지구를 통째로 바꾸어 놓는 지질시대, 바로 ‘인류세’(Anthropocene)다.
인류세 워킹그룹(AWG)을 이끄는 얀 잘라시에비치 영국 레스터대학 교수를 8~9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전세계 인류세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그는 인터뷰에서 “닭뼈의 화석은 인류세의 특징을 형성할 동식물 화석 중의 하나”라며 “지금의 쓰레기매립장에서 나중에 닭뼈 화석이 발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세 워킹그룹은 국제지질학연맹(IUGS) 산하 국제층서위원회(ICS)의 전문가 그룹으로, 인류세를 공식 지질시대로 등재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달 초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세계지질학학술대회(IGC)에서 20세기 중반을 인류세의 시발점으로 보아야 한다는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잘라시에비치는 인류세 워킹그룹의 의장을 맡고 있으며,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류세 보여줄 ‘미래의 화석'은
쓰레기매립장에서 발견될 것
닭뼈 화석은 유력한 후보” “20세기 중반이 인류세의 출발점
공장식축산, 방사능, 플라스틱 등
선명한 지표들이 쏟아지기 시작” -왜 치킨인가? 닭뼈가 인류세의 표준화석이 될 수 있나?
“닭뼈가 표준화석까지 되지는 못할 것이다. 내 인터뷰 기사에 살짝 과장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치킨(가축이 된 닭)은 인류세 화석의 특징을 형성할 많은 동식물 중의 하나다.” -일반적으로 화석이라고 하면 지구를 누볐던 공룡이나 매머드 같은 대형 동물, 은행나무 같은 식물군락 등을 대중들은 상상한다. 그러나 닭은 부위별로 분해되어 소비되고 버려진다. 닭 다리뼈, 가슴뼈 등으로 분해되어 쓰레기매립장으로 갈 테고, 머리뼈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수백만년 뒤의 연구자가 인류세 지층에서 닭뼈 화석을 발견한다면 그곳은 어디가 될까? 어떤 특징이 인류세의 닭뼈 화석을 좌우하게 될까?
“그것이 지금 우리가 초점을 맞추어 연구하는 부분이다. 항상은 아니지만 고생물학자들은 유기체의 일부도 특정 생물의 것이라고 식별해낸다. 공룡이나 포유동물 개개의 뼈나 상어의 이빨, 나무의 잎 등이 그렇지 않은가. 쓰레기매립장이 그런 미래 화석들을 보존하는 좋은 장소가 될 것이다.” 동남아시아에서 살던 야생 닭 ‘적색야계’(Gallus Gallus)가 현대 닭의 기원이다. 이 새는 잘 날지 못했다. 최소 5000년 전, 멀게는 1만년 전 인간에게 투계용으로 잡히거나 알을 낳고 고기를 제공하는 새로 길들여졌다. 유럽에 다다른 것은 기원전 3000년경으로 추정된다. 20세기 들어 공장식 축산의 등장으로 지구는 ‘닭의 행성’이 됐다. 산란계의 경우 수평아리들은 태어나자마자 폐기 처분되고, 부리가 절단된 암평아리들은 매일 한 알씩 낳으면서 비좁은 배터리 케이지에서 2년을 못 살고 폐기된다. 국내 가축사육시설 단위면적당 산란계 사육 기준(마리당 0.042㎡)을 따르더라도, 닭은 평생 A4 용지 3분의 2 크기의 케이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닭은 국제적인 무역으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다. 수입된 사료와 항생제로 키운 닭과 그 고기와 계란은 수출되어 지구를 뒤덮고 있다. “인류세 공인까지 몇년 걸릴 듯” -지질시대 경계를 보여주려면 당시 시대가 기록된 지층인 ‘국제 표준층서구역’(GSSP)이 있어야 한다. 전 지구적 사건의 표지가 나타나 있어야 하고, 연속적 퇴적층이 존재해야 한다. 이곳에서도 닭뼈를 볼 수 있을까?
“인류세에 해당하는 표준층서구역 후보군을 찾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쓰레기매립장이 후보로 선택된다면 당연히 닭뼈가 포함될 것이다. 화석이 될 수 있는, 인간이 만든 다른 인공물도 함께 발견되겠지. 우리는 쓰레기매립장이 (후보군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닭뼈 말고 미래 화석이 될 수 있는 건?
“다양한 동식물상과 인간이 자연을 개조한 방식을 보여주는 물질들이 미래 화석이 될 수 있다. 외부에서 들어와 대규모로 번식한 쥐나 토끼, 얼룩홍합 등이다. 인간에게 길들여진 동물의 잔해도 퇴적 과정을 거치면 미래 화석이 될 것이다.” -농업혁명이 진행된 8000년 전, 신대륙이 발견된 1492년, 산업혁명이 일어난 18세기 등 인류세가 언제 시작됐는지를 두고 학계에서 논쟁이 있다. 인류세 워킹그룹은 20세기 중반을 인류세의 출발 지점으로 보는 보고서를 이번에 제출했다. 왜 20세기 중반인가?
“20세기 중반은 인공 방사성핵종, 플라이애시 입자(미세먼지의 일종), 플라스틱, 알루미늄, 콘크리트, 잔류 농약 등 인류세의 선명한 지표들이 마구 쏟아지는 시점과 겹친다. 이러한 물질들이 확산됐고, 일부 물질은 전 지구에 퍼졌다. (인류세) 지층에 매우 특징적인 성격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보도를 보면, 인류세가 공인된 것처럼 나온다.
“잘못된 보도다. 우리는 국제 표준층서구역을 미리 정한 뒤 공식 제안서를 만들려고 한다. 매우 힘들고 복잡한 작업이 될 것이다.” 당신이 먹고 버린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 인류세의 증거다. 닭뼈 이외에도 플라스틱, 알루미늄, 콘크리트 등도 퇴적층에 쌓여 보존되면 인류세의 화석이 될 수 있다고 잘라시에비치는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사이언스>에 실은 논문에서 인류에 의해 창조된 이런 물질들의 화석을 ‘기술화석’(technofossil)이라고 정의했다. 인류세 워킹그룹은 2~3년 안에 표준층서구역 후보군을 선정해 최종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신생대 제4기 지층 소위원회와 국제층서위원회, 국제지질학연맹에서 차례로 찬성표를 받아야 인류세는 비로소 공식 지질시대로 등재된다. 이번 학술대회에 참석한 임현수 부산대 교수(지질학)는 9일 “이번에 발표된 것은 첫 단계를 통과했다고 보면 된다”며 “인류세가 완전히 공인되려면 적어도 수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인포그래픽 노수민 기자 bluedahlia@hani.co.kr 인류세란? 1만2000년 전 시작된 홀로세가 끝나고 새로운 지질시대가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 대기 성분의 변화, 방사성물질, 플라스틱 등의 잔존 등 인간으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다고 본다.
“인류세 공인, 첫 관문 통과한 것”
인류세 공인 절차 얼마나 남았나 임현수 부산대 교수(지질학)는 지난달 27일부터 4일까지 열린 세계지질학학술대회(IGC)에 참가했다. 이 행사는 전 세계 지질학자, 고생물학자들이 모이는 학술대회로, 임 교수는 콜린 워터스 등 관련 학자들이 나와 인류세 세션에서 발표를 했다고 전했다. 9일 임 교수에게 인류세 공인 절차에 대해 들어봤다. -인류세가 곧 공식 지질시대가 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인류세가 학계에서 공인된 것은 아니다. 지질시대를 바꾸는 일은 지질학에서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보통 지질시대에 대한 결정은 IUGS(국제지질학연맹)의 산하기관인 국제층서위원회(ICS)에서 하게 된다. 어떤 지질시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 국제층서위원회에서 산하 위원회(Subcommission)와 워킹그룹을 구성해서 조사를 한다. 이번에 기사에 나오고 있는 내용은 인류세 워킹그룹(AWG) 소속 35명의 학자가 투표를 해서 30대 3으로 통과가 됐다는 의미다. -그 다음 절차는 어떻게 되나?
“산하 위윈회(제4기 지층 소위원회)에서 60% 이상이 찬성을 해야 하고, 다시 국제층서위원회 부서(대표와 산하 위원회 의장들)에서 다시 60% 이상 찬성을 해야 국제지질학연맹 대표 회의로 올라가게 된다. 거기서 최종 인준을 받아야 인류세가 완전히 공인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류세가 공식적인 지질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이고, 중간에 반대표에 의해 무산될 수도 있다. 이번에 발표된 것은 가장 첫 단계를 통과했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남종영 기자
그는 내 코 바로 앞의 검은 지층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뼈들은 현대의 것과 전혀 섞이지 않았다고 확신합니다. 여긴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 전혀 없다고 봐야지요.”(앤드루 롤러의 논픽션 <치킨로드>가 묘사한 고대 닭 화석 발굴 장면) 217억이 사는 ‘닭의 행성’ 갈루스 갈루스 도메스티쿠스(Gallus Gallus domesticus). 가축화된 닭의 학명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공장식 축산 농장 등에서 217억마리의 갈루스 갈루스 도미니쿠스가 살고 있다(유엔 식량농업기구 2013년 자료). 개와 고양이, 돼지와 암소를 합친 수보다도 많다. 한해 도살되는 닭은 500억~600억마리로 추정된다. 현대의 고생물학자들은 닭이 야생에서 마을로 들어온 그 결정적 순간의 닭뼈 화석을 찾아 헤매고 있지만, 수백만년이 지난 뒤 지구의 어느 지적 생명체는 우리가 살았던 시대의 증거를 찾기 위해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의 뼈를 찾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인간이 지구를 통째로 바꾸어 놓는 지질시대, 바로 ‘인류세’(Anthropocene)다.
인류세 워킹그룹을 이끌고 있는 얀 잘라시에비치(영국 레스터대 교수).
적색야계가 개량된 현대의 닭.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쓰레기매립장에서 발견될 것
닭뼈 화석은 유력한 후보” “20세기 중반이 인류세의 출발점
공장식축산, 방사능, 플라스틱 등
선명한 지표들이 쏟아지기 시작” -왜 치킨인가? 닭뼈가 인류세의 표준화석이 될 수 있나?
“닭뼈가 표준화석까지 되지는 못할 것이다. 내 인터뷰 기사에 살짝 과장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치킨(가축이 된 닭)은 인류세 화석의 특징을 형성할 많은 동식물 중의 하나다.” -일반적으로 화석이라고 하면 지구를 누볐던 공룡이나 매머드 같은 대형 동물, 은행나무 같은 식물군락 등을 대중들은 상상한다. 그러나 닭은 부위별로 분해되어 소비되고 버려진다. 닭 다리뼈, 가슴뼈 등으로 분해되어 쓰레기매립장으로 갈 테고, 머리뼈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수백만년 뒤의 연구자가 인류세 지층에서 닭뼈 화석을 발견한다면 그곳은 어디가 될까? 어떤 특징이 인류세의 닭뼈 화석을 좌우하게 될까?
“그것이 지금 우리가 초점을 맞추어 연구하는 부분이다. 항상은 아니지만 고생물학자들은 유기체의 일부도 특정 생물의 것이라고 식별해낸다. 공룡이나 포유동물 개개의 뼈나 상어의 이빨, 나무의 잎 등이 그렇지 않은가. 쓰레기매립장이 그런 미래 화석들을 보존하는 좋은 장소가 될 것이다.” 동남아시아에서 살던 야생 닭 ‘적색야계’(Gallus Gallus)가 현대 닭의 기원이다. 이 새는 잘 날지 못했다. 최소 5000년 전, 멀게는 1만년 전 인간에게 투계용으로 잡히거나 알을 낳고 고기를 제공하는 새로 길들여졌다. 유럽에 다다른 것은 기원전 3000년경으로 추정된다. 20세기 들어 공장식 축산의 등장으로 지구는 ‘닭의 행성’이 됐다. 산란계의 경우 수평아리들은 태어나자마자 폐기 처분되고, 부리가 절단된 암평아리들은 매일 한 알씩 낳으면서 비좁은 배터리 케이지에서 2년을 못 살고 폐기된다. 국내 가축사육시설 단위면적당 산란계 사육 기준(마리당 0.042㎡)을 따르더라도, 닭은 평생 A4 용지 3분의 2 크기의 케이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닭은 국제적인 무역으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다. 수입된 사료와 항생제로 키운 닭과 그 고기와 계란은 수출되어 지구를 뒤덮고 있다. “인류세 공인까지 몇년 걸릴 듯” -지질시대 경계를 보여주려면 당시 시대가 기록된 지층인 ‘국제 표준층서구역’(GSSP)이 있어야 한다. 전 지구적 사건의 표지가 나타나 있어야 하고, 연속적 퇴적층이 존재해야 한다. 이곳에서도 닭뼈를 볼 수 있을까?
“인류세에 해당하는 표준층서구역 후보군을 찾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쓰레기매립장이 후보로 선택된다면 당연히 닭뼈가 포함될 것이다. 화석이 될 수 있는, 인간이 만든 다른 인공물도 함께 발견되겠지. 우리는 쓰레기매립장이 (후보군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닭뼈 말고 미래 화석이 될 수 있는 건?
“다양한 동식물상과 인간이 자연을 개조한 방식을 보여주는 물질들이 미래 화석이 될 수 있다. 외부에서 들어와 대규모로 번식한 쥐나 토끼, 얼룩홍합 등이다. 인간에게 길들여진 동물의 잔해도 퇴적 과정을 거치면 미래 화석이 될 것이다.” -농업혁명이 진행된 8000년 전, 신대륙이 발견된 1492년, 산업혁명이 일어난 18세기 등 인류세가 언제 시작됐는지를 두고 학계에서 논쟁이 있다. 인류세 워킹그룹은 20세기 중반을 인류세의 출발 지점으로 보는 보고서를 이번에 제출했다. 왜 20세기 중반인가?
“20세기 중반은 인공 방사성핵종, 플라이애시 입자(미세먼지의 일종), 플라스틱, 알루미늄, 콘크리트, 잔류 농약 등 인류세의 선명한 지표들이 마구 쏟아지는 시점과 겹친다. 이러한 물질들이 확산됐고, 일부 물질은 전 지구에 퍼졌다. (인류세) 지층에 매우 특징적인 성격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보도를 보면, 인류세가 공인된 것처럼 나온다.
“잘못된 보도다. 우리는 국제 표준층서구역을 미리 정한 뒤 공식 제안서를 만들려고 한다. 매우 힘들고 복잡한 작업이 될 것이다.” 당신이 먹고 버린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 인류세의 증거다. 닭뼈 이외에도 플라스틱, 알루미늄, 콘크리트 등도 퇴적층에 쌓여 보존되면 인류세의 화석이 될 수 있다고 잘라시에비치는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사이언스>에 실은 논문에서 인류에 의해 창조된 이런 물질들의 화석을 ‘기술화석’(technofossil)이라고 정의했다. 인류세 워킹그룹은 2~3년 안에 표준층서구역 후보군을 선정해 최종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신생대 제4기 지층 소위원회와 국제층서위원회, 국제지질학연맹에서 차례로 찬성표를 받아야 인류세는 비로소 공식 지질시대로 등재된다. 이번 학술대회에 참석한 임현수 부산대 교수(지질학)는 9일 “이번에 발표된 것은 첫 단계를 통과했다고 보면 된다”며 “인류세가 완전히 공인되려면 적어도 수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인포그래픽 노수민 기자 bluedahlia@hani.co.kr 인류세란? 1만2000년 전 시작된 홀로세가 끝나고 새로운 지질시대가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 대기 성분의 변화, 방사성물질, 플라스틱 등의 잔존 등 인간으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났다고 본다.
아시아에 살던 야생 닭 ‘적색야계’를 그린 그림. 위키미디어코먼즈 제공
인류세 공인 절차 얼마나 남았나 임현수 부산대 교수(지질학)는 지난달 27일부터 4일까지 열린 세계지질학학술대회(IGC)에 참가했다. 이 행사는 전 세계 지질학자, 고생물학자들이 모이는 학술대회로, 임 교수는 콜린 워터스 등 관련 학자들이 나와 인류세 세션에서 발표를 했다고 전했다. 9일 임 교수에게 인류세 공인 절차에 대해 들어봤다. -인류세가 곧 공식 지질시대가 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인류세가 학계에서 공인된 것은 아니다. 지질시대를 바꾸는 일은 지질학에서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보통 지질시대에 대한 결정은 IUGS(국제지질학연맹)의 산하기관인 국제층서위원회(ICS)에서 하게 된다. 어떤 지질시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 국제층서위원회에서 산하 위원회(Subcommission)와 워킹그룹을 구성해서 조사를 한다. 이번에 기사에 나오고 있는 내용은 인류세 워킹그룹(AWG) 소속 35명의 학자가 투표를 해서 30대 3으로 통과가 됐다는 의미다. -그 다음 절차는 어떻게 되나?
“산하 위윈회(제4기 지층 소위원회)에서 60% 이상이 찬성을 해야 하고, 다시 국제층서위원회 부서(대표와 산하 위원회 의장들)에서 다시 60% 이상 찬성을 해야 국제지질학연맹 대표 회의로 올라가게 된다. 거기서 최종 인준을 받아야 인류세가 완전히 공인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류세가 공식적인 지질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이고, 중간에 반대표에 의해 무산될 수도 있다. 이번에 발표된 것은 가장 첫 단계를 통과했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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