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엄마 난자에서 핵 빼내 제3자 난자에 주입
핵 이식된 난자를 남편 정자와 체외수정
미토콘드리아 대체 방식을 통해 탄생한 아기를 안고 있는 의료진. <뉴 사이언티스트>.
미토콘드리아 대체 방식을 통해 세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기가 사상 처음으로 탄생했다. 이 아기는 자신의 실제 부모와 익명의 난자 기증자 등 3명으로부터 자신의 게놈을 부여받았다. 미국 의료진은 최근 난자 핵 이식과 결합한 새로운 체외수정 기술을 이용해 임신한 사내아이를 멕시코의 한 병원에서 출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가 보도했다. 세 부모 체외수정 기술은 윤리적 문제로 미국에서는 불법이다. 영국은 지난해 세계 처음으로 세 부모 체외수정 기술을 허용했지만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아브라힘 하산이라는 이름의 이 남자 아기가 태어나게 된 과정은 이렇다. 요르단 출신의 부모 이브티삼 샤반과 마흐무드 하산은 그동안 두 아이를 낳았지만 둘 다 일찍 사망했다. 어머니인 샤반의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유전성 신경대사장애 ‘리 증후군’(Leigh syndrome) 유전자 변이 때문이었다. 이 병은 뇌, 척수 등의 중추신경계를 서서히 파괴하는 병이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변이는 어머니에게서만 유전된다. 샤반은 운좋게도 병이 발현되지 않았지만 이 유전자를 물려받은 두 아기는 리 증후군으로 각각 생후 8개월, 6세 때 숨지고 말았다. 건강한 아이를 갖고 싶었던 두 사람은 미국 뉴욕의 새희망출산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의료진은 법적 규제가 없는 멕시코로 날아가, 미토콘드리아 DNA 결함을 지닌 샤반의 난자에서 핵만 빼내 정상인의 난자에 주입한 뒤 남편의 정자와 수정시켰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엄마의 자궁에서 자라난 아기 하산은 리 증후군 걱정에서 벗어난 상태로 세상을 맞았다.
어떤 방식이 생명윤리에 더 적합한 것일까
출산을 주도한 새희망출산센터의 존 장 박사는 “생명을 살리는 것이 윤리”라며 비판적 시각을 반박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그럴려면 향후 장기적으로 아이의 건강을 계속 점검해 안정성을 확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연구진은 핵 이식과정에서 샤반의 미토콘드리아 중 극히 일부가 하산에게로 옮겨졌을 수 있기 때문에 하산의 유전자 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변이 가능성은 샤반의 미토콘드리아를 그대로 물려받았을 때의 18%보다 훨씬 낮은 1% 미만일 것으로 추정한다. 하산이 앞으로 건강하게 자라느냐 여부가 논란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