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인도 철도엔지니어가 제안한 미니 공중궤도열차 ‘시트레인'. 매사추세츠공대 제공
교통정체는 도시 행정가들의 최우선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다. 도심통행료 부과, 버스전용로 등 다양한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근본 대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교통정체를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사람을 수송할 수 있는 교통 시스템은 없을까? 공상과학영화에서처럼 도로 위를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나오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턱없는 일이다. 그래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대안으로 곧잘 거론되는 것이 고가형 궤도열차 시스템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모노레일이 있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이 방식이다. 공중트랙에 매달려 달리는 독일 부퍼탈시의 현수식 모노레일 슈베베반도 있다. 무려 115년 역사를 자랑한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선 자기부상 방식의 스카이트랜이 시도되고 있다.
고가형 운송의 장점은 도로 공간을 크게 점유하지 않는 것이다. 지하철에 비해 건설비용이 훨씬 저렴하다는 이점도 있다. 얼마 전 사기 논란에 휩싸였던 중국의 양다리 터널형 버스도 고가형 운송 방식에서 따온 것이다. 최근엔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비야디가 모노레일을 자체 개발했다고 밝혔다.
제2의 인구대국 인도 역시 대도시 교통체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에서도 최근 주목할 만한 제안이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인도 철도공무원 우파디아야가 제안한 이 운송 시스템은 고가형 미니 궤도열차 ‘시트레인’(cTrain)이다. 그는 아치 형태의 지지대 위를 달리는 이 디자인으로 엠아이티 집단지성센터 기후공동실험실이 주최한 경연에서 운송부문 1위를 차지했다.
시트레인은 도로 위 몇 미터 상공에 공중트랙을 깔고, 이를 따라 운행하는 레일카다. 이전의 모노레일과 비교해 객차가 레일 아래로도 위로도 다닐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객차당 탑승 인원이 적은 대신 수송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객차는 스포츠실용차(SUV)를 본떠 소형화, 경량화를 구현했다. 우선 너비를 1.2미터로 줄였다. 두 사람이 앉으면 꽉 찬다. 따라서 통로가 없다. 사람이 앉을 공간만 있다. 그러니 객차 무게가 기껏해야 중형 승용차 2대 정도다. 여기에 좌석을 열 줄씩 배치했다. 최대 20명이 탈 수 있다.
시트레인의 객차는 소형화, 경량화를 위해 스포츠실용차(SUV)를 본떴다. 매사추세츠공대 제공
시트레인이 내세우는 장점은 세가지다. 첫째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는다. 객차가 작고 가벼워 지지대가 상대적으로 우람할 필요가 없다. 지지대는 가로등 용도로도 쓸 수 있다. 둘째는 건설 비용이 저렴하다. 자체 계산으론 기존 지하철의 15분의 1에 불과하다. 객차 가격도 일반 승용차 수준으로 예상한다. 전기로 운행하니 소음과 오염물질이 없다. 셋째, 주거지 지선도로까지 설치할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너비 5미터 도로면 설치가 가능하다. 우파디아야는 자신이 만든 시스템을 ‘도시교통의 인터넷’이라고 설명한다. 주거지까지 촘촘하게 운송망을 만든다는 뜻이다. 현재의 대중교통은 ‘중심-주변’ 콘셉트를 기반으로 한다. 시민들은 수송 시스템이 있는 곳까지 가야 한다. 반면 시트레인은 시민들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중심과 주변이 따로 없다.
이번 연구는 엠아이티 박사과정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질문 공세를 거쳤다. 지난 9월 우승자대회에선 각국에서 온 기업, 비영리기구, 정부 대표자들에게 연구 내용을 설명했다. 인도 철도청장에게도 브리핑을 했다. 우파디아야가 강조한 건 ‘단순함과 실용성’이다. 그러나 새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자금과 기술, 안전성 등 벽이 많다. 텔아비브의 스카이트랜도 2014년에 선보일 예정이던 시범운행이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다. 엠아이티 전문가들이 주목한 새로운 고가형 도시교통 시스템은 과연 빛을 볼 수 있을까?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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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