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커버스토리
공유주택의 진화
공유주택의 진화
cities_세계적으로 도시로의 인구 집중이 심화하면서 임대료가 높아지고 있다. 그 대안으로 공유주택이 떠오르고 있다. 공유주택은 단순히 돈을 아끼자는 것이 아니다. 젊은이들은 교류를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고자 한다. 최근 등장하는 다양한 공유주택들은 어떻게 교류를 활성화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베엠베가 제안한 ‘미니리빙'은 ‘유닛'을 이용해 닫으면 사생활을 즐기고(왼쪽), 열면 적극적으로 이웃과 교류할 수 있게 도와준다(오른쪽). 베엠베는 지난 4월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 주간 2016’에서 이 콘셉트를 공개했다.
베엠베가 지난 4월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박람회 2016’에서 공개한 ‘미니리빙'의 모형집. 바깥으로 접히는 선반 ‘유닛’이 여럿 달려 사생활의 공개로 이웃과 내밀한 교류를 꾀할 수 있다.
일본의 건축디자인업체 온디자인의 ‘미니리빙' 아이디어 스케치. 각각의 방에서 오디오 유닛과 찬장 등을 개방해 공유공간을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다. 그림 온디자인 제공
하이브리드형 공유주택 화제 책장, 조리도구, 오디오…
자기 방 선반을 열면
함께 즐기는 공유공간 탄생 온디자인은 미니리빙을 사용하는 시나리오 하나를 소개했다. “① 오후 2시입니다. 일부 선반을 열고 이웃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서재를 열어 이웃들과 함께 일을 합니다. ② 저녁 8시가 되었습니다. 그와 이웃들은 모든 유닛을 전부 열었습니다. 파티가 시작됩니다. 한쪽에서는 요리를 하고, 한쪽에서는 음악 공연이 펼쳐집니다. 서로의 유닛을 활용하니 공유공간의 사용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③ 밤 11시는 잠자는 시간입니다. (미니리빙에 거주하는) 그는 모든 유닛을 닫고 사적인 시간을 즐깁니다.” 온디자인 쪽은 “우리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연하게 받아들여 사용자들에게 자극을 줘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콘셉트를 만들려 했다. 그런 콘셉트를 ‘선반'을 통해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으로 실용화되는 데 한계는 있다.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회전하는 유닛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 탓에 임대료가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온디자인 역시 “우리가 생각한 타깃은 도시에 사는 젊고 창조적인 독신자들이기 때문에 임대료는 조금 비쌀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개인공간을 위한 작은 유닛 3개 이상을 한꺼번에 수용하려면 큰 아파트나 토지가 필요하다는 점도 한계다. 다만,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국내에서 수요가 줄어든 40평대 이상의 아파트를 활용하는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라고 폄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아울러 공유라는 삶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건축디자인이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미래의 집은 ‘다운로드’(소유)보다는 ‘스트리밍’(경험) 서비스” 침대 이용권 파는 ‘팟셰어’
개방된 거실에서 밀도 높은 교류
사적 공간 없는 완전개방형 세계적 휴양지에 설치된 ‘롬’
개인 방에선 사생활 보장하지만
커뮤니티 매니저가 사람들 잇는다 도시공간에서의 집은 음악이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변하고 있다. 파일을 완전히 내려받아 소유했다면, 이제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한다. 스트리밍 서비스란, 전송되는 데이터가 마치 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것처럼 처리되어 붙은 이름이다. 한번 지나간 데이터는 휘발되어 사라지고, 다시 음악을 들으려면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 온디자인이 설명한 ‘젊고 창조적인 독신자들'과 같은 공유주택의 소비자들은 인간관계와 집을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여행을 하며 아무 곳에서나 일을 할 수 있는 ‘디지털 유목민’들에게는 어디서 일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누구와 함께할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이들은 누군가와 우연히 만나 교류하며 아이디어를 얻는 도시의 순기능을 추구한다. 만남을 주선하는 숙박서비스 미국의 공유주거 업체인 팟셰어는 이 점을 파고들었다. 팟셰어는 함께 살고 함께 일할 수 있는 공유숙박시설로서, 가입하면 ‘파데스트리언'이라는 자격을 받아 일종의 팟셰어 `이용권’(access·액세스)을 얻게 된다. 파데스트리언은 미국 할리우드 등 세 지역에 설치돼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팟셰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팟셰어의 엘비나 벡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도시의 트렌드는 소유보다는 접근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음악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바뀌고, 자동차는 공유되고, 음식을 잡지 구독하듯 배달받는 세상에서 우리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집이 꼭 누군가에 의해 소유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버려도 되지 않을까요?” 팟셰어에서 침실을 뜻하는 ‘팟'(pod)을 이용하는 비용은 하룻밤에 40~50달러(4만5천~5만6천원). 팟셰어의 침대에는 티브이도 설치돼 있고 짐도 보관할 수 있지만, 단 한 가지 없는 게 있다. 사적인 공간이다. 팟은 그저 침대일 뿐이며, 마치 완전히 개방된 거실에 덩그러니 침대 매트리스를 둔 것처럼 공유공간을 향해 완전히 열려 있는 ‘완전 개방형' 공유주택이다. 아주 단순한 설계다. 다만 의미는 강렬하다. 짧게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들과 ‘강제로' 밀도 높은 교류를 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팟셰어의 모습. 사적인 공간과 공유공간의 경계가 전혀 없다. 사진 팟셰어 제공
팟셰어의 침상에는 각각의 이름이 적혀 있다. 서로 자연스럽게 통성명하며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자료 팟셰어 제공
인도네시아 발리의 롬의 모습. 이곳에서 사는 ‘주민'들은 여행을 즐기고, 일을 하며 이웃들과 교류를 한다. 사진 롬 제공
미국 마이애미 롬의 코워킹 공간의 모습. 사진 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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