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오크의 1층 로비. “웰컴 홈”이란 전광판이 눈에 띈다.
“집에 온 걸 환영해!”(Welcome home!)
지난달 30일, 영국 런던 월섬애비에 있는 영국 최초의 공유주택 빌딩인 ‘올드오크’ 1층 로비에는 이런 문구의 전광판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컬렉티브가 운영 중인 이 건물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은 바로 이 전광판이다. 방문객을 맞이하는 카운터나 화려해 보이는 느낌 등은 영락없는 호텔이지만, 이곳은 무려 546명이 사는 집이다.
피엘피(PLP)아키텍처의 데이비드 레븐솔 대표(왼쪽)와 안드레이 마틴 수석디자이너가 지난달 30일 영국 런던 미노리스 스트리트의 본사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했다.
영국 런던의 최대 공유주택 올드오크의 외부 모습. 지난달 30일 런던 중심에서 차로 20분 정도 달려 이곳에 도착했다.
이곳을 동행한 피엘피(PLP)아키텍처의 이현석·이진욱씨는 올드오크 빌딩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1층의 공유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피엘피아키텍처는 이 빌딩을 설계한 런던의 건축설계회사로, <한겨레>는 런던 본사에 방문해 데이비드 레븐솔 대표와 안드레이 마틴 수석디자이너의 파워포인트 설명을 들은 뒤 올드오크를 방문했다. 올드오크는 사적인 공간과 공유공간이 완전히 분리된, ‘독립형’ 공유주택으로, 최근 영미권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형적인 공유주택이다. 여럿이 모여 살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 손쉽게 교류하며 창의적 아이디어를 이끌어낼 수 있어 20~30대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다.(
<한겨레> 8월22일치 12면 참조)
올드오크의 1층 로비. 화려한 색깔의 벨벳 소파가 배치돼 있어 따뜻한 느낌이 든다.
올드오크 1층 로비의 엘리베이터 옆에 붙어 있는 이벤트 달력. 일주일 동안 벌어지는 이벤트 내용과 장소를 알려준다.
올드오크의 로비는 마치 호텔 같은 분위기의 거대한 거실이었다. 이곳에서는 벨벳 소재의 소파에 앉아 편히 대화를 나누거나, 공용 테이블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꺼내놓고 뭔가를 열심히 두드리는 젊은이들을 볼 수 있었다. 이 공유공간은 건물 입구에 있기 때문에 모든 거주자들이 쉽게 모이고, 심지어 주변 지역 주민들과도 어울릴 수 있는 장소다. 두 개 층 높이로 층고를 높게 만들어 실제보다 더 공간감을 크게 느끼게 했다.
올드오크 1층 외부공간. 그랜드 유니언 운하가 보이는 이곳은 올드오크 거주자와 지역 주민들을 위한 마당처럼 사용되고 있다.
올드오크 1층 외부공간. 그랜드 유니언 운하가 보이는 이곳은 올드오크 거주자와 지역 주민들을 위한 마당처럼 사용되고 있다.
건물의 동쪽, 그랜드 유니언 운하와 맞붙어 있는 곳에는 야외파티를 벌일 수 있는 외부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흐르는 하천을 바라보며 파티를 벌일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은 건물 한쪽을 띄워 만들어냈다. 이현석씨는 “공유공간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곳의 용적률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올드오크의 커뮤니티 매니저 에드 토머스가 지난달 30일 올드오크의 방을 소개하며 매트리스를 들어 보이고 있다. 좁은 방을 최대한 넓게 쓰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침대 매트리스 밑에 수납장을 만들었다.
개개인이 잠을 자고 사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침실은 10㎡(3평) 크기로 매우 좁다. 하지만 그 좁은 공간을 좁지 않게 느끼게 만드는 것은 바로 화려한 공유공간이다. 이진욱씨는 “(입주자들이 이 공간을 사용할 때 좀더 넓게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게임룸이나 수영장, 사우나 등의 새로운 느낌의 공유공간을 집어넣자고 클라이언트(컬렉티브) 쪽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공유공간의 존재 자체가 작은 개인공간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셈이다.
올드오크의 객실 복도. 올드오크의 커뮤니티 매니저인 에드 토머스는 이런 “집 같지 않는 느낌의 인테리어가 아쉽다”고 말했다. 올드오크를 운영 중인 컬렉티브는 예산 부족 때문에 인테리어에 최소한의 비용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올드오크는 얼핏 보면 공유공간이 많아 보이지만, 실제 비율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전체 연면적 1만5900㎡(4800평) 중 개인공간이 차지하는 비율은 71.8%에 이른다. 공유공간의 화려한 이미지 때문에 전체 규모에 대한 인식에도 왜곡을 주는 셈이다. 개인공간이 늘어날수록 빌딩 운영을 위한 개개인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공유주택의 건축과 그에 따른 셈법은 이런 식으로 활용된다. 다만, 개인공간이 늘어서 있는 복도는 마치 호텔 객실의 복도처럼 차가운 느낌을 준다는 점은 단점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더해 인테리어 역시 어두운 회색톤이 많아 우울한 느낌이 강했다. 이곳의 커뮤니티 매니저인 에드 토머스는 “이런 점 때문에 ‘진짜 집’ 같은 느낌이 덜해 아쉽다”고 말했다. 빌딩 소유자인 컬렉티브는 자금 문제로 인테리어 비용을 최대한 줄이려 했다고 한다.
영국의 첫 공유주택 빌딩을 지은 피엘피아키텍처는 실패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수요가 충분치 않아 건물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을 경우 지역사회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공간은 모두 컨테이너 규격으로 모듈화했다. 공유주택 수요가 충분치 않을 경우 이 공간을 그대로 들어내거나 변경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마틴은 “호텔 등으로 언제든 쉽게 바꿀 수 있도록 설계 단계에서부터 조립·변경·분해가 쉬운 ‘프리패브’(미리 공장에서 제조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 공법 도입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런던/글·사진 음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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