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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인원 집계, 앉으면 6명 서면 9명? 한국은 여전히 눈대중만…

등록 2016-11-21 08:28수정 2016-11-21 08:36

[미래] 집회인원 집계, 어떻게 발전했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과 일대 도로에서 열리있는 가운데 참가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과 일대 도로에서 열리있는 가운데 참가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외국에서는 집회 인원을 헤아리는 데 영상분석과 와이파이(WiFi) 등 첨단 방식이 등장하고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어림수에 의한 ‘주먹구구식’ 집계가 이뤄지고 있다. 그나마 객관적으로 검증된 방식이 없어 경찰과 집회 주최 쪽의 집계에 편차가 크고, 이는 사회적 불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 12일 민중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인원을 놓고 경찰청은 26만명이라고 발표한 데 비해 주최 쪽은 100만명이라고 밝혔다. 4배 가까운 차이지만, 2008년 6월10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대행진 때 주최 쪽 70만명 대 경찰 추산 10만5천명, 2013년 8월10일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집회 때 10만명 대 1만6천명에 비하면 큰 차이도 아니다.

경찰이나 집회 주최 쪽 모두 집계에 사용하는 방식은 ‘페르미 추정법’이다. ‘원자력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탈리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엔리코 페르미가 학생들의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해 정답이 없고 논리적 추론을 통해 답을 유추해야 하는 문제를 만들어낸 데서 유래했다. 근래 대기업 면접시험에 나온 “서울 중국집 전체의 하루 판매량을 정량적으로 계산하시오”, “서울시의 바퀴벌레 수는 모두 몇 마리인가?” 식의 문제가 페르미 추정법 유형이다. 경찰이 쓰는 방식은 19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대 허버트 제이컵스 교수가 페르미 추정법을 발전시켜 만든 ‘현대적 군중 인원수 측정기술’이다.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제이컵스는 연구실 창가에서 날마다 열리던 베트남 전쟁 반대 집회 학생들을 보면서 대학 광장 바닥의 격자 안에 들어가는 학생 수를 세는 방식으로 집회 인원을 집계했다. 인구밀도가 낮은 집회는 한 사람이 차지하는 면적이 0.9㎡, 밀도가 높으면 0.405㎡라는 측정값을 제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앉아 있을 경우 3.3㎡(1평)당 6명, 서 있을 경우 9명으로 계산해 면적 대비 인원수를 집계한다”고 말했다. 한선범 진보연대 언론국장은 “12일 집회 때 주요 지점별로 담당자가 나가 인원수를 직접 헤아리고 과거 집회 경험, 지역에서 올라온다고 보고된 인원 등을 고려해 집계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대규모 운집 경험은 없어 100만명은 상징적 수치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영상분석, 와이파이로 첨단화 불구
국내선 여전히 어림수 추산
경찰-주최 쪽 인원수 편차 커
“실시간, 연인원 병기라도 해야”

주일엽 중부대 경찰경호학과 교수는 “집회 특정 시점의 최대치를 추정하는 경찰 쪽의 실시간 집계 방식이나 주최 쪽의 연인원 집계 방식 모두 페르미 추정법이라는 과학적 방법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밀집도 등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언론 등에서 두 수치를 그대로 비교하기보다 집계 방식을 함께 밝혀주면 그나마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1995년 10월 흑인 무슬림 지도자 루이스 파러칸이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백만인의 행진’에 참석한 인원을 공원경찰이 40만명이라고 발표하자 소송을 하겠다고 위협해 의회가 공원경찰의 집회 인원 집계를 금지하기도 했다.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사는 2010년 8월 보수논객 글렌 벡의 링컨기념관 집회와 이를 패러디해 같은 해 10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코미디언 존 스튜어트의 토크쇼에서 ‘디지털 디자인 앤 이미징 서비스’(DDIS)에 의뢰해 10% 오차 범위로 정확한 인원수를 계산해냈다. 디디아이에스는 집회장 상공에 원격조정 카메라가 탑재된 기구를 띄워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3D 지도 위에 합성하는 방식으로 군중 수를 세었다. 벡 집회의 경우 디디아이에스는 8만7천명이라고 밝힌 반면 벡은 최대 65만명이라고 추정했으며, <엔비시>(NBC) 방송사는 30만명이라고 보도했다.

미 센트럴플로리다대 연구팀은 지난해 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하는 프로그램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독립을 요구하는 행진에 참가한 인원을 30분 만에 53만명이라고 집계해냈다. 또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팀은 와이파이 신호 세기를 측정해 특정 지역을 통행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세는 기술을 개발해 소개하기도 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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