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에서 발굴된 약 2억년 전의 매미 날개 화석. 남기수 교사 제공
대략 2억년 전 어느 날 조용히 퍼덕이다 고운 흙 위에 떨어진 채 긴 세월을 지나온 매미 날개의 화석이 충남 보령 지역에서 발굴됐다. 날개 구조를 지탱하는 날개맥이 선명하게 남아, 중생대 전기 곤충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기수 대전과학고 교사는 2009년 보령의 아미산층에서 찾은 길이 4.6㎝, 폭 2.1㎝의 작은 화석이 2억년 전에 살았을 매미 종의 날개인 것으로 식별되어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최근 발표했다고 밝혔다. 논문에는 제1저자인 남 교사 외에 매미 화석의 권위자인 중국 베이징 수도사범대학의 왕잉 교수, 폴란드 그단스크대학의 야체크 슈베도 교수, 김종헌 공주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보령의 매미 화석은 이전에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는 새로운 속인 것으로 판명돼, ‘할락궁이스 아미사누스’(Hallakkungis amisanus)라는 새로운 속과 종으로 명명됐다. 속명인 할락궁이스는 서쪽 저승에 있다는 ‘서천꽃밭’의 관리사인 제주도 구전 신화의 인물 ‘할락궁이’에서, 종명인 아미사누스는 매미 화석이 발굴된 보령 지역의 지층 이름인 아미산층에서 따왔다.
‘고곤충학 박사’ 1호인 남기수 대전과학고 교사.
남 교사는 “곤충 화석은 대부분 몸통, 머리, 다리, 날개가 분리돼 식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논문 심사자 중 한 분이 날개맥이 온전히 남아 있어 ‘매우 아름다운 화석’이라고 말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남기수 교사의 곤충 화석 채집은 10여년 전 시작됐다. 그가 채집한 화석은 대부분 곤충이지만 더러 거미도 있고 물고기나 불가사리 같은 바다 고생물도 있다고 한다. 그는 2012년 1억년 전에 거미줄 없이 긴 다리로 거닐던 거미의 화석을 발굴해 ‘코레아라크네 진주’라는 종명을 붙여 국제학술지에 표지논문으로 발표한 바 있다(scienceon.hani.co.kr/32521).
어떻게 작은 몸집의 고생물이 오랜 세월을 견뎌 지금 화석으로 발굴될 수 있을까? 그는 “아주 먼 옛날에 매우 잔잔한 호수에 매우 고운 퇴적물이 쌓일 때 우연히 곤충이 함께 쌓이고서 또한 지질시대 동안에 지각 변동을 적게 받는다면 화석이 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도 진주와 보령 등 일부 지역에서 희귀한 곤충 화석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15년 공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고곤충학 박사 1호로서 곤충 화석 발굴을 계속해 우리나라 곤충 화석을 집대성한 책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