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구글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최신작
보드 타듯 민첩하게 이동…장애물도 훌쩍
이족로봇보다 저렴…실내 짐 운반용 개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두 바퀴 로봇 ‘핸들’. 유튜브 갈무리
미국의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또다시 놀라운 로봇을 내놨다. 이 회사 창업자 마크 레이버트(Marc Raibert)는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어번던스360’(Abundance360) 세미나에서 ‘핸들’(Handle)이란 이름의 새로운 로봇을 소개했다.
이 로봇의 가장 큰 특징은 두 바퀴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 회사는 주로 사람이나 동물의 이동 방식을 본뜬 2족 또는 4족 로봇을 선보여왔다. 이번에 발 대신 바퀴를 장착한 것은 아마도 이동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바퀴와 다리로 몸체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이동한다. 외형상으로는 기존의 이족로봇 아틀라스와 롤러보드(또는 세그웨이)를 합쳐놓은 것처럼 보인다.
소개 동영상에서 핸들 로봇은 숙련된 롤러보더처럼 매우 유연하고 재빠르게 이동하는 기술을 보여준다. 마치 롤러보드 선수처럼 몸을 자유자재로 앞으로 수그렸다, 뒤로 젖히거나 몸을 뱅그르르 돌리는 것은 물론 장애물이 나타나면 몸을 구부렸다 펴며 점프를 해 뛰어넘기도 한다. 오랜 기간 보딩 기술을 연마한 사람이 아니라면 흉내를 내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급 실력이다. 레이버트는 프리젠테이션에서 로봇의 민첩성을 강조하려는 듯 ‘악몽유발 로봇’(nightmare-inducing robot)이란 별칭을 붙여 부르기도 했다.
이 로봇의 개발 목적은 무엇일까? 레이버트는 이 로봇이 이족로봇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짐을 운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봇 이름을 ‘핸들’이라고 붙인 이유다. 바퀴를 사용한 덕분에 제작비용도 기존 이족로봇보다 저렴하다고 한다. 다만 울퉁불퉁한 지형에서도 균형을 유지하는 기존 이족로봇과 달리, 핸들 로봇의 활동반경은 바닥이 평평한 곳이나 실내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현재 자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할 기업을 찾고 있다. 기존 로봇들이 기술력 과시에선 성공했지만,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결정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핸들 로봇은 이를 의식한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내놓은 좀더 실용적인 로봇으로 보인다. 구글은 지난해 도요타와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내용이 확인되지는 않은 상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