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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아마존의 노동 없는 기계 제국

등록 2017-02-06 09:24수정 2017-02-07 10:43

[미래] 인공지능과 일자리 위기

인공지능 ‘에코'에서 주문하면
물류창고 20곳, 4만5000대 가동
‘로보-스토’가 들고, ‘키바’가 운반

공중 창고에서 드론으로 배송하고
무인슈퍼 ‘아마존 고’ 성공하면
‘인간 없는 기업’ 세계 지배한다
technology_기계화는 어떻게 인간의 직업을 소멸시킬까. 능력 있는 인공지능의 출현이 인간의 노동을 어떻게 배제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아마존의 사례를 깊이 파고들었다. 온라인 쇼핑 시대를 열며 등장 때부터 판매서비스 인력을 위협한 아마존은 이제 물류, 배송, 오프라인 매장에까지 기계를 도입하며 ‘아마존 제국’을 만들고 있다.

아마존의 기계제국
아마존의 기계제국

거대 인터넷 유통기업인 아마존은 지난해 12월24일부터 1월2일까지 이어진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 동안 세계적으로 10억개 이상의 상품을 배송했다며, 이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지난달 3일 밝혔다. ‘사이버 먼데이’(11월28일~12월4일,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 직후 첫 월요일) 때는 모바일을 통해 아마존에서 판매한 전자제품이 1초당 46개에 달했다. 이 엄청난 규모의 물류를 배송하고 처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듯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고객은 크리스마스이브 때 주문 뒤 13분 만에 상품을 받아봤다고 한다.

이런 놀라운 마술은 시스템과 기계의 힘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물류창고 20곳에서는 4만5000대의 로봇이 빠르고 정확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거대한 유압식 암리프트인 ‘로보-스토’가 커다란 재고품들을 물류창고의 높은 곳으로 올리거나 다시 내리는 구실을 하고, 바닥에 내려온 팰릿(화물 운반대)은 로봇 청소기처럼 바닥을 미끄러져 다니는 오렌지색의 작은 로봇, ‘키바’에 의해 배송 데스크 등을 향해 정확히 이동한다. 키바는 팰릿 밑으로 기어들어가 제 몸무게의 5배에 달하는 1.4t까지 들어 올려 화물을 옮긴다. 주문이 폭증해도 물류센터는 혼란스럽지 않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기계는 ‘빠르게’ 이곳저곳을 미끄러져 다니며 ‘정확히’ 인간 앞에 상품을 가져다줄 뿐이다.

노동자 줄이며 시작한 아마존

아마존은 이 기계의 힘으로 유통제국을 건설하고 있다. 물류를 넘어 주문과 배송, 오프라인 매장 영역까지 무한 확장하고 있다. 아마존이 만드는 기계 제국은 인간을 배제한다. 그리고 이 흐름은 단지 아마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지향하는 대부분의 산업은 ‘딥러닝’이라는 신기술을 장착한 인공지능으로 인간 노동을 빠르게 대체하려 하고 있다. 그 거대한 파도 속에서 아마존은 하나의 상징이다.

그러고 보면, 아마존은 태생부터 기존의 산업을 파괴하며 등장했다. 인터넷조차 생소했던 1995년, 아마존은 인터넷 서점으로 사업을 시작해 판매 서비스 직군을 위협했다. 첫 번째 인간 배제 시도였다. 이제는 미국 온라인 소매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며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로 자리잡았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온라인 주문 시대를 연 아마존은 2007년, 전자책 ‘킨들’을 내놓았다. 종이책의 출판과 유통 단계에서 인간의 노동을 대체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아마존은 셀프 출판 시스템인 ‘킨들 다이렉트 퍼블리싱’을 내놓으며 출판산업 종사자들을 떨게 하고 있다. 세계에서 흥행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나 <마션> 등이 바로 셀프 출판으로 세상에 나온 작품이다.

아마존의 기계화 실험은 이제 더욱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말, 아마존은 딥러닝을 활용해 계산대 없는 매장, ‘아마존 고’를 선보였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가 상품을 제 가방에 담으면, 상품의 모양과 가격 등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정확히 인식해 고객의 인터넷 계좌에서 자동으로 결제한다.

아마존이 개발한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인 ‘에코’와 ‘에코닷’은 목소리를 듣고 아마존에 상품을 주문할 수 있다. “알렉사(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부르는 이름), 에코닷 하나 더 구입해”라고 말하면, 곧바로 전자결제가 이뤄져 짧은 시간 안에 대문 앞까지 배송이 이뤄지는 식이다. 아마존의 제프 윌키 소비자 부문 대표는 “(지난해) 아마존에서 가장 잘 팔린 상품은 에코와 에코닷이었다. 알렉사를 통해 수천만명의 새로운 고객이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배송에서도 기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아마존은 영국에서 드론 배송에 처음 성공했고, 아마존의 특허를 보면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배송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비행선 등을 이용해 공중에 대형 창고를 띄우고, 드론을 이용해 상품을 배달하는 시스템을 고안해 특허를 내기도 했다.

아마존 물류센터의 모습.

아마존 때문에 30만명 직업 잃다

아마존 제국의 융성은 직업의 소멸로 이어진다. 상품 판매의 상당 부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향하면서 오프라인 매장 직원들이 줄어든다. 아마존은 미국 온라인 판매의 40%(2016년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를 차지했다. 미국의 경제전문매체인 <마켓워치>는 지난달 20일 기사에서 “100달러어치의 상품을 판매하는데 아마존은 메이시(미국의 유명 백화점)에서 필요로 하는 점원의 절반 정도만 필요로 한다. 메이시가 판매원들과 계산원 등을 필요로 한다면, 아마존은 창고에서 아이템을 고르고 나르는 ‘피커’(pickers)를 고용한다. 이 피커들마저도 기계화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간지인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지난달 13일 “아마존이 2018년 중반까지 10만명의 정규직을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고 현재 세계적으로 비정규직 포함 30만6800명을 고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2년 이후 미국에서 백화점 고용은 14%(25만명) 감소했다. 아마존은 물류창고에서 더 많은 일을 로봇에 맡기게 될 것이다. 영국에서는 드론 배송도 시작했고, 자율주행차와 비행선 물류센터 활용도 검토 중이다. 곧 문을 열게 될 아마존 고에는 계산대마저 없어 점원이 거의 없다. 킨들은 출판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지역자립연구소(Institute for Local Self-Reliance)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 ‘아마존의 목조르기’는 “미국에서 아마존이 임시직·파트타임 등을 모두 포함해 14만5800명을 고용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소매 매장에서 아마존에 의해 직업을 잃은 사람이 29만4574명에 달했다”며 “2015년 말 기준, 아마존에 의한 직업의 순손실이 14만8774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마켓워치>는 이와 관련해 “(아마존에 의한 직업 순손실은) 200만명의 직업을 잃게 한 중국의 제조업 수출보다도 규모가 더 크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 집중돼 제한적인 파장을 일으킨 제조업에 견줘 소매업은 모든 도시와 작은 마을에까지 퍼져 있어 충격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디다스의 사례는 기계화가 외국의 저임금 노동자보다 파괴력이 클 것이란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1993년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해외로 모든 생산공장을 옮겼던 아디다스가 23년 만인 지난해 9월 독일로 되돌아가 공장을 세웠다. 하지만 이 귀환은 독일인들의 고용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애초에 비싼 임금을 줘야 하는 독일인을 고용할 생각이었다면 돌아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디다스의 새 공장은 3D프린터 등을 위시로 한 로봇 시스템으로 ‘스마트 공장’이다. 기계가 외국의 저임금 노동자보다도 더욱 효율적이란 뜻이다.

반도체 호황, 낙수효과 없는 이유

아마존은 ‘기계화=직업의 종말’이란 등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자율주행차가 등장해 인간 운전수들을 내몰고, 아이비엠(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의사와 약사마저도 대체하려 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역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일례로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으로 국내 대기업 일부는 축배를 들고 있지만, 그 성과를 분배해주는 ‘낙수효과’는 미미하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각각 경기 평택시와 충북 청주시에 3D 낸드플래시 공장을 증설하고 있지만, 생산라인 대부분이 자동화되어 있어 고용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권에 도입되고 있는 상담 기능을 가진 인공지능 챗봇(고객과 채팅하는 로봇)은 콜센터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에서는 “연간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콜센터 유지·운영비가 인건비를 중심으로 크게 절감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마트 등의 대형 유통사업자들은 온라인 쇼핑 확대에 나선 지 오래다. 이미 한국에서도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전 분야에서 자동화·기계화가 이뤄지며 고용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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