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공약 톺아보기] ③ 4차 산업혁명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고 실업률은 높아져가는 가운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4차 산업혁명’이 근래 부쩍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선주자들도 이에 대한 공약을 미래 정책으로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CES)를 방문하는 등 일찌감치 이슈 선점에 나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 이어, 지난 1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프리젠테이션까지 하며 관련 공약을 내놓은 뒤 설전도 뜨거워지고 있다. 지금까지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4차 산업혁명 정책을 보면, 혁신에 대한 이해와 기술 소외계층 대책에 대한 철학에서 후보에 따라 뚜렷하게 나뉘는 모습이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은 지난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포럼 회장이 2016년의 화두로 던지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선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최강자 이세돌 9단을 꺾는 사건과 겹치면서 과열 양상을 띨 정도로 관심이 증폭됐다. 여러 담론이 생산되면서 개념이 두루뭉술해졌지만, 일관된 핵심 개념은 디지털과 실물 세계의 결합, 디지털·바이오·제조 기술의 융복합 발전 등 두 가지다.
■ 문재인-안철수 논쟁 문재인 전 대표의 공약은 실현 가능성에서 점수가 높다. 그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구성과 세계 최고의 사물인터넷망 구축을 핵심 공약으로 내놓았다. 또 스마트 하우스·도로·도시 건설과 신재생 에너지시대 실현 등도 제시했다. 이런 정책들은 기존 정부의 산업 육성책이나 현재 우리 기업들이 추진하는 투자 방향과 다르지 않아 현실성이 높다. 다만 이런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 중심 정책은 초고속인터넷망을 빠르게 깔았던 김대중 정부 시절만 해도 실효성이 높았지만, 지금 시대에 맞게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장묵 고려대 정보창의교육연구소 교수는 “인터넷 속도가 딸려서 우리나라에서 알파고나 포켓몬고와 같은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다. 4차 산업혁명 혁신은 인터넷 정보와 현실 세계의 결합에서 발생하는데, 이때 필연적으로 생기는 법과 제도적 문제점을 예측하고 빠르게 정비하는 것이 정부의 핵심 역할이다. 공약에 이런 고민이 부재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주도 최고 IoT 구축”
실현가능성 크지만 혁신성 떨어져
안철수 “제도·문화 문제 해결 먼저”
4차 산업혁명 이해도 가장 높아
안희정 “방과후 학교도 업그레이드”
이재명 “기술 소외계층 대책 먼저”
남경필 “단기직 고용 안전성 강화”
유승민 “고시촌을 실리콘밸리로”
전문가들 “정부가 대책 마련해야
4차 혁명 부작용 줄일 수 있을것” 안철수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의 공약을 “과거 방식”이라고 비판하면서, “제도와 문화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주도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안 전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정책은 “교육 개혁”이다. 그는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대비로 초·중·고 교육을 전면 개편하는 창의 교육을 강조했다. 그는 또 융합 과학발전을 위해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한 부처로 통합하고 성공이 보장된 안일한 연구뿐 아니라 실패하는 연구에도 투자하도록 새 평가방법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안희정 충남지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특히 “(창의적 인재는) 정부가 양성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창의 교육을 강화하고, 방과후 학교 제도를 대폭 업그레이드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표의 정부 주도 정책에 대해서도 “정부 부처의 권한은 최대로 줄이는 것이 맞다”고 정면으로 반대한다. ■ 기술 소외계층 대책 그러나 이들 세 주자는 초점을 혁신과 발전에 두면서 기술 소외계층에 대한 대책이 취약하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공약은 ‘일자리’ 문제를 핵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이 시장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대량으로 해고되는 저기능·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기본소득을 포함한 국가적 생계 보장과 재훈련 제공”을 핵심 정책으로 내놓았다. 그는 한 강연회에서 “1인당 130만원”으로 구체적 액수까지 제시했는데, 재원 마련안은 “정부예산 구조조정”이라는 모호한 수준으로 남겨둬 실현 가능성이 의문으로 남는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단기 일자리에 대한 고용 안전성 강화를 핵심 정책으로 제시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운전자와 같이 기존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단기 노동자까지 포괄하는 고용 안전책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또 기본소득이 “증세 부담과 근로의욕 감퇴” 등을 가져온다며 “소득이 아닌 근로권을 보장하는 기본 근로권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제시했다. 이 시장의 대책이 좌파적 접근법이라면 남 지사의 접근은 우파적인 일자리 대책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고시촌을 실리콘밸리로” 바꾸겠다는 비전 아래 일자리 감소도 “창업 활성화”로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업기업이 대체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해 고용창출 효과가 낮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4차 산업혁명은 위기이자 기회이다. 인공지능과 유전자 조합 등 각종 기술이 복합적으로 발전하는 4차 산업혁명이 사회에 어떤 발전을 가져오고 어떤 부작용을 불러올지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독단적인 정책보다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강장묵 교수는 “기술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을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 리더가 혁신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성 송경화 윤형중 하어영 기자 sage5th@hani.co.kr
실현가능성 크지만 혁신성 떨어져
안철수 “제도·문화 문제 해결 먼저”
4차 산업혁명 이해도 가장 높아
안희정 “방과후 학교도 업그레이드”
이재명 “기술 소외계층 대책 먼저”
남경필 “단기직 고용 안전성 강화”
유승민 “고시촌을 실리콘밸리로”
전문가들 “정부가 대책 마련해야
4차 혁명 부작용 줄일 수 있을것” 안철수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의 공약을 “과거 방식”이라고 비판하면서, “제도와 문화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주도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안 전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정책은 “교육 개혁”이다. 그는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대비로 초·중·고 교육을 전면 개편하는 창의 교육을 강조했다. 그는 또 융합 과학발전을 위해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한 부처로 통합하고 성공이 보장된 안일한 연구뿐 아니라 실패하는 연구에도 투자하도록 새 평가방법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안희정 충남지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특히 “(창의적 인재는) 정부가 양성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창의 교육을 강화하고, 방과후 학교 제도를 대폭 업그레이드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표의 정부 주도 정책에 대해서도 “정부 부처의 권한은 최대로 줄이는 것이 맞다”고 정면으로 반대한다. ■ 기술 소외계층 대책 그러나 이들 세 주자는 초점을 혁신과 발전에 두면서 기술 소외계층에 대한 대책이 취약하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공약은 ‘일자리’ 문제를 핵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이 시장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대량으로 해고되는 저기능·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기본소득을 포함한 국가적 생계 보장과 재훈련 제공”을 핵심 정책으로 내놓았다. 그는 한 강연회에서 “1인당 130만원”으로 구체적 액수까지 제시했는데, 재원 마련안은 “정부예산 구조조정”이라는 모호한 수준으로 남겨둬 실현 가능성이 의문으로 남는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단기 일자리에 대한 고용 안전성 강화를 핵심 정책으로 제시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운전자와 같이 기존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단기 노동자까지 포괄하는 고용 안전책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또 기본소득이 “증세 부담과 근로의욕 감퇴” 등을 가져온다며 “소득이 아닌 근로권을 보장하는 기본 근로권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제시했다. 이 시장의 대책이 좌파적 접근법이라면 남 지사의 접근은 우파적인 일자리 대책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고시촌을 실리콘밸리로” 바꾸겠다는 비전 아래 일자리 감소도 “창업 활성화”로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업기업이 대체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해 고용창출 효과가 낮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4차 산업혁명은 위기이자 기회이다. 인공지능과 유전자 조합 등 각종 기술이 복합적으로 발전하는 4차 산업혁명이 사회에 어떤 발전을 가져오고 어떤 부작용을 불러올지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독단적인 정책보다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강장묵 교수는 “기술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을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 리더가 혁신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성 송경화 윤형중 하어영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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