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달 탐사 경연대회 ‘구글 루나 엑스프라이즈’의 최종 후보팀들이 달에 보낼 착륙선과 탐사로봇. 윗줄 왼쪽부터 스페이스일, 문익스프레스, 하쿠토,팀인더스. 루나 엑스프라이즈 제공.
“미국이 달에 돌아가야 할 때가 왔다. 이번엔 거주할 차례다.”(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
인간 달 착륙 시대를 연 미국에서 달이 다시 뉴스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우주 탐사에 큰 관심을 표명하면서 불이 지펴지고 있는 양상이다. 트럼프 임기가 끝나는 2021년 이전에 유인 달 탐사가 가능한지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은 2018년부터 예정된 새 우주발사시스템(SLS) 가동 계획을 이에 맞춰 수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근엔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내년 하반기에 관광객 2명을 태우고 달 궤도 여행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꺼내놓았다. 그러자 라이벌인 베조스의 달 탐사 구상 백서가 흘러나왔다. 베조스가 트럼프 당선자 시절에 정권인수팀과 나사에 보낸 이 기획서는, 2020년대 중반까지 인간정착시설 건설을 위한 실험장비와 화물을 보내자는 제안을 담고 있다. 1972년 12월 마지막 달 착륙자였던 아폴로 17호 선장 유진 서넌의 지난 1월 사망 소식도 뉴스의 한켠을 차지했다.
지금까지 달에 착륙한 사람은 12명이다. 모두 미국인 우주비행사다. 무인 탐사선까지 포함해도 달 표면까지 가본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뿐이다. 모두 정부 프로젝트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는 탓이다. 아폴로계획에는 250억달러의 정부 예산이 투입됐다.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지 않고도 달에 갈 수는 없을까? 10년 전 구글은 이런 생각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루나 엑스프라이즈’라는 이름의 무인 우주선 달 착륙 경진 대회다. 총상금 3천만달러를 내건 이 프로젝트는 그러나 순탄치만은 않았다. 세 차례의 일정 연기 끝에 로켓 발사계약을 마친 5개 팀이 최종 후보로 지난 1월 확정됐다. 여기까지 오는 데 10년이 걸렸다. 이스라엘의 스페이스일, 미국의 문익스프레스, 인도의 팀인더스, 일본의 하쿠토, 국제합동팀 시너지문이 주인공들이다. 가장 먼저 임무를 완수하는 팀에 우승상금 2천만달러가 주어진다. 임무는 세 가지다. 우선 올해 12월31일까지 무인 우주선을 발사해야 한다. 둘째, 탐사로봇으로 달 표면을 500m 이상 이동해야 한다. 셋째, 지구로 고해상도 사진과 동영상을 전송해야 한다. 어느 한 팀이라도 임무를 완수하면 2017년은 민간 달 탐사의 원년으로 역사에 남게 된다.
가장 먼저 최종 후보 자격을 따낸 스페이스일은 바퀴를 이용하지 않고, 내장된 추진장치를 이용해 개구리처럼 폴짝 뛰는 방식으로 탐사로봇을 이동시킬 계획이다. 문익스프레스 역시 같은 방식이다. 15개국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시너지문은 자체 개발한 넵튠8 로켓을 이용한다. 팀인더스와 하쿠토는 인도우주개발기구의 로켓과 착륙선에 함께 탑승해 달로 날아간다. 하쿠토팀은 달 탐사를 2중 로버 시스템으로 추진한다. 지상은 4바퀴 탐사차로, 지하는 2바퀴 탐사차로 활동한다.
민간 기업들이 달 탐사에 나서는 가장 큰 목적은 뭘까? 달에서 광물자원을 채취하기 위해서다. 달에는 백금, 희토류, 티타늄 등 귀한 광물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빈 자인 문익스프레스 공동창업자는 달 자원의 가치가 수조 달러에 이른다고 말한다. 이를 명목으로 수백억원대 투자금도 받았다. 과학자들은 그중에서도 특히 헬륨3에 주목한다. 달 표면 먼지에 포함된 헬륨3은 미래의 핵융합발전의 주된 원료이다. 달에 있는 헬륨3의 양은 오랜 기간 인류 전체가 쓰고도 남을 만큼 방대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익스프레스의 최고경영자 밥 리처드는 “우리의 목표는 지구의 사회·경제적 영역을 달에 확장하고, 저비용 달 탐사 및 개발 시대를 여는 것”이라며 달은 인류의 ‘제8대륙’이라고 말한다. 과연 민간 달 탐사는 제8대륙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될까?
1967년 유엔은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의 탐색과 이용에서의 활동을 규정한 ‘우주조약’을 채택했다. 우주 활동은 인류 공동의 이익을 위해 이뤄져야 하며, 어느 특정 국가도 우주 공간과 천체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1979년에 만들어진 달 조약도 특정 국가나 기관, 개인이 달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개발 이익을 독점해선 안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강제력이 없는 조약들이다. 특히 달 조약에는 우주 선진국이 한 나라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미 그럴 조짐이 나타났다. 2015년 미국 정부는 새 우주법을 만들었다. ‘상업적 우주발사 경쟁력 법’이라는 이름의 이 법은 민간 기업이 우주 공간의 자원을 채굴해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민간 달 탐사 경쟁을 보면서, 과거 서유럽의 신대륙 탐험이 떠올려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15세기 후반 이후 본격화한 서유럽의 신대륙 탐험도 금과 은, 향료라는 새로운 부의 원천을 찾아나선 것이었다. 이를 둘러싼 경쟁은 전 지구 차원의 학살과 전쟁을 불러일으켰다. 민간 달 탐사 시대의 출발대 앞에 선 인류는 평화로운 자원 획득이라는 새 길을 개척할까, 아니면 근대 역사가 달려온 피의 전철을 되밟을까?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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