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과학기술정책 토론 행사가 자주 열리죠. 어떤 날엔 하루 3곳에서 토론회가 열려요. 대부분은 성장동력, 부처 개편, 종합조정체제(컨트롤타워) 같은 주제를 다룹니다. 갑자기 찾아온 대통령 선거 탓에 준비가 부족했는지 신선한 개선 방안은 부족한 느낌이에요.”
국회입법조사처의 권성훈 조사관(공학박사)은 “선거일까지 일정이 짧은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도 따로 없는 터라 새 정부 구성 때까지 정책 토론이 충분히 이뤄지기 힘들 듯하다”며 “성장동력과 거버넌스 외에 다른 현안 주제를 다루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부처 개편 중심의 토론은 이전 대선 때에도 되풀이됐던 풍경이었다. 행정체계를 비롯해 정책의 기본 틀이 되는 이른바 ‘거버넌스’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개혁 대상이 됐다. “새로운 정부가 집권하게 되면 정부조직 개편이 일상화되고 있다. 특히 정부조직 중에서도 최근 변동의 횟수와 폭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영역이 바로 ‘과학기술정책 거버넌스’라고 할 수 있다.”(천세봉 등, 한국정책학회 논문집, 2013) 이런 지적은 부처 간 경쟁, 권력 대립 구도 같은 정치적 요인이 안정적 기반을 쌓아가야 할 과학기술 거버넌스의 불안정성을 키운다는 우려를 보여준다.
부처 개편 같은 거버넌스의 큰 문제는 새 정부에서 큰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지만, 그렇더라도 연구현장의 현안들이 이에 가려져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지금 과학기술정책 토론에서 가장 크게 주목을 받는 것은 아마도 부처 개편 문제인 것 같다”면서도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역할, 비정규직 문제, 하향식과 상향식 연구과제 간의 비율 문제,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 같은 문제에 대해 더욱 활발한 토론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버넌스는 세밀한 연구현장의 방향까지 결정하는 시금석이며 연구현장의 체계를 만들어내는 것도 거버넌스의 방향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이런 논의는 중요하다”면서도 “적절한 거버넌스 안에서 연구자 중심의 기초연구 지원 확대, 청년과 여성 등 연구인력 일자리와 처우, 정부출연 연구기관 개혁 같은 여러 현안들을 함께 다루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예산이 걸린 ‘경제성장 동력 과학기술 선정’ 정책에 집중하는 분위기에도 경계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연구자 중심의 기초연구 확대를 주장해온 호원경 서울대 의대 교수(생리학)는 최근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임이 분명하지만 과학 정책까지 거기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며 “정부 주도의 국책연구에 치우친 연구비 지원 구조를 과감히 개혁하고 다양한 분야의 기초연구 투자를 확대하는 실질적인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성훈 조사관은 “새 정부에 인수위 기간이 없다는 점은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며 “정부 출범 이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서 폭넓게 여러 현장 의견을 모아 지속가능한 정책 개선을 이뤄가는 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철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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