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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1600원이면 내 힘으로 온실가스·미세먼지 줄인다”

등록 2017-06-12 08:43수정 2017-06-12 08:46

석탄발전 미세먼지 배출량
천연가스발전의 1350배나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2배
가구당 1600원 전기요금 더 내
5년간 발전연료 전환 투입 땐
온실가스 6450만톤 감축 효과
독일선 가구당 2만7천원 부담
한 달에 한 가구당 1600원 정도 전기요금을 더 내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미세먼지를 줄여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 신성장연구실의 장우석 연구위원은 지난 7일 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에너지 전환 시대 풀어야 할 과제들-에너지 전환 비용 얼마나 들까’ 세미나에 참석해 “향후 5년 동안 석탄화력발전 일부를 천연가스발전으로 전환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2.3조~2.6조원(총 12조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가구당 비용으로 계산하면 월 1600원 정도가 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PM2.5)의 14%는 발전소에서 배출되는데, 주로 석탄이나 석유 화력발전소에서 나온다. 석탄화력발전에 비해 천연가스발전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1350분의 1에 불과하다. 또 천연가스발전의 온실가스 배출계수(㎏-CO₂e/㎾h)는 석탄화력발전의 44%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2.29억톤 가운데 29.5%(6450만톤)를 발전부문 연료 전환을 통해 감축하겠다”고 지난해 수립한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에서 밝혔다.

장 연구위원은 “설비용량에 따라 발전량이 정해지는 원자력이나 신재생발전을 제외하고 이용률 조정이 쉬운 석탄화력과 천연가스발전만 고려해 계산한 것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 사회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전체 비용을 추산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2001년부터 경남 하동군 금성면 가덕리에서 가동되고 있는 한국남부발전 하동화력발전소. <한겨레> 자료사진
2001년부터 경남 하동군 금성면 가덕리에서 가동되고 있는 한국남부발전 하동화력발전소. <한겨레> 자료사진
월 1600원은 단순하게 계산한 값이지만, 독일 국민이 에너지 전환을 위해 내는 부담금과 견줘 큰 금액은 아니다. 독일 국민들은 2022년까지 원자력 완전 폐쇄,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80% 등의 에너지 전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마다 추가로 전기요금 인상분을 내고 있다. 올해 추가부담금은 1㎾h당 6.88센트(89원)로 지난해보다 0.53센트가 올랐다. 매월 300㎾h를 쓰는 가정의 경우 전기요금이 20.6유로(2만6700원) 인상되는 셈이다. 염광희 서울시에너지공사 에너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독일 국민의 청장년층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우유도 못 먹고 모래놀이도 하지 못하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당했던 트라우마가 있어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의지가 강한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독일 재생에너지협회가 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통한 지원이 필요하다. 3인 가구가 1년에 3500㎾h를 쓰면 월 85유로(11만원)를 내야 하고, 이 가운데에는 재생에너지 부담금 21유로(2만7천여원)가 포함돼 있는데 이 액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4%가 ‘적당하다’고 답변했다. ‘너무 적다’고 답변한 사람도 6%나 됐다. 또 전원시설을 집 주변에 짓는 것에 대해서는 태양광 단지와 풍력발전기는 각각 73%, 52%가 찬성 뜻을 밝힌 반면 원전과 석탄발전을 수용하겠다는 사람은 각각 5%, 6%에 그쳤다.

권필석 고려대 에너지환경정책기술대학원 교수는 2050년까지 수송부문을 포함해 모든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목표를 설정한 덴마크의 미래 에너지 시나리오를 소개하면서 “2050년의 총 에너지 시스템 비용이 화석연료 비중이 30%인 현시점보다 다소 늘어나는 것으로 돼 있지만 미래 에너지 시스템이 난방과 수송 수요의 증가를 감당하는 것을 고려하면 사회경제적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화석연료보다 재생에너지 시나리오에서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데서 오는 보건 비용의 절감 효과도 있다고 권 교수는 설명했다. 덴마크의 미래 에너지 시나리오는 원할 때 끌어쓸 수 없는 급전 불가능 에너지인 풍력·태양광보다는 바이오에너지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저장기술이 훨씬 비싼 전력저장기술, 곧 배터리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해 시나리오 구성에서 배터리 기술이 빠져 있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권 교수는 “덴마크의 바이오에너지 원료는 산림 및 농작물 폐기물과 낙농 부산물이며 에너지 작물 재배는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있다. 또 토지의 재생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이를 고려해 에너지 부존량을 계산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공개한 ‘온실가스 감축 및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전력정책 제안’에서 현재 안정적·경제적 발전원 우선 원칙에 따라 석탄화력 39.5%, 원자력 30.0%, 천연가스 22.3%, 신재생발전 4.3%로 돼 있는 전원믹스를 2030년에는 석탄화력은 25%, 원자력은 22%로 비중을 축소하고 신재생 17%, 천연가스발전은 34%로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런 전원믹스는 올해부터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6개월 동안 석탄화력발전기 가동을 70% 줄여 연간 20% 이상의 발전량을 감축하고, 원자력발전의 경우 수명만료 원전의 연장을 제한하고 건설 계획 중인 원전은 백지화해 발전량 비중을 줄이면 가능하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건설 계획 단계인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해 신규 원전 6기를 백지화해야 한다. 반면 설비용량은 전체 발전원의 30.8%에 이르면서도 발전량은 22.3%에 불과한 천연가스발전의 이용률을 대폭 끌어올리고, 신재생에너지 설비투자를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대비 50% 높일 것을 현대경제연구원은 제안했다.

장우석 연구위원은 “이런 전원믹스가 실현되려면 올해 수립하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석탄화력발전량 상한을 설정하고 전력공급 때 경제성과 함께 환경과 안전을 고려(환경급전)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올해 3월 개정된 ‘전기사업법’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부속 법령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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