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주 공간에는 인간이 만든 약 50만개의 우주 쓰레기들이 떠돌고 있다. 이 파편들은 시간당 2만8000㎞의 속도로 지구 위를 떠돌고 있다.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의 안전을 위해선 이 쓰레기들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우주 공간에선 지상에서 쓰는 흡착기나 테이프는 쓸모가 없다. 우주는 진공 상태인데다 끈적끈적한 물질은 우주공간의 극심한 온도 변화를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석도 상대편 물체가 자성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작살이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자칫하면 우주 쓰레기와 부딪혀 되레 쓰레기를 엉뚱한 곳으로 밀어낼 위험이 있다.
미 스탠퍼드대와 항공우주국 과학자들이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우주파편 로봇집게를 선보였다. 벽에 잘 달라붙는 도마뱀 발바닥의 흡착 시스템을 응용해 시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10년 전 도마뱀이 벽에 달라붙는 방식에서 영감을 얻은 등반로봇 연구의 부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무중력 실험실에서 테스트한 결과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만든 흡착집게는 도마뱀의 발바닥에 붙어 있는 미세한 숱한 돌기들이 표면과 접촉할 때 생기는 ‘당기는 힘’(반데르발스 힘)을 이용한 것이다. 로봇집게의 돌기는 도마뱀처럼 미세하지는 않다. 흡착집게의 돌기는 40마이크로미터, 도마뱀의 돌기는 200나노미터다. 도마뱀의 발처럼 돌기를 특정 방향으로 밀면 착 달라붙는다. 연구진의 다음 목표는 고수준 방사선과 극한의 온도를 견딜 수 있는 재료를 개발하는 것, 그리고 이를 실제 우주정거장 밖에서 테스트하는 것이다.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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