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과학]
질환 연구에 쓰이는 실험동물 쥐. 위키미디어 코먼스
여성에게 부작용 일어날 수도 젠더 혁신은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론다 시빙어 교수가 주창하고, 이후에 확산한 과학·공학의 새로운 연구 태도 또는 방식으로, 과학기술에 스며 있는 남성 중심에서 벗어나 편견 없는 지식을 얻자는 제안으로 요약된다. 국내에선 2013년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관심이 일기 시작해 2015년 국제 행사인 ‘젠더서밋’을 서울에서 연 데 이어 지난해 젠더혁신연구센터가 정식 출범했다. 젠더 혁신의 동향을 담고 있는 누리집(genderedinnovations.stanford.edu)을 보면, 성·젠더 차이를 과학기술에 반영해야 하는 근거를 밝히는 연구나 젠더 혁신을 통해 이룬 연구 사례들은 그동안 많이 쌓여 왔다. 널리 알려진 사례로, 수컷 동물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개발된 신약이 여성들에게 효과가 더 낮거나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1990년대부터 제기됐다. 2014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실험에서 동물과 세포를 쓰는 모든 전임상 연구에서 양성 균형을 맞추도록 지침을 공고한 바 있다. 자동차 충돌 실험에 남자 인체 모형만 쓰다 보니 실제 사고에서 목뼈를 다칠 위험이 남자보다 여자가 2배 높다는 분석도 있었고, 이후에 충돌 실험에 여자·임신부의 인체 모형을 쓰는 자동차회사도 생겨났다. 기계번역에선 남성 위주의 언어 번역이 나타난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개선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통증 메커니즘에도 남녀 차이가 있다는 연구도 있어 통증의 성별 차이 연구도 불가피해졌다. 젠더 분석은 사회문화적인 성별 차이가 중요한 의생물학, 보건학,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조된다. 백 센터장은 “최근엔 통증 실험에서 연구자 성별에 따라 실험동물이 다른 영향을 받는다는 캐나다 맥길대학의 연구도 있었다”며 “실험 대상을 대하는 연구자 자체에도 양성 균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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