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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경주 지진 1년새 여진 634회…땅속을 흔드는 범인은?

등록 2017-09-18 10:05수정 2017-09-18 14:21

[미래&과학] 지진 원인 논쟁
지난해 9월12일 저녁 경주에서 지진계 관측 이래 최대인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경주지진 발생의 배경을 놓고도 양산단층 등 주변 지형에서 비롯됐다는 가설,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일 것이라는 주장 등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지진피해로 기와가 무너져 내린 경북 경주 월성동 통일전 본전 지붕 모습. 경주/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지난해 지진피해로 기와가 무너져 내린 경북 경주 월성동 통일전 본전 지붕 모습. 경주/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지난해 9월12일 경주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나 여진이 많이 줄었지만 선행 연구들을 보면 여진은 몇년 뒤에도 발생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지난 11~13일 경주에서 열린 대한지질학회와 기상청 주최의 ‘9·12지진 그리고 1년 워크숍’에서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경주지진 여진이 끝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주지진의 여진은 지난 10일까지 634회가 발생했다. 규모 2.0 이상의 여진은 지난 6월27일 저녁 8시17분께 경주 남남서쪽 12㎞ 지점에서 발생한 것이 마지막이다. 하지만 여진이 끝나지 않은 건 경주지진만이 아니다. 이날 워크숍은 경주지진의 원인 분석을 둘러싼 지진·지질학계의 논쟁이 여전히 ‘여진중’임을 보여줬다.

지난해 경주 지진으로 천장 일부가 무너져 내린 식당. 연합뉴스
지난해 경주 지진으로 천장 일부가 무너져 내린 식당. 연합뉴스
첫번째 논쟁은 김영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의 ‘양산-덕천단층 연결손상대 파열 원인설’을 놓고 벌어졌다. 김 교수는 경주지진이 양산단층과 그 가지단층인 덕천단층 사이의 단층손상대 안에 발달하는 부수단층이 활동해 발생했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양쪽에 주 단층이 있으면 사이에 작은 단층들이 생기고 단층이 활동할 때 생기는 손상대가 존재하게 된다. 주 단층을 잇는 여러 연결대 가운데 하나가 깨진 것이다. 땅속 깊이 들어가면 덕천단층과 양산단층이 만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경주지진의 전진과 여진이 두 단층 연결부에 주로 분포한다는 사실과 경주지진 진앙의 지표 부근을 조사한 결과, 라이다 원격탐사 및 물리탐사 등의 결과를 종합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19세기 초 미국 중부 뉴매드리드 대지진과 1970년대 중반~80년대 초반에 발생한 샌앤드레이어스단층의 여진 분포와 단층 형태와 유사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양산-덕천단층 연결손상대 파열”
김영석 교수 덕천단층 기원설에
“두 단층 활성 여부 미확인” 반론

“2011년 동일본대지진 여파로 발생”
홍태경 교수 한반도 지반 약화설엔
“일본 영향 1년반 만에 해소” 반론

수도권 지진 가능성 놓고도 이견
역사·계기지진 불일치 해석 놓고
“큰 지진 가능” “기록 편중 탓” 맞서

이에 대해 홍태경 교수는 “뉴매드리드와 샌앤드레이어스 사례에서 연결대가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주 단층이 움직여 힘이 누적돼 약한 곳이 부서져야 지진이 난다. (양산·덕천) 두 단층이 존재한다 해도 힘이 누적돼 움직였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가설이 증명되려면 양산단층과 덕천단층이 활성단층이어서 움직여 응력이 쌓였다는 것이 먼저 확인돼야 한다는 반론이다.

※이미지를 누르시면 확대됩니다
홍태경 교수는 경주지진이 2011년 3월11일 일본 도호쿠지방에서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발생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홍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은 거리가 1500㎞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지만 한반도 여러 곳에 강한 지진동을 만들어냈다. 한반도에서 그동안 지진이 자주 발생했던 곳들을 중심으로 하루 동안 작은 지진들이 다수 발생한 것이 관측됐다. 또 한반도가 울릉도에서는 5㎝, 백령도에서는 2㎝, 전체적으로 3㎝가량이 일본 쪽으로 끌려갔다”며 “경주지진은 동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한반도의 지반이 약해져 발생한 여러 현상의 하나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우선 규모 2.5 이상의 지진 발생 횟수가 2011년 이전에는 연간 22.74개의 경향을 보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연간 36.63개로 급격히 증가했음을 근거로 들었다. 또 울산 앞바다와 군산 앞바다에서 군집형 지진들이 발생한 점도 주목했다. 특히 백령도의 경우 비슷한 군집형 지진이 발생했는데 기존 지질구조가 아닌 다른 방향을 따라 지진이 일어나 새로운 스트레스에 반응한 것으로 홍 교수는 해석했다. 홍 교수는 “경주지진은 고주파수 에너지가 많이 나온 특징이 있는데 이를 분석해 보면 단층면이 신선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랜만에 움직였거나 새로 만들어졌다는 얘기인데 새로 만들어졌을 확률이 적으니 오랜만에 활동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경주지진은 한반도 곳곳에서 발생하는 여러 지진처럼 양산단층 인근 지하의 한 단층이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응력이 쌓여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국토지리원의 위치정보서비스(GPS) 30개 지점에서 관측한 바로는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바뀌었던 지형이 1년6개월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경주지진은 동일본 대지진과는 다른 사건일 수 있다”는 반론을 폈다.

한편 홍 교수는 “역사지진과 계기지진의 발생 위치를 비교한 결과 지진의 발생 빈도가 높은 지역이 대부분 일치하는 반면 유독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지역에서만 계기지진 발생 빈도가 낮게 나왔다”며 “이 지역에서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역사서에는 조선시대 1000여건을 비롯해 모두 2000여건의 지진이 기록돼 있다. 또 기상청이 현대적인 지진계로 지진을 관측하기 시작한 1978년부터 2015년까지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모두 1212회가 기록됐다. 이들 두 자료를 비교해보면 한반도에서는 주로 평양 북쪽, 동서 해안, 속리산 부근에서 많은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일치한다. 하지만 수도권의 경우 역사지진에서는 지진 발생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최근 40여년 동안에는 큰 지진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홍 교수는 “이는 지질학적 특성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수도권 일대의 경기육괴는 강한 암반이어서 응력이 쌓일 때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조선시대 많은 지진으로 응력이 해소됐고 지금도 응력이 쌓였겠지만 아직 단층을 쪼갤 정도는 아닌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기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는 “역사지진이 경주, 서울, 개성 지역 등지에 집중된 것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어서 피해가 충실하게 보고·기록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단순한 지진 횟수만으로 분석한 것이 아니라 지진원과 단층과의 관계 등을 계산해 <미국지진학회지>에 논문으로 보고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경주/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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