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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한국도 동물대체시험법 연구개발 국가로 도약중”

등록 2017-12-14 13:23수정 2022-08-12 19:07

[인터뷰]
이종권 한국동물대체시험법 검증센터 부센터장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에 동물대체 시험 연구에 관해 두 차례 글을 쓴 적이 있다 (▷바로가기 http://bit.ly/2BifAl8). 이번 글에서는 국내외 전문가들을 만나 현장에서는 실제로 어떤 동물대체시험 방법들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는지 들어보고자 한다. 우선 2009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식품약품안전평가원 산하에 세워진 ‘한국 동물대체시험법 검증센터’(KoCVAM, 이하 ‘한국검증센터’)에서 동물대체시험법의 연구개발과 검증, 보급을 이끌고 있는 이종권 부센터장(평가원 과장)한테 국내 현황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종권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 부센터장 겸 평가원 특수독성과장
이종권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 부센터장 겸 평가원 특수독성과장

1990년대부터 동물대체 연구 활발…한국서도 본격화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한국정책국장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한국정책국장

서보라미: 안녕하세요, 과장님.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먼저 과장님과 한국검증센터, 즉 코크밤(KoCVAM)의 소개를 부탁 드릴게요.

이종권: 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이하 검증센터) 부센터장이며 평가원의 특수독성과장 직을 겸해 맡고 있습니다. 한국검증센터는 동물대체시험 방법을 개발하고 이런 시험 방법이 국가적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하기 위해 식약처에 2009년 만들어졌습니다.

서보라미: 한국검증센터가 만들어진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이종권: 제가 독성 관련 업무를 한 지 26년 정도가 되었는데요, 초기에는 동물실험을 대체하자는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던 시기입니다. 그런데 유럽연합에서 이미 1960년대부터 동물실험을 대체하기 위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는 화장품 독성의 동물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도 대체시험 방법을 연구하기 위한 논의가 점점 활발해졌고, 일본에서도 동물대체시험을 위한 학회가 만들어졌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에 맞추어 국내 학계와 화장품업계 연구자 분들과 함께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해외에서는 동물실험의 윤리적 문제와 동물실험의 과학적 한계성이 대두되어, 이를 대체하기 위한 시험 방법을 연구, 검증하는 국기기관 산하 센터가 설립되었는데,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동물대체시험을 연구, 검증하는 콘트롤타워의 설립 필요성이 제기되어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산하에 한국검증센터(KoCVAM)를 설립했습니다.

올해 시행 ‘화장품법’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이종권: 유럽에서는 일찌감치 1992년 유럽연합 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ECVAM)가 생겼고, 미국에서는 정부 부처들이 함께 만든 동물대체시험법 검증위원회(ICCVAM)가 2000년에 구성되었습니다. 일본의 동물대체시험검증센터(JaCVAM)도 뒤이어 2005년에 설립되었고요.

이런 검증센터들은 국제적으로 협력하기 위한 동물대체시험법 국제협약(ICATM)을 체결하여,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동물대체시험법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으며 한국검증센터도 2011년부터 이 협력기구의 일원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7년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화장품법’의 시행으로 동물대체시험법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고 연구가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검증센터도 동물대체시험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의 개발과 보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제적인 시험방법으로 채택이 되도록 하기 위해 한국검증센터가 제안한 유세포분석기(flow-cytometry)를 이용해 림프구 증식을 측정하는 원리의 피부 감작성 시험법과 인체각막모델을 이용한 안자극 시험법을 제안해놓은 상태입니다. 과거에는 해외의 동물대체시험법을 도입하는 도입국가 였다면, 이제는 시험법을 직접 개발하는 개발국가로 도약하게 된 것이죠.

서보라미: 지금 특수독성과에서 한국검증센터 운영을 겸하고 있는데요, 특수독성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가요? 그리고 동물대체시험과는 어떤 관계가 있어 함께 운영하고 있는 것인가요?

이종권: 독성 분야가 기존에는 ‘일반독성’과 ‘특수독성’으로 나뉘어 있었어요. 지금은 이런 구분을 하지 않지만요. 일반독성은 입으로 유해물질을 섭취 또는 흡입을 했거나 반복적으로 유해물질에 노출될 때 생체에서 나타나는 독성을 평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특수독성은 여기서 좀 더 세분화 되고 복잡한 경로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생식 및 발생 독성, 면역 독성, 유전 독성, 발암성 분야를 포함하고요.

독성 분야의 흐름을 봤을 때 특수독성 분야에서 동물실험을 대체하기 위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평가원의 특수독성과에서 함께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대체시험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점점 높아지는 것을 보면 한국검증센터가 앞으로는 따로 조직을 꾸려 운영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재현 가능한 동물대체시험법 개발이 관건

서보라미: 한국검증센터의 기능 중 검증이 있는데요, 이 검증 절차란 무엇이고, 왜 필요한 것인가요?

토끼를 이용한 동물실험과 인체모델을 이용한 시험방법 비교. 자료: 프래그런스저널코리아(Fragrance Journal Korea
토끼를 이용한 동물실험과 인체모델을 이용한 시험방법 비교. 자료: 프래그런스저널코리아(Fragrance Journal Korea

이종권: 새롭게 개발되는 동물대체시험법이라는 것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이 시험법을 누가 수행하더라도 비슷한 결과가 나옴으로써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객관화 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검증’이라고 하는데요,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고려사항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시험자가 오늘 시험하고 다음날 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지, 같은 실험실 내에서도 다른 시험자가 수행했을 때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지를 봐야 하고요. 두 번째로는 서로 다른 실험실에서도 수행했을 때에도 유사한 결과가 나오는지 검증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밝혀내는 검증을 위해서 적어도 3곳 이상의 실험실에서 시험법을 테스트 합니다.

서보라미: 그럼 새로운 시험법을 제안하고, 이렇게 객관성을 도출하기 위한 검증까지 절차가 굉장히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겠네요?

이종권: 네, 그렇죠. 외부에서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시험방법을 처음 제안받으면 이에 대해 한국검증센터에서 외부전문가와 함께 검토하고 어떤 식으로 검증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그 계획을 수립하죠. 이렇게 검증 관리가 된 이후에는 최종적으로 ‘검증보고서’가 나오게 되는데요, 이 검증보고서를 다시 평가하는 전문평가(peer review) 팀이 있습니다. 이 전문평가 팀은 국외 검증센터들과 함께 외부 전문가로 구성이 됩니다.

이렇게 평가가 끝난 시험법은 시험법 가이드라인으로 작성되고, 이 가이드라인은 독성시험의 경우에 국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의료기기의 경우엔 국제표준화기구(ISO), 의약품의 경우에는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와 같은 국제 기구에서 다시 한 번 전문가 검토를 거치면 각 나라의 의견을 수렴하고 최종 동의를 받아 국제 가이드라인으로 등재가 됩니다. 이 전체 기간이 15년-20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됩니다. 국내에서는 이 오랜 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연구가 바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 첫 제안 ‘독성시험 가이드라인’ 국제공인 기대

서보라미: 한국검증센터에서 진행되는 연구, 그리고 앞으로 계획하는 주요 연구에는 무엇이 있나요?

이종권: 현재 우리 검증센터에는 국내 최초로 OECD 독성시험 가이드라인으로 제안한 시험법이 있습니다. 접촉성 피부염을 시험할 수 있는 피부감작성을 평가하는 시험법인데요, 2016년 OECD 독성시험 가이드라인 개발 계획으로 채택되어 2018-19년에 국제 가이드라인으로 채택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른 시험법으로는 국내에서 인체 각막 모델을 이용한 안자극 시험법인데요, 인체 각막 모델은 사람의 각막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모델 입니다. 사람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인체와 유사하고, 기존에 많이 사용하는 토끼 실험을 대체하는 방법으로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사람의 피부세포를 변형해 만든 각막세포로 자극시험을 하는 시험법이 검증을 통과해서 OECD 가이드라인으로 채택되었습니다.

앞으로는 국내에서 개발한 사람 피부세포를 이용한 피부자극시험, 기관지 상피세포를 이용한 흡입독성 예측시험법, 발생독성시험 예측시험법 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독성예측 시험법이라는 것은 시험 대상 물질들의 독성을 예측하여, 모든 물질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스크리닝 하여 꼭 필요한 물질만 추가적으로 시험할 수 있도록 선별하는 방법인데요, 이런 독성 예측 스크리닝 시험법으로 실험동물의 수,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보라미: 동물대체시험 확산을 위한 국내외 협력은 어떻게 이루어 지고 있나요?

이종권: 한국검증센터로 동물대체시험법에 대한 문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요, 해마다 ‘함께하는 동물대체시험법 교육 워크숍’을 열고, 실제 시험법에 대한 실습교육을 진행합니다. 시험법 실습을 위해 대학, 연구소, 기업에서 보고싶다는 문의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정부, 산업계, 학계가 함께 동물대체시험 연구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는 산학관 워크숍도 지난해부터 해마다 1회씩 개최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한국이 2011년 세계 검증기관들과 협력하기 위해 ICTAM에 가입한 이후로 한국검증센터가 가이드라인 안을 제안하면서부터 파트너 기관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에서 필요한 때에는 한국이 과학전문위원으로도 참여해서 시험법에 대한 자문을 주고 국제학회에도 참여하여 한국의 연구 현황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고 있습니다.

2017년8월호
2017년8월호

2016년 함께하는 동물대체시험법 교육 워크숍.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홈페이지 제공
2016년 함께하는 동물대체시험법 교육 워크숍.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홈페이지 제공

동물실험 금지 분야 확대될까

서보라미: 국내에서 동물대체시험 연구 활성화를 위해 넘어야 할 과제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이종권: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시험법은 아직 보편화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물대체시험법의 일부는 동물실험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시험시간이 짧은 것도 있지만 일부 시험은 동물실험에 비해 비용과 시간이 더 들어가는 시험법도 있습니다. 또한 정부 혼자만은 할 수 없고 관련 산업계, 연구계, 소비자 등과의 협력이 필요하고요. 산업계, 연구계 등에서도 경영진, 연구자 등이 다소 번거롭고 비용이 들더라도 될수록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시험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며 소비자들도 이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향후에는 지금 화장품 분야에 적용되는 동물실험 금지가 다른 제품 분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여론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보라미: 네, 과장님. 이렇게 시간 내어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서보라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한국정책국장 bseo@hs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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