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자욱이 낀 새벽 강추위가 닥쳐 경기도 파주시 오금리 수양버드나무에 서리꽃이 피었다. 2017년 기상사진전에서 계절사진상을 받은 안태규씨 작품. 기상청 제공
강원지방기상청은 지난 10월12일 “북서쪽에서 영하 12도 이하의 찬 공기가 남하하고 맑은 날씨에 복사냉각까지 더해져 13일 새벽부터 아침 사이에 강원 내륙과 산지 일부에 얼음이 얼고 서리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다음날 설악산을 제외한 강원 지역 대부분은 영상 기온을 기록하며 서리가 내리지 않았다. 올가을 첫서리는 18일 뒤인 10월30일 대전과 춘천에서, 다음날에는 서울 등 전국 여러 지역에서 관측됐다.
서리는 춥고 맑은 새벽에 기온이 0도 이하로 내려갈 때 대기 중 수증기가 냉각돼 땅이나 주변 물체에 접촉해 얼어붙은 매우 작은 얼음 결정이다. 아침에 바쁜 출근길 발목을 잡는 자동차 앞유리창의 성에도 서리의 일종이다. 성에가 낄지 미리 알아 종이 따위로 유리창을 덮어놓을 수 있을까? 강원기상청 자료에서 보듯, 서리가 생기려면 우선 맑은 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야 하고 습도가 높아야 하며 무엇보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야 한다. 바람이 강하면 수증기를 쓸어가기에 서리가 잘 내리지 않는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복사냉각에 의해 지표층이 15~20m의 상층부보다 온도가 낮은 역전층이 형성됐을 때 수증기가 유입되거나, 수평기류에 의해 습윤한 기단에 차가운 공기가 유입될 때 생긴다.
올해 2월 전북 덕유산 중봉 가는 길목의 주목에 핀 상고대. 2017년 기상사진전에서 입상한 송지건씨 작품. 기상청 제공
국립농업과학원 연구팀이 최근 <한국농림기상학회지>에 게재한 ‘기계학습법을 이용한 서리 발생 추정 연구’를 보면, 서리가 발생한 날 최저기온은 서리가 발생하지 않은 날보다 2.2도가 낮았다. 서리가 발생한 날의 30%는 0도 이하였다. 기온이 0도여도 맑은 날 복사냉각으로 지표온도(최저초상온도)는 영하일 가능성이 높다. 평균풍속은 서리가 발생한 날 초속 0.9m 정도로 약했으며, 71%는 초속 2m 이하였다.
물은 영하로 내려가면 얼지만 액체상태로 남아 있는 과냉각 물방울이 공기 중에 떠 있을 수 있다. 이 물방울들이 영하의 물체를 만나면 순간적으로 얼어붙어 상고대를 만든다. 하지만 땅속 수분이 지면이나 땅속에서 얼거나 승화해 생긴 기둥 모양의 얼음 곧 서릿발은 서리와 다른 현상이다. 서릿발은 기온이 영하 10도, 지표는 0도, 땅속은 영상으로 토양의 수분이 많을 때 잘 생긴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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