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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화학물질 독성 예측기술로 동물실험 줄일 수 있죠”

등록 2018-03-08 10:37수정 2022-08-12 19:05

[인터뷰] 최진희 서울시립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
서울시립대 교정에서(2017년 11월). 출처: http://envitox.uos.ac.kr/
서울시립대 교정에서(2017년 11월). 출처: http://envitox.uos.ac.kr/

갖가지 화학물질과 관련한 안전사고가 자주 예민한 사회 문제가 되면서, 이를 관리하기 위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이 2015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해마다 수백 가지 넘게 쏟아지는 새로운 화학물질과 기존 화학물질의 엄격한 안전 관리를 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함께 이런 화학물질의 독성을 효과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 실험동물에 의존하기보다는 현대 과학을 이용하려는 기술의 연구개발이 국제사회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부지런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실험동물 사용을 줄이고 최신 평가기술로 대체하려는 연구를 안전성평가연구원의 예측독성본부가 진행하고 있으며, 학계에서도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환경 분야의 미래과학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연구와 수업으로 정신없이 바쁜 최진희 교수를 잠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인 그는 척추동물을 사용하지 않고 독성 평가 연구를 하고 있다. 최 교수는 정보분석 전문기관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전 톰슨로이터)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 상위 1%’에 선정됐다.

환경독성 연구, 저비용 고효율의 기술 개발이 관건

최진희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
최진희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

서보라미: 안녕하세요, 교수님 이렇게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교수님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최진희: 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에서 환경시스템독성학연구실을 이끌고 있습니다.

서보라미: ‘환경시스템독성학’은 무엇을 연구하는 분야인가요?

최진희: 먼저 시스템생물학은 ‘오믹스’(Omics, 맨아래 용어설명[1])와 같은 대량 생체 데이터를 서로 중첩시켜 전체 네트워크를 도출하고 분자 수준이 아니라 세포나 조직, 개체 수준에서 생명 현상의 모델 연구를 시도하는 분야입니다. 환경시스템독성학은 시스템생물학과 독성학을 결합한 학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오믹스 연구를 기반으로 독성 물질의 인체내 작용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독성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서보라미: 환경독성 예측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국내에는 아직 낯선 분야인데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궁금해요.

최진희: 학부는 생물학을 전공했는데, 순수과학보다는 사회와 직접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어 석사과정으로 환경대학원에 진학했어요. 거기서 환경공학, 환경정책학 등을 공부하고, 박사과정에서는 프랑스 파리11대학에서 생태독성학을 전공했고요. 박사후 연구원은 의과대학에서 했는데, 디엔에이(DNA) 손상과 관련한 독성 메커니즘을 연구했어요. 그뒤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에 부임하면서 자연스럽게 분자 수준의 독성 메커니즘과 환경독성을 연결하는 연구를 시작한 거죠. 그뒤 독성유전체학[2] 기술을 이용한 환경독성 연구를 하다 보니 생체 대량 정보를 이용한 독성 모델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요.

서보라미: ‘오믹스’라는 방법이 해외에서는 동물 실험을 대신하여 실행할 수 있는 연구 방법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논의가 많이 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는, 특히 환경독성 분야에서는 아직 생소한 용어인 것 같아요. 오믹스에 대한 설명을 좀 더 부탁드려요.

최진희: 오믹스는 사람의 유전체를 해독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가 완성되면서 빠르게 발전한 분야로서, 유전체, 전사체, 단백체, 대사체 등 다양한 단계의 수많은 생체 정보를 전체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생명 현상을 더 깊게 이해하는 생명과학 분야와 신약 개발, 맞춤의학과 같은 의약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데요, 환경 분야에서 오믹스의 활용은 아직까지 미미한 편입니다.

그런데, 최근 화학물질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많은 화학물질의 독성 평가가 필요해졌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독성평가 시스템을 기존의 동물실험에 기반을 둔 고비용, 저효율 평가 방식에서 메커니즘에 기반을 둔 평가 방식으로 바꾸는 획기적인 전환을 해야 합니다. 오믹스는 이런 메커니즘 기반 독성평가 방식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기에, 앞으로 환경독성[3] 분야에서 그 활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환경시스템독성학 연구실 사람들
환경시스템독성학 연구실 사람들

독성평가의 혁명적 변화, ‘독성발현경로(AOP)’ 연구

서보라미: 독성 예측을 이야기하면서 이제는 독성 발현 경로, 즉 에이오피(AOP; Adverse Outcome Pathway) 연구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해외에서는 정부가 이 분야에 앞장서 연구 지원을 하는 반면에 국내에서는 이제 관심이 모이는 단계인 것 같아요. 독성발현 경로 연구란 무엇이고 우리나라는 어디쯤 와 있나요? 세계 전문가 사이에서도 연구 중요성이 높아지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최진희: 유해 화학물질 노출과 건강 영향의 관계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쌓이면서, 세계적으로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가 크게 강화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종의 화학물질을 하나의 실험동물에 테스트 하는 전통적인 독성평가 방법으로는 이처럼 크게 늘어난 화학물질의 유해성 규명이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수많은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효과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과학적인 모델과 새로운 방법론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런 배경에서 고비용, 장시간이 소모되는 동물실험을 대체해 새로운 시험법으로서 독성유전체, 생물정보학, 시스템생물학, 계산독성학, 고속대량 스크리닝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하자는 독성평가의 혁명적인 변화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독성발현 경로(AOP)”라는 개념이 등장했는데요, AOP는 분자 수준의 현상은 물론이고 눈으로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최종 단계의 악영향까지, 그 모든 기전을 묘사한 생물학적 지도를 말합니다. 분자 지표를 위해성 평가와 같은 규제 정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 틀(framework)이지요. AOP가 잘 활용되면, 분자 수준의 지표로 위해성 평가에 사용되는 독성예측이 가능하므로, 상위수준 지표(apical endpoint)에 기반한 기존 독성평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 실리코’(in silico,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의 연구공간 또는 연구기법)과 ‘인 비트로’(in vitro, 살아 있는 생명체 내부가 아니라 시험관처럼 제어 가능한 환경에서 수행되는 실험)의 데이터에 기반을 두는 대체시험법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것이죠. 이러한 이유로 AOP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연구개발 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세계 독성 위해성 규제 기관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환경부와 식품안전품안전처가 이제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서보라미: 정보분석 전문기관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전 톰슨로이터)가 선정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 상위 1%’에 선정되셨고, 발표하신 논문도 인용횟수 4000회 이상으로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데요, 끊임없는 연구의 동기를 어디에서 얻으시는지 궁금해요.

최진희: 환경 문제는 그 자체로 복잡하기 때문에, 융합에 기반한 다각적인 접근 방법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제가 하는 연구는 생명공학(BT)과 환경공학(ET)의 융합 기반에서 시작해, 오믹스 분석과 독성예측 모델 개발을 위한 정보기술(IT) 연구가 추가로 융합된 분야입니다. 융합 연구는 최근 많은 분야의 학문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으나, 제가 연구를 시작할 무렵에는 생소한 접근법이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에 기초해 다양한 기술들이 수렴되면서 새로운 분야가 창출될 것이라고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양한 지식과 기술이 서로 연계되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분야가 탄생할 뿐만 아니라, 기존 분야에 더 새로운 혁신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가 창출되는 융합 연구를 통해 복잡다기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제 연구 분야가 학문적으로 도전할 만한 가치 있는 매력적인 분야라고 생각하며, 또한 미약하지만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들이 저의 연구 동기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서보라미: 어렵기도 하지만 새로운 방법들이 어떻게 독성 평가에 이용되고 있는지 들을 수 있어 흥미롭고 유익했습니다. 교수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주]

[1] ‘오믹스(Omics)’: 유전체(genomics), 전사체학(transcriptomics), 단백질체 (proteomics), 대사체(metabolomics)와 같은 분자생물학 분야들의 연구를 총칭하는 용어. 다양한 단계의 생체 정보를 전체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이다.

[2] 독성유전체: 유해물질에 대한 생체 내의 유전자 반응을 연구하는 학문이자 기술. 독성작용에 대한 매커니즘 연구와 생체지표(biomarker) 개발에 사용되고 있음. 독성유전체는 크게 3분야인 전사체(transciptomics), 단백체 (proteomics) 및 대사체(metabolomics)로 나눌 수 있음. 전사체의 대표적 시험으로는 DNA chip을 이용한 마이크로어레이(microarray)가 있음. (용어사전 출처: 화학물질정보시스템)

[3] 환경독성: 많은 수의 화학물질들은 일정한 농도이상이 되면 인간이나 동물, 식물 등의 생명체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다. 새로이 생성된 화합물은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에 앞서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미래에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와 자연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받게 된다. (용어사전 출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서보라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한국정책국장 bseo@hs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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