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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암세포 약물내성을 깨라’ 면역항암제의 치열한 도전

등록 2018-03-19 13:28수정 2018-03-19 14:12

[윤태진의 신약개발 최신 트렌드]
최근 ‘CAR-T’ 등 새로운 치료법 주목
암세포들.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암세포들.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1980~90년대를 돌아보면, 사람들에게 죽음의 공포심을 일으킨 대표적인 질병은 암과 에이즈(AIDS, 후천 면역결핍 증후군)였던 것 같다. 치료제 개발의 관점에서 보면, 에이즈는 현재 관리가 가능한 병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치료제 개발에서 눈부신 성공이 있었다. 하지만 (종류와 원인이 워낙 다양한) 암의 경우에는 많은 치료제가 개발되었고 치료 효과를 보는 경우도 많지만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암도 많기 때문에 여전히 암 질환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1971년 미국 닉슨 정부가 “국가 암 법(National Cancer Act)”을 통과시키며 그 이후 암 정복을 위한 예산을 2000억 달러 이상 쏟아부었다. 그러나 2008년 시사잡지 <뉴스위크>에 “우리는 암과의 전쟁에서 졌다”라는 글이 기고된 것만 보더라도, 암 정복을 위한 결과물이 처음 예상과 큰 차이가 있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45년이 지난 2016년 오바마 정부에서 “암정복 국가정책(National Cancer Moonshot Initiative)”을 발표하며 또 다시 암 정복 의지를 표명하였는데, 도대체 암 치료제의 개발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사실 수많은 이유들이 존재하지만, 가장 쉬운 대답은 아마도 “암의 생명력, 그리고 치료에 대한 암의 저항성(내성)”이 아닐까 싶다. 현존하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저항성)이 강한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처럼, 암 역시 뛰어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암세포는 자신과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고 그 결과로 기존 약물에 대한 내성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약물 개발의 관점에서 보자면 항암치료제 개발 과정은 수많은 내성을 만들어 내는 암의 생명력과 벌이는 전투인 것이다. 그렇다면 암 치료제 개발의 과정에서 신약 개발자들이 겪는 “암의 생명력, 내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박테리아를 통하여 “생명력과 면역, 그리고 내성(저항성)”에 대하여 먼저 간단히 살펴보자.

약물 내성의 근원인 박테리아의 생명력

항생제는 박테리아, 곰팡이 또는 원생동물과 같은 미생물(병원균)의 성장을 억제하도록 개발된 약물이다. 병원균에 의한 감염증 치료와 수술 등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사용된다. 그래서 항생제는 특정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작동해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한다. 하지만 당하는 처지인 미생물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척박한 환경이며 생존을 위해 극복해야 하는 위태로운 상황인 셈이다.

따라서 미생물 세계에서는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상대적으로 강한 유전자를 이미 가지고 있던 개체들이 생존하거나, 돌연변이를 통해서 내성을 획득함으로써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생존하게 된다. 그래서 특정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강해진 병원균들이 생겨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특정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새로운 항생제가 필요해진다.

결국 현재 존재하는 모든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미생물)가 생겨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뉴스를 통해 종종 듣는 ‘슈퍼박테리아’다. 미생물의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들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력한가를 새삼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면역과 박테리아의 치열한 ‘철 줄다리기’

하지만 강력한 생명력은 우리에게도 있다. 이를 증명하듯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면역 시스템도 우리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치열한 활동을 한다. 따라서 박테리아가 숙주(인간)에 침입한 이후에 박테리아와 인간 면역 체계는 서로 각자의 생존을 위해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데, 이를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예가 바로 ‘철 줄다리기’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철(iron)은 필수 영양소로서 헤모글로빈에 결합하여 산소를 운반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생명 유지를 위한 철의 역할은 훨씬 다양하며 에너지 대사과정에서도 중요하게 사용되고, 철-황 클러스터(iron-sulfur cluster)의 형태로 여러 가지 작용들에 관여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필수 영양소이다.

그림1. 면역과 박테리아 사이에 벌어지는 “철 줄다리기”. 출처: Trends Mol Med. 2016 Dec;22(12): 1077-1090.
그림1. 면역과 박테리아 사이에 벌어지는 “철 줄다리기”. 출처: Trends Mol Med. 2016 Dec;22(12): 1077-1090.
그런 까닭에 감염 중에 숙주(인간)와 박테리아 병원균 사이에서는 철 획득을 위한 격렬한, 생존을 위한 싸움이 일어난다(그림1). 숙주(인간)는 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철과 결합하여 운반할 수 있는 단백질(Lactoferrin)을 이용하여 철을 운반한다(그림에서 Stage 1). 하지만 박테리아는 사이드로포어(siderophores)라고 불리는 ‘작은 철 결합 분자’를 분비하여 철을 빼앗아온다(Stage 2). 이에 대응하여 숙주(인간) 면역 세포는 철분과 결합한 사이드로포어가 박테리아에 다시 흡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이드로포어와 결합하는 단백질인 ‘리포칼린 2’(Lcn2, lipocalin 2, 사이데로칼린(siderocalin))를 분비하는데(Stage 3), 이 단백질은 철분과 결합한 박테리아의 사이드로포어를 통째로 결합하는 방법으로 일종의 ‘납치’를 한다. 이 위협에 다시 대응하기 위해 일부 박테리아는 철 결합 분자인 사이드로포어 끝에 당분자(carbohydrate)를 달아서 리포칼린 2가 결합/납치를 못하게 하는 내성이 생기도록 이용한다(Stage 4).

참으로 치열한, 생존을 위한 전쟁 같은 줄다리기다. 이렇게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분명 “생존/생명력”이다. 박테리아도 생존을 위해서는 철분을 얻어야 하고, 인간도 병원균의 감염으로 병들지 않기 위해서는 철분을 빼앗기지 않아야 하니까 말이다.

항암 치료제 약물내성의 여러 원인들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암세포도 생명이다”라는, 어느 드라마 속 대사를 생명력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암세포가 위에서 살펴본 박테리아에 못잖다는 점에서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약물에 대한 내성 때문에 새로운 치료제가 필요한 분야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감염뿐만 아니라 암에도 해당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림 2. 약물내성의 여러 원인들. 암이 약물에 내성을 띄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본문에서는 약물의 불활성화와 약물표적 변형에 대해서만 설명하였다.  출처: Cancers 2014, 6, 1769-1792.
그림 2. 약물내성의 여러 원인들. 암이 약물에 내성을 띄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본문에서는 약물의 불활성화와 약물표적 변형에 대해서만 설명하였다. 출처: Cancers 2014, 6, 1769-1792.
암세포에 약물 내성이 생기는 이유들은 다양하다. 많은 항암제가 약물 효과를 내기 위해 신진대사 활성화 과정을 일으켜야 하는데, 암은 이 신진대사 활성화를 감소시킴으로써 결국에 약물 효과를 감소시키는 내성을 띠게 된다.

예를 들어서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인 사이타라빈(cytarabine; AraC)은 신진대사를 통해서 삼인산 사이타라빈(AraC-triphosphate)으로 변환되어야 약물 효과가 나타난다. 이 때문에 암에 의해서 인산화에 관여되는 경로에 돌연변이가 생성되거나 이 대사의 활성화가 감소되면 이 약물의 내성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약물 내성의 원인으로 약물 표적 자체의 변형을 들 수 있다. 약물의 기본 원리는 표적으로 삼는 분자에 정확히 결합해 질환과 관련된 그 약물 표적의 통상적인 역할을 막는 것인데, 만일 약물 표적 자체가 변형돼 약물과 표적의 선택적인 결합이 약화되면 약물의 역할을 가로막는 약물 내성이 생긴다. 가장 쉬운 예는 폐암치료제로 사용되는 표피성장인자 수용체(EGFR)를 약물 표적으로 삼는 타이로신 카이나제 저해제(tyrosine kinase inhibitor) 약물들이다. 이 약물로 치료하는 경우, 1년쯤 안에 약물 표적인 표피성장인자 수용체에 변형이 나타나 약물 내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연구자들은 다시 이런 변형에 효과를 내는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곤 하지만 약물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 약물에 대해 또 다른 변형들이 생겨 약물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앞에서 얘기한 ‘철 줄다리기’ 같은 반복되는 싸움이 암과 신약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일어나며, 이러한 까닭으로 3세대, 4세대 약물들이 계속 연구되고 있다.

면역항암제와 약물 내성들

많은 분들이 여러 매체들에서 ‘면역항암제’에 관한 얘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여러 가지의 치료제들이 임상에서 좋은 치료 결과를 보였고,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으며, 이제는 항암 치료에서 큰 흐름이 면역항암제로 이미 넘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 같다.

기존의 항암제들과 달리 면역력을 올려서 암을 치료하고자 개발되는 면역항암제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약물 내성이 생기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다. ‘철 줄다리기’에서 확인했듯이 면역이 활성화되면 저절로 2차, 3차의 대응이 가능하도록 작동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FDA에서 승인된 면역항암제들에서도 약물 내성이 발견되기 시작하였으며, 이 때문에 면역항암제의 개발 과정에서도 ‘철 줄다리기’ 같이 반복되는 싸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이 다각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그렇다면 면역항암제 개발과 관련되는 약물 내성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림 3. 임상에서 나타나는 약물내성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A) 처음부터 면역치료에 효과가 없는 경우, (B) 면역치료에 반응은 하지만, 여러 가지 내성을 일으키는 메커니즘들에 의해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 (C) 처음에는 효과를 보이지만 면역치료에 내성이 있는 세포들이 치료 이전부터 있는 경우, (D) 초기에 효과를 보이다가 치료과정 중에 내성이 생기는 경우. 출처: Cell. 2017 Feb 9;168(4):707-723.
그림 3. 임상에서 나타나는 약물내성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A) 처음부터 면역치료에 효과가 없는 경우, (B) 면역치료에 반응은 하지만, 여러 가지 내성을 일으키는 메커니즘들에 의해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 (C) 처음에는 효과를 보이지만 면역치료에 내성이 있는 세포들이 치료 이전부터 있는 경우, (D) 초기에 효과를 보이다가 치료과정 중에 내성이 생기는 경우. 출처: Cell. 2017 Feb 9;168(4):707-723.
사실 암세포가 자라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일상적인 면역 시스템의 감시를 암세포들이 성공적으로 회피했다는 것이니 이미 암의 1차 공격(면역에 대한 내성/저항성)이 성공한 상태라고 봐야 할 것이다. 면역을 회피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한 가지 예를 자세히 살펴보자.

선천적으로 면역은 외부 침입에 대응하여 면역반응을 보이는데, 그 면역반응은 외부 침입자에 대한 결투가 끝나면 사라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피디-엘1(PD-L1)’이라는 리간드 분자도 그런 ‘면역반응 염증의 종료’ 시점을 알려주는 시그널로 작용한다. 면역세포 표면에 나타난 PD-L1 리간드 신호와 또 다른 면역세포의 표면에 나타난 ‘피디-1(PD-1)’이라는 수용체 분자가 결합함으로써 ‘면역반응 종료’가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면역반응을 피해야 하는 암이 이 기능을 차용하면 어떻게 될까? 암세포가 PD-L1(리간드)를 발현시키면, 면역세포들은 면역반응 종료 신호로 오인해 공격을 멈춘다. 그럼으로써 암세포는 면역에 의한 항암 효과를 회피할 수 있다.

FDA가 허가한 면역항암제에는 PD-1(수용체)/PD-L1(리간드)의 결합을 차단하는 항체들이 있는데, 이 항체들은 암세포가 PD-L1 리간드를 발현해 면역 감시를 회피하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한다. PD-1(수용체)/PD-L1(리간드)의 결합을 차단하는 항체들이 좋은 효능과 낮은 부작용의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전체적인 반응률이 15-20%(예를 들어 폐암의 경우)에 머무르고 있어서 그 한계 또한 명확한 상황이다.

PD-1/PD-L1 차단 항체의 효능과 한계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바로 내성이다.

그림 4. 면역세포인 T세포의 주사전자현미경 영상. 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의 유전자를 체외에서 변형함으로써, 암세포에 대항하는 T세포의 면역 능력을 높이는 새로운 항암치료술(CAR-T)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영상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림 4. 면역세포인 T세포의 주사전자현미경 영상. 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의 유전자를 체외에서 변형함으로써, 암세포에 대항하는 T세포의 면역 능력을 높이는 새로운 항암치료술(CAR-T)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영상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를 통해서 이러한 선천적인 내성을 지닌 암의 면역 회피 원리(위에서 설명한 암의 1차 공격)를 확인한 과학자들이 암세포와 면역세포 간의 결합을 차단하는 항체를 개발한 것은 암의 선천적 내성(면역에 대한 저항성)에 대한 과학자들의 반격인 것이다. 또한 제한적인 반응률 역시 또 다른 종류의 내성 메카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PD-1/PD-L1 차단 항체에 의한 과학자들의 반격 이후 모습은 어떨까? PD-1 항체의 치료에 초기 효과를 보이던 환자들 중 일부에게서 점차 같은 약물로 항암 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가 관찰되었고, 그 원인들을 분석하였는데 대략 다음과 같다.

암세포가 PD-1/PD-L1을 통하여 면역세포를 회피하는 것은 항체를 통해서 막았지만, 암세포는 또 다른 메커니즘을 이용한 내성으로 면역세포의 공격을 또 다시 회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암세포를 식별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MHC I의 일부인 b2M)이 제거, 변형되거나(이 경우 암세포의 식별이 어려워짐), 또는 그 하위의 신호전달에 중요한 단백질(JAK)에 문제가 생겨(암세포를 식별했다는 시그널을 통해 면역세포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신호전달 통로가 막힘) 면역세포가 공격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생존을 위한 암세포의 재반격(통상적인 의미의 약물 내성)은 끝나지 않고 면역항암제 치료에도 계속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연구자들은 한 가지 방법으로 암을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 여러 가지 약물들의 협공으로 암을 정복하고자 수많은 조합의 협공 방법에 대한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그림 5. 카티(CAR-T) 세포 치료의 개요. 환자의 피로부터 분리한 T세포에 암세포를 인식하고, T세포의 면역 활성 신호를 주도록 설계된 유전자 (CAR, Chimeric antigen receptor)를 주입한다. 이렇게 완성된 카티(CAR-T)세포들을 수백만개로 증식시킨다. 이 과정에 2주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준비된 카티세포를 환자에 주입하면, 카티세포들은 암세포와 결합하여 암세포를 죽인다. 그러나, 환자의 피로부터 분리, 증식까지의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도 단축하기 위한 기성품 카티(OTS CAR-T)도 활발히 연구 중이다. 출처: National Cancer Institute.
그림 5. 카티(CAR-T) 세포 치료의 개요. 환자의 피로부터 분리한 T세포에 암세포를 인식하고, T세포의 면역 활성 신호를 주도록 설계된 유전자 (CAR, Chimeric antigen receptor)를 주입한다. 이렇게 완성된 카티(CAR-T)세포들을 수백만개로 증식시킨다. 이 과정에 2주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준비된 카티세포를 환자에 주입하면, 카티세포들은 암세포와 결합하여 암세포를 죽인다. 그러나, 환자의 피로부터 분리, 증식까지의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도 단축하기 위한 기성품 카티(OTS CAR-T)도 활발히 연구 중이다. 출처: National Cancer Institute.
CAR-T와 ‘재정적 내성’

2017년은 항암치료제 개발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해이다. FDA에서 허가를 받은 카티(CAR-T, 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라는 세포치료제가 혈액암에서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이고 있어서 희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CAR-T는 환자의 면역세포(T세포)에 유전적인 처리를 하여, 암세포 표면의 약물 표적을 인식함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도록 T세포들의 공격 능력을 더욱 높인 치료제이다. 앞에서 설명한 암세포의 다양한 면역회피 방법들을 한 번에 극복하기 위한 방법인 것이다.

지금 허가된 CAR-T의 경우를 살펴보면, 여전히 약물 작용과 부작용의 관점에서도 개선해야 할 문제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하는 문제는 비싼 치료비, 즉, “재정적 내성(Financial Resistance)”이 크다는 점이다. 한번 치료를 받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4억~5억 원이고, CAR-T 투여 가격에다 치료에 필요한 비용을 합하면 10억 원 넘게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경제적인 여유가 충분하지 않다면 쉽게 사용하기 힘든 치료법이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새로운 재정적 내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다. 환자로부터 T세포를 분리하고 처리하는 방식이 아니고, 이미 만들어 놓은 기성품인 CAR-T를 사용할 수 있는 방식(OTS, Off the Shelf 방식)에 대한 연구가 바로 그것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항암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극복해야 하는 수많은 내성/저항성들이 존재한다. 이런 많은 내성/저항성들의 근원에는 “철 줄다리기”에서 보았던 박테리아의 “생명력”과 비교할 수 있는 암들의 “생명력”이 존재한다. “암세포도 생명이다”라는 드라마 대사와 무관하게, 암세포의 생명“력”만은 부정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리고 그 생명력에서부터 기인하는 여러 가지 내성/저항성의 극복이 암 정복을 위한 연구자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극복해야 할 대상이 분명하니 암의 내성/저항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2차, 3차 공격을 준비하는 신약개발 과학자들의 연구에는 가속도가 붙고, 가까운 미래에는 인류가 암에 의한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윤태진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tjyoon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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