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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항원제시세포’ 납신다…항원 식별해 ‘면역공격 대상’ 제시

등록 2018-07-10 10:35수정 2018-07-10 10:40

[윤태진의 신약 개발 최신 트렌드]
면역 반응은 어떻게 시작하나
면역/면역력은 외부 침입과 공격을 막아준다. 출처: pixabay.com
면역/면역력은 외부 침입과 공격을 막아준다. 출처: pixabay.com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면역과 면역력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한다. 이제는 항암 치료에서도 면역력을 강화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방법이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아직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기존 치료법으로 볼 수 없었던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알츠하이머를 포함한 퇴행성 뇌질환의 치료 분야에서도 새로운 개념과 접근법으로서 면역세포가 주목되고 있으며, 면역과 염증의 조절, 통제를 통한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면역은 일생 동안 자기 몸을 지키도록 설계된 복잡하고 다양한 현상이기 때문에 그 내용을 간단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그 면역의 시작 그리고 그것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면역의 시작은 포털 검색과도 같다

우리는 하루에 몇 번이나 포털에 올라오는 기사들을 검색할까? 아침 출근길에 버스나 지하철에서 밤새 새로 올라온 기사들 중 관심 있는 기사들을 찾아서 확인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학교나 회사에 출근한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수많은 정보를 끊임없이 확인한다. 우선 기사의 제목을 확인하고서 관심이 가는 기사라면 간단히 그 내용을 살펴본다. 이런 행동을 틈나는 대로 하루 종일 반복하는 것은 그 만큼 많은 양의 정보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며, 그 수많은 정보 가운데 나에게 필요한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이다. 끊임없는 검색을 통해 정보를 구분하는 일들은 면역이 우리의 몸에서 하는 일들과 비슷하며, 그것이 면역의 시작이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기사들을 자주 검색한다. 이 과정은 면역의 시작에 비유할 수 있다. (출처: Pixabay.com)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기사들을 자주 검색한다. 이 과정은 면역의 시작에 비유할 수 있다. (출처: Pixabay.com)
우리 면역은 위에서 살펴본 포털 기사 검색과 같이 끊임없는 검색을 수행하고 있다. 지속적인 검색을 통하여 외부로부터 침입한 ‘자기 자신이 아닌 물질(non-self)’이 있지 않는지, 혹은 자신에게서 만들어진 물질이지만 암과 같이 정상적이지 못한 변형이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이다.

만일 외부로부터 침입한 물질(세균, 바이러스, 꽃가루, 음식 등을 통해 들어온 자기 자신이 아닌 단백질 또는 세포), 또는 비정상으로 변형된 물질(자신에서 유래했지만 변성된 물질, 바이러스에 감염된 변이세포 등)이 확인되면, 그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 약속된 일련의 신호들을 작동한다.

이를 통해 면역세포가 그 대상들을 직접 공격(세포성 면역)하거나, 아니면 흔히 백신 접종 이후에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진 항체 생산을 통해 공격해(체액성 면역) 자신이 아닌 물질을 제거한다. 간단하게 이해하면, 이런 일련의 과정이 우리 몸의 면역이다. 이렇게 보면, 포털 기사 검색 과정처럼 몸 안에서 ‘자신의 물질’과 ‘자신이 아닌 물질’을 끊임없이 구별하는 검색 과정이 바로 면역의 시작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면역은 어떻게 우리 몸 안에 있는 수많은 물질을 자신의 물질과 자신이 아닌 물질로 쉽게 구별하는 것일까.

☞ 용어 설명

항원과 항체 : 항원은 면역반응을 일으켜 특히 항체 생성을 일으키는 물질로, 생명체 내에서 이물질로 간주되는 물질의 총체. 주로 병원균이나 바이러스의 단백질이지만 자기 변이세포(암세포)의 단백질, 인공 합성물 등 다양하다. 항체는 항원과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단백질인데 주로 면역체계에서 생성되어 작용한다.

펩타이드 : 규모가 작은 단백질

주조직 적합 복합체(MHC): 대부분의 척추동물에서 면역계와 자가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자. MHC는 단백질 조각들을 그 세포의 표면에 달아 보여주는[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MHC-단백질 복합체가 세포 표면에 놓이면, 근처에 있는 면역 세포(주로 T세포)가 그 단백질 조각을 확인한다. 자기 단백질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면역세포는 그것에 감염된 세포들을 식별해 사멸시킨다. MHC는 I형과 II형으로 나뉜다.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

‘자신의 물질’과 ‘자신이 아닌 물질’의 구별이 중요해지는, 일반인도 잘 알고 있는 상황이 있다. 바로 장기 이식이다. 장기에 손상을 입어서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 받아야 하는 긴급하고도 중요한 순간에, 공여자와 수여자 간에 장기 이식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식되는 공여자의 장기가 수여자 몸의 면역계에서 ‘자신의 것’(self)처럼 인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여자와 수여자 간의 장기 이식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조직 적합성” 검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즉, 장기의 공여자와 수여자 사이에 장기 이식이 면역학적으로 적합한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다. 이때 확인하는 대상이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 용어설명 참조)라는 면역 과정에 중요한 분자들인데, 그 복합체들은 클래스 I(MHC class I)과 클래스 II(MHC class II)라는 두 부류로 나뉜다. 이 복합체들이 동일한지 확인하는 것이 장기 이식 전에 시행되는 “조직 적합성” 확인 과정이다(물론 혈액형이 동일한지, 혈액에 존재하는 항체 중 새롭게 들어올 장기와 결합하여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지 여부도 조사된다).

그렇다면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들은 실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쉽게 비유하면 포털 기사 내용을 한 줄의 헤드라인으로 대표하듯이, 한 줄의 헤드라인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하겠다.

☞용어 설명

항원제시세포(항원전달세포, Antigen-Presenting Cell, APC): 체내에서 세포성 면역을 담당하는 주요한 세포들이다. 주요한 것으로는 B세포, 대식세포, 수지상세포가 있다. 이들은 체내에 들어온 외부 물질 단백질을 끌어들여 세포 내에서 잘게 자른 뒤 그 단백질 조각을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를 이용해 '항원'으로 제시한다.

T세포 : 특정 항원에 특이적인 적응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백혈구 일종.

수용체 : 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 분자로서 세포 외부의 화학 신호를 받는다. 수용체에 특정한 외부 분자(리간드)가 결합하면, 세포에 특정 기능을 일으키는 신호로 작용한다.

세포 안에 존재하는 어떤 단백질 또는 세포 밖에 있는 어떤 단백질이 과연 자신의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우선 그 단백질(포털 기사 전문)은 짧은 크기의 펩타이드들(짧은 한 줄 헤드라인들)로 분쇄된다. ‘세포 안의 단백질’은 프로테아좀(proteasome)이라는 단백질 분해 효소를 통해 분해되며, ‘외부에서 들어온 단백질’은 엔도솜(endosome)이라는 세포 내 구역으로 옮겨져 거기에 있는 수많은 종류의 가수분해 효소들에 의해 분쇄된다.

이렇게 분쇄된 단백질 조각인 펩타이드들은 각각 MHC I 그룹의 단백질들(세포 안의 단백질 조각들일 때), 또는 MHC II 그룹의 단백질들(세포 밖에서 들어온 단백질 조각들일 때)과 결합하게 된다.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들은 각각 서로 다른 크기의 단백질들과 안정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협곡과 같은 길다란 홈을 가지고 있다. 펩타이드 결합력이 충분히 높은지 확인하여 안정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충분히 강한 결합력을 가지고 있는 펩타이드들만 선별하여, ‘항원제시세포(APC, 용어설명 참조)’는 그 펩타이드들을 MHC와 결합된 형태로 자기 세포 표면에다 ‘항원’으로서 제시하는 것이다.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 I 그룹에 속하는 단백질의 구조(오른쪽). 왼쪽 그림은 프로테오좀을 이용한 세포 내 단백질의 분해 과정과 항원 펩타이드를 세포 표면에 달아 제시하는 과정.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 I 그룹에 속하는 단백질의 구조(오른쪽). 왼쪽 그림은 프로테오좀을 이용한 세포 내 단백질의 분해 과정과 항원 펩타이드를 세포 표면에 달아 제시하는 과정.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렇게 제시된 펩타이드-MHC 결합물은 면역세포인 티세포(T세포)의 표면에 노출된 항원 수용체들(용어설명 참조)과 결합한다. 이는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가 노출시킨 펩타이드들이 자기 몸의 것인지 아닌지를 T세포가 판단하는 과정이다. 즉, 포털에서 빠른 속도로 기사를 대표하는 한 줄의 헤드라인을 확인하는 과정이 단백질을 분쇄하고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와 결합시켜 항원제시세포 표면에 항원을 제시하는 것이라면, 확인한 기사 헤드라인을 클릭해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내용인지를 확인해보는 것은 T세포 항원수용체가 제시된 항원 펩타이드들이 정말로 내 것이 아닌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 II 그룹에 속하는 단백질의 구조(오른쪽)와 엔도솜에서 가수분해 효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외부 단백질의 분해 과정과 항원 펩타이드를 세포 표면에 달아 제시하는 과정.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 II 그룹에 속하는 단백질의 구조(오른쪽)와 엔도솜에서 가수분해 효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외부 단백질의 분해 과정과 항원 펩타이드를 세포 표면에 달아 제시하는 과정.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다시 정리하면, 면역 반응은 ‘자신의 물질’과 ‘자신이 아닌 물질’의 구별에서 시작한다. 면역 초기 단계에서 그런 기능을 하는 항원제시세포들은 감시 대상이 될만한 단백질들을 분해해 작은 조각 단백질(펩타이드)으로 쪼갠 후 거기에서 항원을 식별해내어 그 각각을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라는 분자와 결합해 자신의 세포 표면에다 달아 제시한다. MHC와 결합한 항원 펩타이드 정보를 주변의 면역세포(T세포 등)들이 확인하고 건네받음으로써, 이런 항원을 지닌 물질이나 세포는 면역세포들의 공격 대상으로 등록된다.

글루텐과 MHC II, 그리고 셀리악병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는 왜 두 종류로 존재하는 것일까? 앞에서 가볍게 설명한 것과 같이 MHC I의 경우는 세포 안에 있는 단백질을 판단하는 데 이용된다. 즉, 원래 나의 세포였지만 바이러스 감염으로 자신의 것이 아닌 단백질을 발현하는 경우, 또는 심한 디엔에이(DNA) 손상으로 정상적이 못한 단백질들이 생성되어 암으로 변형되는 것을 방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MHC I 단백질들은 모든 세포에서 발현되며, 세포 단백질들의 일상적인 항상성을 관리하는 단백질 분해 효소인 프로테아좀에 의해 분쇄된 단백질 조각들을 확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MHC I에 의한 검색과 감시의 대상은 모든 세포들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MHC II는 세포 외부에 있는 단백질들을 구별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기 때문에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 대식세포(macrophage), 비세포(B cell)와 같은 전문적인 항원제시세포들에게서만 발현된다. 간단한 예로 외부에서 음식으로 섭취한 밀가루를 생각해보자.

밀가루에는 글루텐이라는 녹지 않는 단백질 성분이 있다. 글루텐의 성질인 끈끈함 덕분에 잘 부풀어오른 빵을 만들 수 있고, 쫀득한 면을 만들 수도 있다. 이 외부 단백질을 전문적 항원제시세포들은 세포 안으로 끌고 들어와 분해한 다음에 MHC II 단백질을 통해 세포 표면에 그 조각 단백질(펩타이드)들을 항원으로 제시, 노출할 수 있다.

그런데 글루텐이 분쇄되어 생기는 특정 서열의 펩타이드들이 MHC II 단백질 중 특정 모양과 강한 결합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때문에 글루텐이 항원 물질로 인식되어 면역반응이 일어나게 됨으로써 결국에 셀리악병이라는 자가면역 질환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글루텐의 조각 펩타이드들과 강하게 결합하는 MHC II 단백질들 중 특정 모양의 단백질을 지니는 사람들(동북아시아인에선 거의 발현되지 않고, 서양 사람들에서 일정 비율로 발현된다고 알려져 있다)은 이로 인해 과도한 면역반응과 그 결과로 셀리악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셀리악병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일부러 글루텐 제거 밀가루로 만든 과자와 빵을 먹는다. 비록 올해에 발표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글루텐 단백질이 셀리악병과 무관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MHC II 단백질이 글루텐에서 나온 셀리악병 유발 펩타이드(오른쪽 노란색)와 결합한 구조를 보여주는 그림. 하늘색 부분이 펩타이드가 결합할 수 있는 홈이 있는 구조이다. 출처: PDB 1S9V
MHC II 단백질이 글루텐에서 나온 셀리악병 유발 펩타이드(오른쪽 노란색)와 결합한 구조를 보여주는 그림. 하늘색 부분이 펩타이드가 결합할 수 있는 홈이 있는 구조이다. 출처: PDB 1S9V
자가면역 질환과 MHC 약물 표적

면역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의 물질과 자신이 아닌 물질의 구별’이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의 펩타이드 결합 및 항원 제시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지금까지 이야기했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자신의 물질인데도(혹은 음식과 같이 일반적으로 면역이 활성화 되지 않아야 하는 물질인데도) 우리 면역이 자신이 아닌 물질로 인식하여 필요하지 않은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질병이 자가면역 질환이다(때로는 정상적 면역 염증반응 뒤 적절한 때에 그 면역반응이 끝나야 하는데도 어떤 이유에선가 끝나지 못하고 지속되기 때문에 이 질환이 생긴다). 따라서 이런 비정상적인 면역의 시작을 막을 수 있다면, 자가면역 질환에서 해방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를 약물 표적으로 삼는 연구들이 이어져왔다.

자신의 펩타이드에 대해 자가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자가면역 질환의 시작점에서, 약물을 이용해 그 펩타이드와 MHC II 단백질의 결합 작용을 차단하면 자가면역 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 출처: 네이쳐 화학생물학 2006 Apr;2(4):178-9 의 그림, 수정
자신의 펩타이드에 대해 자가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자가면역 질환의 시작점에서, 약물을 이용해 그 펩타이드와 MHC II 단백질의 결합 작용을 차단하면 자가면역 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 출처: 네이쳐 화학생물학 2006 Apr;2(4):178-9 의 그림, 수정
2006년 <네이처 화학생물학>(Nature Chemical Biology)에 게재된 논문이 바로 앞에서 언급한 MHC를 약물 표적으로 삼는 연구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기본 개념은 간단하다. 항원제시세포(APC)에서 MHC II를 통해 제시되는 자신의 펩타이드가 자가반응적인 T세포의 항원 수용체와 결합하여 면역반응을 일으키기 이전에 그 펩타이드를 MHC II에서 제거해 자가면역반응이 시작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에서는 류머티스 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에서 면역의 시작을 억제할 수 있는 약물로 금(gold) 화합물을 발굴하였다.

흥미롭게도 관절염과 관련하여 금 화합물을 사용한 역사는 오래되었다고 한다. 또한 한방에서는 관절염 치료 방법 중 하나로 금으로 만든 얇은 침을 관절에 넣는 금침술을 사용해왔다고 한다. 물론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그 효과가 증명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의구심이 있으며, 때로는 과도한 금침술이 더 심한 면역반응 또는 조직의 괴사를 유발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2006년의 논문이 어쩌면 오랜 시간 동안 항 면역반응에 금과 관련된 치료나 시술을 하였던 과학적 근거가 될 만한 공개결과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관절염 치료를 위해서 무릎에 놓은 금침들 (금침은 일반적인 침술과 달리 삽입을 하는 것이지 침술 이후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로 이 경우는 과도한 금침과 금침으로 면역 억제 시술을 하는 것이 올바른지에 관한 여러 가지 논의들을 촉발시켰다. 출처: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2013 Dec 26;369(26):e37)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icm1202540
관절염 치료를 위해서 무릎에 놓은 금침들 (금침은 일반적인 침술과 달리 삽입을 하는 것이지 침술 이후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로 이 경우는 과도한 금침과 금침으로 면역 억제 시술을 하는 것이 올바른지에 관한 여러 가지 논의들을 촉발시켰다. 출처: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2013 Dec 26;369(26):e37)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icm1202540
신약 연구에 조금 더 근접한 다른 연구결과는 없을까? 2018년 5월에 <임상연구 저널>(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발표된 논문을 살펴보면그 내용이 흥미롭다. 연구진은 앞에서 얘기한 2006년 논문의 기본 개념과 동일하게 제1형 당뇨병(자가면역 질환) 환자들의 60% 이상이 보유하고 있는 특정 MHC II 단백질(’HLA-DQ8’)의 문제에 주목했다. 이 단백질에 특정 펩타이드들이 결합해 항원으로서 제시되면 T세포들이 면역반응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자가면역 질병이 일어나는데, 이런 자가면역 반응의 과정을 막는 약물을 찾았낸 것이다.

HLA-DQ8의 구조와 현재 미식품의약국(FDA)에 승인되어 있는 수많은 화합물들간의 결합력을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 고혈압을 조절하는 데 흔히 사용되는 약물인 메틸도파(Methyldopa)가 HLA-DQ8의 질병 유발 펩타이드(항원)의 결합을 막아내며, 다른 세포들의 면역 기능에는 해를 끼치지 않음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 콜로라도대학 소아당뇨병센터에서 제1형 당뇨병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하루에 3번씩 입으로 섭취하는 이 약물에 대해 추후 미국립보건원(NIH)이 후원하는 대규모 임상시험도 이뤄질 계획이라고 한다.

유전적으로 제1형 당뇨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 이 같은 약물을 복용함으로써 제1형 당뇨병을 (그것도 주사 없이 알약 복용을 통하여)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니, 면역의 시작인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를 약물 표적으로 삼는 연구가 적어도 자가면역 질환에서는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또한 같은 전략의 연구들은 류머티스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 전신성 홍반성 루프스 등의 자가면역 질환을 예방하는 것에 적용될 수 있는 전략과 방법임을 시사한다.

펩타이드를 이용한 항암백신의 개요. 면역의 시작점인 MHC 분자를 이용해 면역을 자극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출처: Buzzle.com 의 그림, 수정 변형
펩타이드를 이용한 항암백신의 개요. 면역의 시작점인 MHC 분자를 이용해 면역을 자극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출처: Buzzle.com 의 그림, 수정 변형
MHC를 약물 표적으로 하는 항암백신

앞에서 잘못된 면역의 시작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자가면역의 치료제가 연구되는 예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 면역의 시작을 잘 유도하면 암도 고칠 수 있을까? 물론 이 경우는 자가면역 질환에서 (잘못 시작된) 과도한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방법과는 다르다. 일반적인 백신 주사들을 접종받은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흔히 알고 있듯이 본인이 가지고 있지 않은 특정 대상에 대한 면역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항원에 해당하는 물질을 주사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그 특정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이 몸에 기억되도록 만드는 것이 백신이다.

항암 백신도 여러 가지의 접근법이 있다. 대부분이 위에서 설명한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들과 직간접으로 관계를 하는 것으로 없던 면역반응을 인위적으로 시작하게 하자는 것이다. 치료용 항암 백신의 다양한 접근법이 존재하며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특정한 단백질 부분이나 팹타이드를 주사하는 방법으로 면역을 자극한다.

2) 자신 또는 타인의 암세포(활성을 제거한 세포)를 직접 주사하면 암 특이적인 항원들이 환자에 제시되고 이를 통해서 면역을 자극한다.

3) 환자의 수지상세포를 채취하여 환자의 암 특이적인 항원에 반응시킨 다음에 자극된 수지상세포를 환자에 다시 주입하는 방법으로 면역을 자극한다.

4) 암 특이적인 항원을 발현할 수 있는 디엔에이(DNA)를 바이러스 벡터를 통해서 주입하여 이들이 발현하는 암 특이적인 항원에 면역이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하지만 면역을 작동하게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항원의 작은 조각이나 펩타이드를 이용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암 특이적인(또는 암에서 특이적으로 과발현 되는) 단백질의 특정 펩타이드들을 이용하여 주사하면, 이 펩타이드들이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 I, II)들에 결합하여 면역의 시작을 만들어내는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이 경우 다른 방법들에 비해서 면역의 활성화 정도가 낮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면역반응을 높이기 위한 보조제(adjuvant)를 함께 사용한다.

요즘 면역력을 강조하는 많은 방송과 지면의 정보들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솔직히 그 면역의 시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건강과는 어떤 관련이 있으며, 신약 개발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에 관한 정보는 많지 않다. 이런 점들을 궁금해 하는 분들을 위해서, 지금까지 이 글에서는 면역의 시작은 어떤 것이며 그 시작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이용하는 신약개발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윤태진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tjyoon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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