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새벽 안개가 드리워진 목장. 2017년 기상사진전에서 입상한 최정호씨의 작품이다. 기상청 제공
2006년 10월3일 서해대교 29중, 2008년 2월20일 일산 자유로 34중, 2011년 12월24일 천안~논산 고속도로 104중, 2015년 1월16일 중앙고속도로 43중, 2015년 2월11일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의 공통점은 안개로 인한 사고라는 것이다. 하지만 영종대교 사고를 부른 안개는 다른 사고를 일으킨 복사안개와 다르다.
안개는 기상학적으로 1~5㎛(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크기의 아주 작은 물방울이 대기 중에 떠 있어 습도가 90~100% 되고 수평 가시거리가 1㎞ 미만인 현상을 가리킨다. 우리가 주로 만나는 안개는 지표면의 복사냉각에 의해 땅과 만나는 공기층의 온도가 이슬점 이하가 되면서 발생하는 복사안개다. 영종대교 사고 때 안개는 복사안개와 바다안개(해무)의 특징이 혼합된 연안안개였다. 바다안개는 차가운 해수면 위로 따뜻한 공기가 근접해 포화될 때 발생한다. 연안안개는 밤에 서풍이 내륙에서 연안으로 부는 육풍(동풍)과 충돌해 연안에서 무풍 또는 약한 서풍이 나타나고, 해가 진 뒤 지면의 복사냉각에 바다로부터 들어오는 서풍에 의해 습해진 공기가 응결돼 발생한다. 연안안개는 해가 떠도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안개가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흔한 일은 아니지만 발생하면 피해가 크다. 안개 발생 때 일어난 교통사고 구성비는 0.5%로, 맑은 날(80.3%), 비 올 때(2.5%), 눈 올 때(1.1%)보다 적지만, 사망사고 점유율은 6.9%로, 맑은 날(1.9%), 비 올 때(2.5%), 눈 올 때(2.5%)보다 훨씬 높다.
기상으로 인한 항공기 운항 지연에서도 안개가 차지하는 비율이 50~90%로 가장 높다. 2011~2015년 공항별 항공기 운항 지연 원인을 보면, 인천공항은 안개로 인한 경우가 46%로 가장 많고 다음이 태풍(23%), 강풍(9%) 차례다. 하지만 태풍의 경우 2012년 한 해에 집중돼 있어 이 해를 제외하면 안개가 차지하는 비중이 56.7%로 높아진다. 김포공항은 89%가 안개 때문이고, 제주공항도 강풍(30%)보다 안개(50%)가 제1 원인이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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