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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화산폭발은 기후에 영향을 미칠까

등록 2018-05-29 13:53수정 2018-05-29 15:43

[조천호의 파란 하늘]
이산화탄소 배출로 온난화 기여
이산화황은 기온하강 일으키기도
킬라우에아화산 영향은 미미할듯
이산화탄소 배출량 많지 않아
지난 5월6일(현지시각) 저녁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 정상에 있는 분화구 아래 용암호에서 마그마가 들끓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제공
지난 5월6일(현지시각) 저녁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 정상에 있는 분화구 아래 용암호에서 마그마가 들끓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제공
대기과학자
대기과학자
지난 5월3일부터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용암이 분출하기 시작했고 화산재가 에베레스트산(8848m)보다 높은 최대 9100m 높이까지 뿜어 올라갔다. 화산 분출물은 주변에 직접적인 피해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기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화산폭발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는 반면 이산화황은 냉각 효과를 일으킨다. 그러나 모든 화산 폭발이 기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2억5천만년 전 시베리아에서 용암이 백만년 동안 배출되어 호주 대륙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넓은 지역이 용암으로 뒤덮였다. 이 지속적인 분화로 화산재가 햇빛을 차단해 기온을 떨어뜨렸다. 화산폭발이 중단되자 화산재가 가라앉아 냉각기가 바로 끝났다. 화산 분출물과 함께 나온 이산화탄소는 그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대기에 남아 있었다. 이 이산화탄소가 기온을 높여 페름기 대멸종을 일으켰다. 이렇듯 화산 폭발은 기후를 단기적으로 차갑게 하고 장기적으로 따뜻하게 한다.

한편 산업혁명 이후 화산 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인류가 화석 연료를 태워서 발생시킨 배출량의 약 1%에 불과하다. 이 양으로는 지구 온난화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오늘날 화산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화산 폭발과 함께 분출되는 이산화황에서 비롯한다. 이 기체가 성층권에 도달하면 산화해 황산 에어로졸이 된다. 이 에어로졸이 태양광선을 차단하고 산란시켜 성층권(10~50㎞ 상공)을 가열하는 반면 그 아래 우리가 사는 대류권(지상~10㎞ 상공)을 냉각시킨다.

화산재는 얼마나 높이 상승할 수 있느냐가 그 양과 함께 기후에 영향을 줄지 말지를 결정한다. 화산재가 성층권에 도달하기에 충분할 정도(극지방 8㎞ 이상, 열대 지방 15㎞ 이상)로 폭발력이 커야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화산재가 많이 나온다 해도 성층권에 주입되지 않으면 대류권에서 단기간에 침강되거나 비에 씻겨버린다. 그러나 성층권에서는 날씨 변화가 거의 없으므로 에어로졸 입자가 수년 동안 머무를 수 있다.

지난 5월5일(현지시각) 저녁 9시께 킬라우에아화산에 새로 생긴 틈에서 용암이 70m 높이까지 치솟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제공
지난 5월5일(현지시각) 저녁 9시께 킬라우에아화산에 새로 생긴 틈에서 용암이 70m 높이까지 치솟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제공
화산재가 성층권에 들어오면 바람을 따라 퍼진다. 그 확산 정도는 화산 위치에 따라 다르다. 열대지방의 화산은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화산재가 북반구와 남반구 양쪽에 다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고위도에 위치한 화산은 해당 반구에서만 영향을 미친다.

지난 수세기 동안 가장 큰 화산 폭발은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에서 일어났다. 이때 이산화황이 44㎞ 높이까지 도달해 성층권에서 지구 전체에 퍼졌다. 탐보라 화산의 증거는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하 속(ice core)에서도 찾을 수 있다. 빙하 속에 화산 폭발의 부산물인 유황, 재, 화산 쇄설물이 포함된 층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탐보라 화산 폭발로 인해 1815년 세계 연평균 기온이 5도 하강하였고, 6월 북미 지역에 50㎝ 폭설이 내리는 등 이상기후가 발생하였다. 이듬해에는 같은 지역에 여름이 없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아일랜드와 유럽 여러 지역에서는 낮은 기온과 폭우로 인한 기근이 발생했다. 또한 인도 여름 몬순이 바뀌어 폭우가 내려 홍수, 작물 파괴, 기근과 콜레라의 원인이 되었다.

최근 들어 강력한 화산 폭발은 1991년 6월14일에 필리핀 피나투보에서 발생했다. 이때 2000만톤의 이산화황이 분출해 성층권 35㎞ 높이까지 올라갔다. 그 후 1∼3년 동안 햇빛을 10% 감소시켜 지구 평균 기온을 0.2∼0.5도 떨어뜨렸다. 지난 100년 동안 인류가 배출한 온실기체가 기온을 0.85도 상승시킨 경우에 견주어 볼 때 피나투보 화산 폭발은 온실기체처럼 장기적이지 않고 상대적으로 단기간에만 작용했다.

지난 5월9일(현지시각) 오전 9시께 킬라우에아화산 정상 인근에서 화산재가 치솟아 기둥을 이루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제공
지난 5월9일(현지시각) 오전 9시께 킬라우에아화산 정상 인근에서 화산재가 치솟아 기둥을 이루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제공
지금 활동 중인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은 폭발력이 작아 기후를 냉각시키지 못한다. 지속해서 방출되는 화산가스 안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는 하루에 1만5000톤 정도로 추정한다. 미국환경부에 따르면 이 양은 대규모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하루 반 동안 배출되는 양과 대략 비슷하다고 한다. 이것으로는 전지구적인 온난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킬라우에아 화산폭발은 태평양 한가운데 고립된 섬에서 일어나고 그 주변 지역에만 영향을 미친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 화산폭발을 엄청난 장관으로 바라볼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안도하고 폭발이 사그라지기를 바란다. 한편 이 자연 현상에도 기후변화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를 알아차린다는 데에 희망의 빛이 있다.

대기과학자 cch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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