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많은 이들이 불쾌지수가 함께 치솟는 경험을 호소하곤 한다. 그런데 기온이 자살에도 영향을 미칠까? 높은 기온이 자살률의 증가와 연관 있다는 새 연구결과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각) 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에 마셜 버크(Marshall Burke)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등이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기온의 상승은 인간의 자살률과도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미국과 멕시코 두 나라의 기온과 자살률 데이터를 수집했다. 미국의 경우 1968년부터 2004년까지 데이터로 모두 85만1088명이 이 기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멕시코의 경우 1990년부터 2010년까지 61만1366명에 관한 데이터다.
연구진은 두 나라의 각 지방별로 해당 월의 평균 기온과 자살률을 서로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기록한 달에 자살률도 높아지는 현상이 관측됐다. 기온이 1℃ 올라갈 때마다 미국의 경우 0.7%, 멕시코의 경우 2.1% 자살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전체적으론 자살률이 평균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확인됐다는 뜻일 뿐 기온 상승이 자살률 증가를 일으켰다는 인과관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카운티(미국의 지역 단위)별 평균 기온은 자살률과 별 상관이 없었다. 평균적으로 추운 지역이나 더운 지역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는 뜻이다. 또 1월인지 8월인지 월별 차이도 별 영향이 없었다. 대상 지역의 성비, 사회경제적 상태, 총기 접근성, 도시인지 시골인지 등도 자살률 변화와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컨 보급률도 마찬가지였다.
마셜 버크 교수는 과학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보통 기후 온난화로 인해 ‘승자와 패자가 있다’고 하곤 한다. 추운 지방은 온난화로 오히려 이득을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 의하면 자살률에서 그런 승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자살률 증가 위험은 모든 지역에서 똑같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버크 교수는 현재 온난화 속도에 따라 지구 평균 기온이 2050년까지 2.5℃ 증가하게 되면, 미국과 멕시코에서만 2만1770명이 추가로 자살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권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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