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태평양 바다 수온 낮은 해였음에도 열돔 현상으로 북반구 사상 최장 폭염 2014~2018년은 역대 가장 더운해 ‘톱5’ 새해 다시 약한 엘니뇨로 기온 상승 전망
중립(검은색)
2018년에도 지구촌은 곳곳에서 더워진 지구기온이 만들어낸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았다. 올해는 특히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고원의 고기압이 합세해 형성한 열돔 현상으로 북반구의 많은 나라에서 장기간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올 여름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31.5일로, 197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길었다. 연말에 한여름을 보내는 남반구 호주에서도 서호주 일부 지역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섭씨 49도를 넘는 기온을 기록했다. 남호주의 올 여름 기온은 예년보다 무려 16도 가량 높다고 한다. 올해는 동태평양 수온이 낮은 라니냐 현상으로 인해 폭염이 덜할 것이라는 기상 전문가들의 예상이 무참하게 깨진 셈이다.
라니냐(파란색)
미 항공우주국 고다드우주연구소의 기후학자 개빈 슈미트(Gavin Schmidt)는 최근 트윗을 통해, 연간 지구기온 기록이 공식 집계되면 2018년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라니냐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올해 지구 평균기온은 1800년대 후반 대비 1.03도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역대 4위에 해당하는 기온이다. 이로써 지구 기온 상승폭이 1도를 넘어서는 해가 2015년 이후 4년째 이어지게 됐다. 이는 비슷한 강도의 라니냐가 발생했던 2009년, 2012년보다 각각 0.16도, 0.18도 높은 기온이기도 하다.
바다의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엘니뇨, 낮아지는 현상을 라니냐라고 부르는데, 적도 인근의 동태평양(페루 앞바다) 수온이 평균치보다 대략 0.5도 이상 차이가 나는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될 때 붙여지는 이름이다. 엘니뇨는 약 4개월 뒤부터 지구온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대 가장 더웠던 해들은 엘니뇨의 발생과 관련이 깊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1970년대 이후 엘니뇨 15번, 라니냐 15번이 있었으며, 이도저도 아닌 해는 13번, 화산재 구름이 햇빛을 가리는 화산 폭발이 있었던 해는 6번이었다.
엘니뇨(빨간색)
1970년 이후 50년 동안 지구온도는 평균 10년마다 0.18도씩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상승폭이 엘니뇨기간이나 라니냐기간이나 비슷하다는 점이다. 온실가스의 영향력이 바다수온의 변동폭을 상쇄한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2014년 이후 지구기온은 해마다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다. 2014년 지구 평균기온은 엘니뇨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이 기록은 곧바로 2015년과 2016년에 연속해서 깨졌다. 슈미트 박사는 “2016년 지구 기온 상승의 90%는 온실가스의 영향이며, 10% 정도가 엘니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니뇨가 발생하지 않은 2017년 기온은 2016년에는 못 미쳤다. 대신 엘니뇨가 발생하지 않은 해(중립연도)의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8년은 다시 `라니냐가 발생한 해'의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우는 상황이 됐다. 반갑지 않은 기록이 또 있다. 2014년 이후 최근 5개 연도는 1880년 과학적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더운 해 `톱5'를 싹쓸이할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2019년엔 다시 엘니뇨가 올 것으로 세계기상기구(WMO)는 전망한다. 기상기구는 "엘니뇨가 새해 2월까지 전개될 가능성이 75~80%, 4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60%"라며 "이번 엘니뇨는 2015~2016년 엘니뇨만큼 강력하지는 않지만 세계 여러 지역의 기온과 강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기후변화와 어우러져 2019년 지구 기온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