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변이 두꺼운 얼음으로 얼어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구 온난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30년 기상 통계에서 최근 10년의 한파일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여름 41도까지 치솟아 최고기온 1위를 기록한 강원도 홍천은 연간 최다 한파일 수 기록도 보유해 ‘가장 덥고 추운 도시’로 등극했다.
기상청의 기상 통계 기록을 보면, 최근 10년(2008~2017년) 기간의 전국 평균 한파일 수는 4.3일로, 지난 30년 기간(1988~2017년) 평균 3.7일로 많았다. 특히 2010년은 전국 평균 한파일 수가 8.2일로 최근 30년 동안 가장 많은 해였다. 기상청은 한파일을 10월에서 다음해 4월 사이에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도 이상 떨어져 3도 이하이고 평년값보다 3도가 낮은 날이거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 이하로 2일 이상 지속된 날로 규정하고 있다. 기상청은 한파일이 예상되면 한파주의보를, 기온이 더 낮아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5도 이상 떨어지거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이하로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는 한파경보를 발령한다.
최근 30년(1988~2017년)의 전국 45개 지점 평균 한파일 순위에서 2010년 다음으로 2012년이 8.0일, 2017년이 6.7일로, 한파 최다 발생일수 1~3위가 모두 최근 10년에 들어 있다. 월별로는 1월이 가장 많아 30년 평균 1.7일이고, 12월(0.7일)과 2월(0.6일)이 비슷했다. 최근 10년의 변화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12월 한파일(1.0일)이 30년 평균보다 높다는 점이다. 30년 평균 한파일 수는 중부지방(6.1일)이 남부지방(1.9일)에 비해 3배 이상 많이 발생했다.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안팎까지 떨어진 서울시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선착장에 고드름이 달려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기상청은 기상 통계를 산출할 때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한 1973년부터 연속적인 관측자료가 존재하는 육지의 45개 지점을 기준으로 한다. 1973년 이후 통계로 볼 때는 한파가 1970~80년대에 주로 발생하고, 최근 10년이 뒤를 잇고 있다. 전체 한파일 순위 10위 가운데 7개 해는 1970~80년대이고 나머지는 2010년(5위), 2012년(6위), 2017년(10위)이다. 월별 최다 한파일 수에서도 1970~80년대 6개 해를 뺀 나머지가 모두 최근 10년(2010·2012·2000·1989년)에 발생했다.
전체 기간 통계에서 최다 한파일 수를 기록한 곳은 강원 홍천으로, 전체 순위 1·2위(각 47·45일)를 모두 차지했다. 홍천은 지난해 8월1일 41도를 기록해 역대 최고기온 극값(최고값)을 경신하기도 했다. 최장 한파 지속일수 1·2위는 충북 제천에서 기록됐다. 이곳에서는 2011년 1월16일부터 2월1일까지 17일 동안, 또 2010년 1월6일부터 1월19일까지 14일 동안 한파가 계속됐다. 지점별 최다 한파일 수 10위는 모두 1970~80년대에 기록된 반면 최장 한파 지속일수 10위는 최근 10년에 4차례나 기록됐다.
한파 지속일수가 최근 늘어나는 것은 ‘블로킹 한파’가 자주 닥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안중배 교수 연구팀이 1975~2016년 겨울철 기간의 블로킹과 한파와의 관계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블로킹에 의한 한파 지속일수는 전체 한파일의 지속일수보다 3~7일 길었다.
한파는 주로 겨울철 유라시아 대륙에 정체된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그 가장자리를 따라 차가운 북풍이 한반도 등 동아시아 지역에 유입돼 기온이 급강하하는 현상을 말한다. 블로킹은 대기 상층 흐름이 정상적이지 않고 남북 방향으로 뱀처럼 사행해 큰 진폭을 갖게 되면 지상 기압계가 정체하거나 변칙적인 경로를 갖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겨울철에 우랄산맥과 오호츠크해 부근에 블로킹이 자주 생기는데, 이들 블로킹이 한반도 한파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안 교수 연구팀의 분석으로는, 1975~2016년 겨울철 228차례의 한반도 한파 가운데 블로킹과 상관관계가 있는 경우는 38차례로, 6번의 한파 가운데 한 번은 ‘블로킹 한파’였다. 한반도 한파에 영향을 준 우랄블로킹은 17번으로, 한파의 평균 지속일수는 5.78일, 평균기온은 영하 4.75도로 전체 한파 발생 때 기온(영하 3.85도)보다 0.9도 낮고, 지속기간(3.14일)보다 2.64일이 길었다. 오호츠크블로킹은 21번으로 평균기온 영하 5.55도, 지속기간 5.19일로, 전체 평균보다 1.7도 낮고, 기간은 2.05일이 길었다. 두 블로킹이 동시에 발생하거나 잇따라 발생하는 ‘더블 블로킹’의 경우는 5번 있었는데, 이 경우에는 한반도 한파에 100% 영향을 미쳤으며, 한파의 평균지속일은 9.8일, 평균기온은 영하 5.46도로 전체 평균보다 6.66일 길고 1.61도 낮았다.
안중배 교수는 “2010년 이후 최근까지 한파 사례가 많아진 원인은 ‘히아투스’ 현상과 온난화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히아투스는 어떤 현상이 계속되다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것을 말한다. 온난화가 지속되더라도 기온 그래프가 한 방향으로 계속 올라가지 않고 10년이나 수십년 주기의 자연현상과 겹쳐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하강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안 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북극과 중위도 지방 사이의 온도 차이가 줄어들어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오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한반도는 우랄산맥과 알타이산맥을 통해 찬 공기가 내려오는 길목에 있어 다른 지역보다는 기후 온난화에서 ‘패로독스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한파가 계속된 지난해 1월24일 서세종나들목 인근에 많은 눈들이 쌓여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