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인천 웅진군 영흥화력발전소에 ‘침묵의 살인자 석탄발전 OUT’라는 문구를 레이저로 쏘고 있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국이 석탄화력발전을 현재대로 운영할 경우 ‘좌초자산’으로 인한 손실액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좌초자산이란 시장 환경의 변화로 자산 가치가 떨어져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을 말한다.
영국의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는 1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저렴한 석탄, 위험한 착각: 한국 전력 시장의 재무적 위험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현재의 대기오염 및 탄소 가격정책을 유지하는 ‘현상유지 시나리오’와 파리기후협정 목표에 맞춰 2040년까지 한국의 모든 석탄화력발전이 중단되는 ‘2도 미만 시나리오’를 설정해, 두 시나리오 간의 현금흐름 차이를 ‘좌초자산 위험’으로 정의했다. 좌초자산 위험값이 양(+)이면 2도 미만 시나리오로 갈 경우 투자자와 정부가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는 “한국은 2도 미만 시나리오에서 1060억달러(약 120조원)에 이르는 좌초자산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분석 대상 34개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자회사, 민간발전사들이 현재 전력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현금 흐름과 이들 발전기가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기 폐쇄될 때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흐름 사이의 차액에 해당한다.
한국에서 석탄산업 쇠락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기업은 한국전력공사로, 손실액은 97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뒤이어 에스케이가스는 16억달러, 케이디비 산업은행은 14억달러의 손해를 입게 된다. 반면 중국은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함으로써 3890억달러를 아낄 수 있으며, 유럽연합은 1230억달러, 미국은 170억달러, 러시아는 200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는 이런 원인이 석탄화력발전소에 고수익을 보장하는 한국의 규제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발전 연료비용만을 기준으로 하는 전력시장 급전지시 방식, 막대한 용량정산금, 탄소배출비용 및 송전 제약에 대해 보상하는 제도 등을 사례로 꼽았다. 보고서는 “이런 제도들이 한국 석탄화력발전소들이 세계를 통틀어 가장 큰 수익을 얻도록 해준다”고 지적했다.
장기한계비용(LRMC)는 균등화발전원가와 유사한 개념으로
한편 보고서는 한국이 추가적인 기후정책이나 대기오염 정책을 실시하지 않아도 2024년이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보다 새로운 태양광을 건설하는 것이 저렴해지고, 2027년이면 기존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것보다도 저렴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현 정부는 가동중인 일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2기 건설 계획을 백지화한다고 발표했지만 석탄화력은 여전히 주전원으로 2017년 기준 전체 발전량의 43%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모두 61기(총 설비용량 36.8GW)의 석탄발전을 하고 있으며 5.4GW 규모의 신규 발전소가 건설중이고 2.1GW가 추가로 건설에 들어갈 예정이다.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는 “한국의 저탄소 전략은 삭탄화력발전에 대한 계속된 의존으로 인해 궤도를 벗어날 위험에 놓여 있다”고 지적하며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가 한국의 태양광 발전비용이 전체 비교대상 국가에서 두번째로 높고, 육상풍력 발전비용은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한 자료를 근거로 들었다.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는 “한국의 경우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과 기존 석탄발전소의 수명 연장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경제성 측면에서도 중단돼야 한다”며 △성능개선을 포함한 모든 석탄화력발전 관련 신규 투자 중단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비용 최적화된 폐쇄 계획 수립 △설비들의 계통적 가치를 분석해 이를 폐쇄 계획에 반영할 것등을 한국 정책입자자들에게 권고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