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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기상모델 독자 개발은 자국뿐만 아니라 세계 예측역량 향상 위해 중요”

등록 2019-11-25 06:00수정 2022-01-04 13:17

한국기상청과 업무협약 맺은 영국기상청장

“독자 모델과 외국 모델 혼용이 좋은 전략
한국 모델 개발과정 인상 깊고 품질 좋아
UM 수십년 걸려 지속적 관심·투자 중요”
퍼넬러피 엔더스비 영국 기상청장이 지난 19일 기상청 브리핑룸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퍼넬러피 엔더스비 영국 기상청장이 지난 19일 기상청 브리핑룸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한국의 기상예측모델 개발 노력과 과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 국가의 독자 모델 개발은 자국의 예측 역량뿐만 아니라 세계 과학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퍼넬러피 엔더스비 영국 기상청(Met Office) 청장은 19일 김종석 기상청장과 업무협약(MOU) 공식 조인식을 연 뒤 한국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각 나라는 고유한 기상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독자 모델을 개발해 외국 모델과 혼용해 사용하는 전략을 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엔더스비 청장은 영국 국방과학기술연구소 사이어정보과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해 말 164년의 영국 기상청 사상 첫 여성청장으로 부임해 수치예보 통합모델(UM) 향상과 영향예보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엔더스비 청장은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한 폭발물 전문가로 사우샘프턴대 초빙교수를 지내다 기상청장에 임명됐다. 윌트셔야생동물보호협회 관리인이며 합창단 전문가수인 엔더스비의 두 자녀도 가수이다.

-영국 수치예보 통합모델 ‘유엠’은 세계적으로 최상위 모델로 평가받는데 유엠을 개발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추진했는가? 한국도 독자 모델인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을 개발해 곧 현업에 적용할 예정인데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기상청에 조언을 해준다면?

“영국은 수치예보모델(NWP)을 1950년대부터 사용해왔다. 현재 적용하고 있는 유엠은 1990년에 개발한 것으로, 지금도 향상시키기 위한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한국 기상청의 독자적 모델 개발 노력과 진행 과정에 대해 굉장히 인상 깊게 들었다. 또 한국형수치예보모델 ‘킴’의 품질(퀄리티)도 좋은 수준에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말씀을 드린다면 이렇게 새로운 모델을 개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고,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투자가 이뤄져야만 하는 프로젝트이다. 영국 기상청도 모델 개발에 수십년의 기간이 걸렸다. 현재 유엠도 6개월마다 업그이레드를 하고 있고, 또 10년마다 총체적 업그레이드를 위해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 기상청도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있다면 훨씬 나은 최고의 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모델(유럽모델)은 세계 최고의 성능으로 평가받는데, 유럽연합 국가인 영국에서 유엠을 독자 개발하고 사용하는 이유는?

“유럽모델은 예측성도 뛰어나고 좋은 모델임이 확실하다. 영국 기상청에서도 멀티 모델 앙상블(다중 모델 결합)을 위해 유럽모델을 쓰고 있다. 하지만 유럽모델은 중기예보에 적합한 모델이기 때문에, 단기예보 등 일상적인 현업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어 영국에서는 유엠모델을 개발해 초단기예보에서부터 중기예보, 기후예측 장기예보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런 경우에는 유럽모델이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둘 모두를 사용해서 여러 규모의 예보를 잘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이 개발한 ‘킴’의 독자성에 대한 평가는? 정치권 등 일부에서 독자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데, 기상수치예보모델에서 독자성이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이유는?

“세계 많은 국가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기상 조건을 가지고 있다. 고유한 모델을 보유해 외국 모델과 혼용하는 것은 매우 좋은 전략이다. 한국 기상청이 개발한 킴은 한국에만 맞는 어떤 기상현상에 적합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예를 들어 영국에는 태풍이 없기 때문에 태풍에 대해서는 킴이 더 좋은 성능을 발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독자적으로 모델을 개발하면 국가적 역량뿐만 아니라 세계 과학 모델 역량이 향상되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 독자 모델 개발은 매우 큰 성과일뿐만 아니라 과학 측면에서도 역량 증진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국가들이 각자 모델을 개발해 경쟁을 한다면 세계적으로 과학, 기상서비스 발전을 도모해서 인류의 생명과 재산을 기상재해로부터 보호하는 데 더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세계는 여러 모델로 서로 협력해가고 있는 중이다. 킴 개발 자체가 비난을 받거나 나쁜 일이라고 비판 받을 일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으며, 국가 역량 나아가 세계 과학 역량을 한껏 끌어올리는 데 구실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한국에 영향을 태풍이 7개에 이르는 등 최근 기상이변이 잦아지는데 예보 정확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예보 빗나갔을 때 영국 국민들의 기상청에 대한 반응은 어떠한가?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모든 기상청이 언제나 목표로 하고 있고 노력하는 부분이다. 예보 정확도를 높이려면 당연히 좋은 모델이 그 핵심이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컴퓨팅 성능도 당연히 좋아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라고 할 수 없다. 제대로 된 관측을 해야 하고, 또 이것을 잘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져야 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잘 해석해 시의적절하게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산출물을 잘 뽑아내는 것도 중요한 역량이다. 또 이것을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영향예보라고 불리는 것처럼 잘 해석해내는 것도 중요하다.

영국 기상청도 잘못된 예보로 곤란을 겪은 경우가 없지는 않았지만 영국 날씨의 변화는 아주 심하지 않고 일관된 기상 현상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영국인들은 눈 예보에 관심을 많이 기울인다. 눈이 50cm만 와도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눈이 온다는 예보가 나오면 예보관들은 눈 관련 회의를 많이 한다. 눈이 조금 올지, 아예 안 올지 등에 대해서 많은 토의를 하게 된다. 영국 기상청도 과거 예보가 잘 맞지 않아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이것을 배우는 기회로 삼아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역량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올해 홍수예보센터가 10주년을 맞이했는데, 과거에는 홍수 예보가 잘 맞지 않는 경향이 있어 많은 투자를 하고 역량을 높이는 노력을 들여 10년 동안 예보센터를 운영하고 수문기상학자들의 협조를 받아 더 나은 예보를 하게 됐다.”

-세계적으로 1개월~계절예측 정보에 대한 사용률과 수요가 더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예측성의 한계로 국민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경우 1개월 이상 예측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민 만족도는 어떠한가?

“계절예측은 정확도를 높이기 어려운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일예보는 정확도가 95% 정도 나온다고 한다면, 5일은 80%, 3개월은 이보다 정확도가 더 떨어진다. 장기예측은 일일예보나 5일예보보다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기상청과 협력회의에서도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한 분야로 계절예측을 논의했다. 영국 기상청은 1개월 예측에 많은 정보를 곁들여 하고 있고 더불어 3개월 예보도 자세하지는 않지만 1년 예보보다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도 곧 겨울 날씨에 대해 전망할텐데, 이맘 때면 해마다 예보관들이 50년 만의 한파가 오지 않을까, 정말 많은 눈 내리지 않을까 하는 얘기를 하곤 한다. 올해 3개월 전망을 보면 겨울철이 여느해보다 온화하고 습도가 많은 겨울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는 있다. 하지만 대중들은 좀더 많은 정보를 달라, 더 정확하게 얘기해 달라고 한다. 그럼에도 상세한 정보를 내는 데는 신중하게 할 수밖에 없어 예측에 대한 확률을 제공한다.”

-영국에서 영향예보를 처음 시작했다. 영향예보를 하면서 달라진 점은?

“영향예보를 시행하는 것은 대단히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전세계 기상청들이 이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는 상태이다. 좀더 나은 영향예보를 하려면 예보관들, 기상재난 유관 기관들이 협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상청은 기상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유관기관들은 재난대처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둘이 잘 협력해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국민들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영향예보를 시행할 때만 해도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런던 러시아워에 폭풍이 온다고 했을 때 영향예보 경보가 세게 나가지만 주말에 폭풍이 올 때 영향예보 경보가 세게 나가지 않는다. 왜냐 하면 주말이나 일요일에는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같은 날씨에도 주중에 영향이 더 세다고 경보를 발령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에게 영향예보에 따른 정보가 무엇인지를 잘 알리고 교육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 기상청에서도 미세먼지 예보를 하나? 한국의 경우 미세먼지 예보를 국립환경과학원이 하고 있는데, 기상청이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과 같은 수준의 예보는 아니지만 영국 기상청도 대기질 예보를 하고 있다. 미세먼지보다는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미세먼지 정보는 항공 등 특수분야에만 제공한다.

기상정보는 관련 전문기관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국 기상청도 홍수정보의 경우는 환경청과 협력을 해서 이뤄지고 있고, 폭염 경보는 보건부와 협력해서 해나가고 있다. 미세먼지의 경우도 대기질을 다루는 기관, 바람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기관, 미세먼지에 대해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기관 모두가 잘 협력을 이뤄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김종석 기상청장(오른쪽)과 퍼넬러피 엔더스비 영국 기상청장(왼쪽)이 지난 19일 기상청에서 업무협약(MOU) 조인을 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기상청 제공
김종석 기상청장(오른쪽)과 퍼넬러피 엔더스비 영국 기상청장(왼쪽)이 지난 19일 기상청에서 업무협약(MOU) 조인을 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기상청 제공

-한국과의 협력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있어나? 이번 회의의 의미는?

=한국과의 협력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오랫동안 긴밀히 협력해오고 있다. 이번 회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업무협약 서명을 했다. 예전에도 지속적인 회의를 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좀더 공식적 차원 회의를 처음 한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수치예보모델, 영향예보와 교육, 기상위성 활용, 계절예측·기후변화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협력을 논의했다. 회의 의제로는 올려지지 않았지만 인공지능이나 데이터 사이언스 등도 협력 의제로 제기됐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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