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해양의 용존산소 부족이 심해져 참치, 청새치, 상어처럼 몸집이 크고 빠르게 움직여 산소가 많이 필요한 해양 생물들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제공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은 최근 해양 환경에 대한 대규모 분석 보고서 <해양 탈산소화 : 모두의 과제>(Ocean deoxygenation: Everyone's problem)를 발표해 “기후변화와 부영양화가 해양의 용존산소를 감소시켜 수많은 해양생물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이 분야 연구 가운데 가장 방대한 이번 보고서에서 저자들은 “바다에 영양분이 유입돼 산소가 부족해지는 현상은 수십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기후변화가 산소 부족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5)에 맞춰 발표됐다. 1960년대에는 산소 부족 지점이 45곳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약 700곳에 이른다. 경작지와 공장에서 질소나 인과 같은 화학물질들이 바다에 흘러들어 부영양화가 진행되면 바닷물 속 산소의 용존량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으며 특히 일차적으로 연안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위협이 커지고 있다. 온실가스 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점점 많아지면서 더 많은 열이 바다에 흡수되고 있다. 따뜻한 바다는 산소가 적어진다. 과학자들은 1960년과 2010년 사이에 해양에 용해되는 가스 양이 2% 정도 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산소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 같은 일부 지역과 열대지방에서는 30~40%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중국처럼 관측 자료가 부족해 과소평가된 곳도 있다.
아주 작은 변화라도 해양 생물에는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해파리처럼 저산소 상태를 좋아하는 물고기에게는 좋은 환경이지만 참치나 청새치, 상어처럼 빠르게 움직여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는 물고기들은 용존산소 감소에 취약하다. 이런 지역에서는 산호초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단 한번의 산호초 붕괴로 100만마리의 산호초 물고기들이 몰살할 수 있다.
국제자연호보연맹(IUCN)이 기후변화로 해양의 산소가 갈수록 부족해져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2100년에는 용존산소량이 3~4% 줄어들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IUCN 제공
미나 엡스 IUCN ‘국제해양극지프로그램’ 단장은 “탈산소화 자체는 잘 알려져 있지만 기후변화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산소가 지난 50년 동안 4배가 줄어들었을 뿐더러 최선의 배출가스 감축 시나리오가 진행되더라도 해양 산소는 계속 줄어든다”고 말했다.
몸집이 큰 물고기일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보고서 저자들은 이들 동물이 가스가 좀더 많이 녹아 있을 연안의 얕은 수심을 찾아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몸집 큰 동물들이 남획되기 쉬워졌다.
만약 세계 각국이 배출가스 감축 수준을 현재처럼 유지한다면 세계 해양은 2100년까지 산소의 3~4%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특히 열대지방에서 더 심각해질 것이다. 또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해수면부터 수심 1000m 사이에서 가장 큰 감소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용존산소 양의 감소는 질소와 인 등을 포함해 지구상 생명계에 중요한 원소들의 기초적인 순환 과정에 악영향을 끼친다. 해양 온난화말고도 탈산소화를 일으키는 또다른 요인은 강을 타고 흘러와 연안으로 유입되는 경작지 유래 부영양화이다. 영양분은 조류 성장의 연료 구실을 하고 박테리아가 조류를 분해할 때 용존산소를 사용하게 된다.
미나 엡스는 “해양의 산소가 부족해진다는 것은 서식지와 생물다양성을 잃고 점점 더 많은 끈적끈적한 점액과 해파리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며 “이런 환경은 해양의 에너지와 생물화학적 순환에 변화를 가져올 터인데 이런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해양의 미래를 바꾸는 것은 세계 정치 지도자들의 몫이다. 보고서가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발표된 이유이다. 보고서 공저자인 댄 라폴리 국제해양극지프로그램 수석자문위원은 “용존산소 감소는 이미 온난화와 산성화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산소 부족 지역의 확산을 막기 위해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함께 농업과 다른 발생원으로부터 영양분 배출 감축을 과감히 실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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