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의 ‘가늘고 긴 강한 수증기 수송’을 나타내는 ‘대기의 강’이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강한 강수를 일으키는 영상이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에 잡혔다. 나사 제공
대지에서 강물이 흐르듯 하늘 위 대기권에도 ‘수증기 강’이 흐른다. 주로 중위도 저기압의 따뜻한 지역에서 나타나는 ‘가늘고 긴 강한 수증기 수송’에는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지구 전체로 보면 중위도의 10%도 안 되는 일부 지역에 존재하지만,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수송되는 전체 수증기량의 90%를 대기의 강이 감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과 유럽 서쪽 해안 지역에 강한 홍수 피해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대기의 강 상륙이 지목되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대기>에 게재한 논문에서 1979~2015년 기간에 ‘대기의 강’이 한반도에 얼마나 자주 상륙했는지 조사한 결과 여름에 가장 많았고 봄, 가을, 겨울 순의 빈도를 보였으며, 강수량과 온도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계절별 전체 강수량 대비 대기의 강이 발생한 날의 강수량 비율을 계산해보니, 여름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35% 이상, 남부 해안 지역에서는 최대 40% 이상으로 나왔다. 봄철과 가을철엔 최대 35% 이상, 겨울철에도 20% 이상 강수량이 많았다. 또 대기의 강이 강수 강도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해보니 여름철과 겨울철 모두 남부 지역에서는 일 강수량이 10㎜ 정도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의 강이 발생하면 전체 강수량도 증가시킬 뿐더러 강한 강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기온에도 영향을 미쳐 겨울철에는 남한 지역은 2도 이상, 북한 지역은 5도 이상 기온 상승효과가 있었다. 여름철에도 대기의 강이 상륙한 시기에 북쪽일수록, 동쪽일수록 기온 상승 폭이 컸다.
연구팀은 “동아시아 지역의 대기의 강은 전체 강수의 14~44%를 차지하고 극한 강수의 20~90%를 설명할 수 있다”며 “한반도에 발생하는 대기의 강 발생 빈도와 강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지속적 연구는 강수 예측과 재난 대비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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