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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코 호흡에 숨어 있는 놀라운 건강 과학

등록 2020-01-14 07:59수정 2022-08-16 12:39

코는 오염물질 차단, 체온·수분 조절
더운 지방 사는 사람이 콧구멍 더 넓어
면역작용·혈관확장 산화질소 퍼뜨리고
입 호흡보다 산소 흡입량 20% 더 많아
종종 코가 아닌 입으로 숨을 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픽사베이
종종 코가 아닌 입으로 숨을 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픽사베이

숨을 쉬는 건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 활동이지만, 일상적으로 우리는 이를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우리 몸의 활동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호흡은 코를 통해 이뤄진다. 그런데 종종 코가 아닌 입으로 호흡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어린이의 50%(브라질), 성인의 61%(미국)가 종종 입으로 숨을 쉰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입으로 호흡하는 건 괜찮을까? 영국 대중과학잡지 <뉴 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건강을 생각한다면 가능한 한 입이 아닌 코 호흡을 하도록 신경 써야 한다.

코 호흡은 우선 외부의 공기가 코 안의 코털, 콧물 등을 거치도록 해 먼지를 비롯한 외부 오염 물질의 체내 유입을 막아준다. 코 안쪽의 비강에는 공기를 체온에 맞게 데우거나 식히고, 수분을 공급하거나 병원균을 가둬두는 역할을 하는 점막이 있다. 한 예로 열대지방 사람들은 콧구멍이 넓고 유럽인들은 콧구멍이 좁은 경향이 있다. 흡입된 공기는 더 안쪽의 구멍(부비강)을 지나면서 혈관 내벽에서 분비되는 산화질소를 만난다. 산화질소의 역할은 면역 작용과 혈관 확장이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죽이고, 호흡기의 혈관을 이완시켜 혈액에 더 많은 산소가 유입되게 해준다. 체내 산화질소를 발견한 과학자들은 그 공로로 199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코 호흡은 심장과 폐의 기능을 강화해 준다. 픽사베이
코 호흡은 심장과 폐의 기능을 강화해 준다. 픽사베이

<뉴 사이언티스트>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코 호흡은 입 호흡보다 전체적으로 50% 더 많은 공기 저항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는 심장과 폐의 기능을 강화해 준다. 폐의 공간을 넓혀주는 효과도 있다. 덕분에 코 호흡은 입 호흡보다 최대 20% 더 많은 산소를 흡입할 수 있다고 한다.

코 호흡은 뇌 기능도 향상시켜 준다. 예컨대 2019년 `구강과학저널'(Journal of Oral Science) 61호에 실린 한 연구에선, 어릴 때 입 호흡을 한 쥐는 코 호흡을 한 쥐보다 성인이 되었을 때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뇌의 해마에 뉴런 수가 적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8년 11월 `신경과학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엔 코 호흡을 할 때 기억력 테스트에서 더 좋은 점수가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 메카니즘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비강은 감각 뉴런을 통해 뇌의 감정 및 기억 처리센터와 연결돼 있다. 이 뉴런은 후각 신호를 전달하는 것과 함께, 공기의 흐름을 감지해 뇌파를 이 리듬에 맞춰준다. 이렇게 동기화된 뇌파는 뇌의 후각 처리 영역을 넘어 기억, 감정 및 인식을 담당하는 영역에까지 뻗어나간다. <뉴 사이언티스트>는 그런데 많은 사람이 코 호흡의 이런 이점을 놓치고 입 호흡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입 호흡은 구취, 수면 부족, 학습 곤란, 충치 및 턱 기형의 위험을 높인다고 이 매체는 경고했다.

천천히 호흡하면 혈관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픽사베이
천천히 호흡하면 혈관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픽사베이

천천히 숨쉬면 혈관 넓어지고 심박수 줄고

허밍하면 산화질소량 최대 15배까지 늘어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입 호흡을 하는지 여부부터 확인해 봐야 한다. <뉴 사이언티스트>는 또 천천히 호흡하는 연습을 강조했다. 1분당 6번 정도로 천천히 호흡할 경우 혈관이 넓어지고 심박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천천히 길게 숨을 내쉬는 데 집중하면 휴식, 소화를 관장하는 미주신경도 자극된다. 1분에 세 번 정도로 호흡 속도를 더 늦추면 잠 잘 때처럼 세타 뇌파가 증가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허밍'(입을 다문 채 콧소리를 내는 것)의 효과도 소개했다. 작은 소리로 허밍을 하면 부비강에 공기 소용돌이가 형성돼 면역과 혈관확장 작용을 하는 산화질소량이 최대 15배 늘어난다는 것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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