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인이 연어 사냥을 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밥과 빵, 감자와 같은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고 육류와 견과류, 과일야채 위주의 ‘저탄수화물 고단백 식단’은 건강식으로 통용된다. 농경 이전에 수렵과 채취를 통해 먹거리를 조달하던 구석기인들이 주로 섭취하던 메뉴와 유사해 흔히 ‘구석기 다이어트’라고 부른다. 빵과 과자 등 정제된 탄수화물로 만들어진 음식이 비만과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는 건강상식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농경 정착생활을 통한 식량 증산과 인구 증가를 불러온 신석기 시대의 농업혁명에 대해 결과적으로 인류의 건강을 위협한 ‘사기극’이라고 평가한다. 구석기시대 인류는 수렵과 채취를 통해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했지만 신석기 농업혁명 이후 인류는 쌀과 밀과 같은 특정 식재료에 의존하게 되어 건강도 나빠지고 신체 발달도 저해됐다는 게 하라리의 주장이다.
과연 구석기 식단은 건강식이었을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실증적 연구가 <사이언스> 온라인에 지난 14일 공개됐다. 구석기 노르웨이인들이 먹은 음식은 건강에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매우 독성이 높았다는 연구다. 오늘날 성인 1인 허용치의 20배를 초과하는 유해 중금속을 먹는 경우도 흔했다. 노르웨이 북극대학의 고고학자 한스 페터 블랭크홀름(Hans Peter Blankholm)과 연구진은 바레인저(Varanger)로 알려진 노르웨이 북극 해안에 거주하던 구석기인들의 유적지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6300년 전부터 3800년 전에 걸친 8곳의 구석기 유적지를 발굴해 쓰레기장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대서양 대구와 하프 바다표범의 뼈를 조사했다. 바다표범 뼈에 남은 흔적 대부분은 바다표범이 가죽을 위해서가 아니라 고기를 위해서 도살되었음을 의미한다. 당시 수렵채집인들은 해덕대구, 고래, 돌고래, 순록, 비버 등을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지난달 학술지 <쿼터너리 인터내셔널(Quaternary International)>에 이들 지역에서 발굴한 대구 뼈에는 카드뮴 인체 허용치의 20배 이상, 육류의 납 허용치 4배 이상이 들어 있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수은 함량 또한 두 먹잇감의 뼈에서 허용치 이상이었다. 카드뮴은 신장, 간, 폐 질환의 원인이 되고, 수은과 납은 뇌와 신경계, 면역체계를 손상시킬 수 있다.
중금속 오염 원인은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물이 육지를 덮었을 때 육상의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바다로 용해되어 들어간 뒤 바닷속 먹이사슬의 최종포식자들에게 축적된 결과로 추정된다. 유해 중금속이 바다에 용해되면 물고기와 수중포식자들은 아가미와 먹이를 통해 중금속을 체내에 축적한다. 2015년 한 연구는 6500년전 북아메리카 해안에서 잡힌 대구에서 높은 수치의 수은 함량을 확인한 바 있는데, 이번 연구는 북극 가까운 노르웨이 해안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음을 확인한 셈이다.
산업화 이전에도 지상에 있는 자연상태의 유해 중금속으로 인한 해양 생태계 오염이 광범했음을 알려준 연구다. 이 연구에 대해 뉴욕 스토니브룩대학의 고고학자 캐서린 트위스는 “흥미로운 아이디어이지만, 단지 몇 군데의 동물 유적에 국한되어 있어 수천 년 전 노르웨이인들의 식단을 충분히 드러내지는 못할 수 있다”고 <사이언스> 온라인에서 지적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논문 원문 : “Dangerous food. Climate change induced elevated heavy metal levels in Younger Stone Age seafood in northern Norway”, Hans Peter Blankholm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