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기말까지 전 세계 모래해변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픽사베이
해안지대는 인류가 초기 시절부터 주된 생활 터전으로 삼았던 곳이다. 처음엔 조개, 어류 등 물산이 풍부한 점이 큰 요인이었지만 나중엔 해상 무역의 교두보라는 지리적 이점이 부각되면서 인구 밀집지역으로 번성해갔다. 근래에 들어선 푸른 바다, 금빛 모래해변 등 아름다운 경치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더해졌다. 해변은 바다 폭풍과 파도로부터 해안지대 마을을 보호해주는 자연 방패 구실도 한다. 인구 1천만이 넘는 세계 20개 대도시 중 15개가 해안지대에 자리를 잡은 역사적 뿌리가 여기에 있다. 인구 250만이 넘는 세계 대도시의 65%가 해안선을 끼고 있고, 전 세계 10억명이 해발 10미터 아래의 저지대에서 산다. 그러나 개발에 따른 침식과 기후변화에 따르는 해수면 상승 등으로 모래 해변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런 추세는 얼마나 더 계속될까?
이번 세기말까지 세계 모래 해변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학자들로 구성된 유럽 공동연구진은 1984~2015년의 해안선 위성 이미지 자료들을 토대로 두 가지 기후변화 시나리오 아래서 해안선의 미래를 추정했다. 인류활동 같은 물리적 요인에 의한 변화와 기후변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과 함께 바다 폭풍에 의한 침식이 해안선에 미칠 영향까지 포함해 분석했다. 연구진이 추정에 사용한 두 가지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히 실현되는 경우(RCP4.5)와 더 이상의 저감 없이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RCP 8.5)다.
세계 해안선 변화 전망. a와 b는 온실가스 배출량 상당 감축하는 경우, c와 d는 현재 추세가 계속될 경우.
연구진의 추정 결과 세계 모래 해변의 약 50 %가 심각한 침식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네덜란드 과학자들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해안선 길이는 약 111만km에 이른다. 이 가운데 모래 해변은 31% 안팎이다. 연구진은 세계 모래해변의 10.6~12.2%(2만8260~3만2456km)가 2050년까지 심각한 침식에 직면할 수 있으며, 이번 세기 말에는 이 숫자가 37.2~50.9%(9만9996~13만5279km)로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구진은 심각한 위험의 기준점을 `해안선이 100미터 이상 줄어드느냐' 여부로 삼았다.
전 세계 모래 해변의 66%가 있는 아프리카대륙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됐다. 두 기후변화 시나리오 아래서 감비아, 콩고, 수리남, 기니비사우, 베냉 같은 나라에선 모래 해변의 60% 이상이 사라질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아프리카 이외에선 이라크, 파키스탄, 엘살바도르가 가장 위험한 그룹에 속했다.
사라질 모래 해변의 전체 길이에서는 호주가 1만2324km(RCP8.5에선 1만5439km)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호주 전체 해안선의 40%에 해당한다. 이어 캐나다(9577~1만6651km), 칠레(5471~7050km), 멕시코(4119~5105km), 중국(4084~5185km), 미국(3908~5553km), 아르헨티나(3668~4413km), 이란(3654~3870km)도 큰 영향을 받는 나라에 속했다.
2018년 연구에선 1984~2016년의 위성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세계 모래 해변의 24%가 연간 평균 0.5미터씩 침식하고 있으며, 48%만이 안정된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 바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3월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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