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작가와 예술가에게 커피와 카페는 뗄 수 없는 창작의 동반자로 여겨져왔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커피를 사랑해 <커피 칸타타>를 작곡했을 정도이고, 프랑스 사실주의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는 날마다 50잔의 커피를 마셨다고 전한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도 아침을 60알의 원두를 갈아 만든 커피로 시작했다고 한다.
커피는 과연 창의력을 북돋우는 창작의 도우미일까? 미국 아칸소대학 다르야 자벨리나 교수(심리학) 연구진이 지난주 학술지 <의식과 인지(Consciousness and Cognition)>에 실은 논문은 커피와 창의력과의 관계를 연구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광장에 있는 유서깊은 카페 플로리안, 이 카페는 카사노바, 괴테, 찰스 디킨스, 헤밍웨이 등 숱한 문인과 예술가들이 찾아 커피를 즐긴 곳으로 유명하다. 플리커 제공.
기존에 커피 섭취가 집중력, 주의력, 기분, 운동능력에 끼치는 연구는 많았지만, 커피가 창의력에 끼치는 연구는 거의 알려지지 않왔다.
연구진은 80명의 실험참여자들에게 진한 커피 한잔에 들어 있는 카페인 총량인 200mg의 카페인 알약 또는 가짜약(플라시보)을 먹게 하고 일련의 과제 수행능력을 테스트했다. 이중맹검 방식으로 테스트가 이뤄졌다. 연구진은 과제를 수렴적(convergent) 사고 능력과 확산적(divergent) 사고 능력 두 종류로 분류했다. 수렴적 사고는 정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문제해결 기반의 사고방식이고, 확산적 사고는 브레인스토밍이나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하는 것과 같은 창의적 사고방식으로 심리학에서 정의된다.
테스트 결과, 카페인 섭취는 창의적인 아이디어 생성능력이나 작업기억 향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게 드러났다. 카페인을 섭취했다고 믿든, 위약을 먹었다고 믿든 간에 또 카페인 섭취와 기분 변화를 통제한 뒤에도 결과는 동일했다. 반대로 카페인 섭취가 창의성을 저해하는 유의미한 결과도 보고되지 않았다.
하지만 카페인은 수렴적 사고인 문제 해결능력과 관련해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줬다. 실험참가자들의 카페인 섭취 뒤 문제 해결능력은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고, 참가자들은 덜 슬프다고 보고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