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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평생 빛을 내는 발광식물이 나왔다

등록 2020-04-29 05:00수정 2020-04-29 10:18

발광버섯 유전자 4개 주입했더니
식물 카페익산이 발광물질로 전환
‘리사이클 시스템’으로 발광 지속
발광버섯 유전자를 이용한 발광식물이 개발됐다. planta 제공
발광버섯 유전자를 이용한 발광식물이 개발됐다. planta 제공

일생에 걸쳐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발광식물이 개발됐다. 지금까지는 빛을 내는 물질이나 유전자를 직접 주입하지 않고 자체 물질을 이용해 빛을 내도록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과 러시아의 생명공학기업 플란타(Planta) 연구진은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유전공학 기법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빛을 내는 식물을 만들어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베트남 남부 숲 지대에 서식하는 발광 독버섯 ‘네오노토파누스 남비’(Neonothopanus nambi)의 유전자를 두 종의 담배식물(Nicotiana tabacum, Nicotiana benthamiana)에 집어넣어 녹색 빛을 내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 유전자는 식물에 있는 카페익산(caffeic acid)을 발광 생물에 공통적으로 있는 루시페린이란 물질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카페익산은 카페인과는 관련이 없는 물질이다.

연구진이 발광 버섯에서 루시페린의 합성 메카니즘을 발견한 것은 2018년 말이다. 연구진은 버섯이 네 가지 효소를 이용해 카페익산을 루시페린으로 바꾼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두 효소가 먼저 카페익산을 발광 전구체로 만들어주면, 세번째 효소가 이를 산화시켜 광자를 완성한다. 마지막으로 네번째 효소는 이 광자를 다시 처음의 카페익산 상태로 돌려놓는다. 전체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리부팅해주는 셈이다. 네 효소가 차례로 작동하며 `발광 순환' 시스템을 가동하는 구조다.

꽃을 비롯한 식물의 모든 부위에서 빛이 났다. planta 제공
꽃을 비롯한 식물의 모든 부위에서 빛이 났다. planta 제공

식물 모든 부위에서 발광…성장에 부정적 영향 안줘

흥미로운 건 카페익산은 모든 식물에 있는 물질이라는 점이다. 나무를 비롯한 식물의 세포벽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리그닌 합성의 열쇠를 쥔 물질이다. 연구진은 이 효소들을 식물에 집어넣으면 발광버섯처럼 카페익산을 루시페린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데 착안하고, 이와 관련이 있는 네 개의 버섯 유전자를 담배식물에 주입했다. 그러자 담배식물이 발아에서부터 다 자랄 때까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정도의 빛을 스스로 계속 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잎은 물론 줄기, 뿌리, 꽃 등 식물의 모든 부분에서 발광 현상이 일어났다.

이번 연구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발광 유전자를 주입했어도 발아, 개화 등 애초 식물의 성장과 특성 발현에는 아무런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다만 유전자를 이식받은 식물은 평균 12% 더 자랐다.

어렸을 때 가장 빛나…실내 조명·장식 등에 활용 기대

연구진에 따르면 발광식물은 어렸을 때 빛을 가장 많이 냈다. 1분당 10억 광자를 방출했는데 이는 책을 읽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물체를 보는 데는 충분한 밝기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이번에 개발된 방법은 이전의 발광 식물보다 안전성과 지속성, 경제성에서 앞선다. 우선 발광박테리아 유전자를 이용한 발광식물보다 빛의 밝기가 10배가 더 밝다. 연구진은 발광 박테리아 유전자는 식물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만 초당 1조 광자를 방출한 2017년 MIT대 연구진의 발광 물냉이보다는 밝지가 못했다. 그러나 물냉이는 발광 시간이 3.5시간에 불과했다. 발광을 지속하려면 루시페린과 효소(루시페라아제)를 나노 입자에 넣어 식물에 계속 주입해줘야 했다. 이는 비용을 높이는 요인이다.

연구진은 새로운 발광식물 기술을 옅은 실내 조명이나 장식은 물론 식물의 호르몬 작용 등 식물의 신진대사 과정을 관찰하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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