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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수술로 경기력이 좋아진 것도 도핑일까

등록 2020-07-01 09:19수정 2020-07-01 10:04

[최강의 약물의 유혹, 도핑의 과학]
24화(최종회) 기술 도핑 ⑤ 토미 존 수술
프로야구팀 현대 유니콘스의 전성기를 이끌던 정민태. 한겨레 제공
프로야구팀 현대 유니콘스의 전성기를 이끌던 정민태. 한겨레 제공

정민태는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오른손 투수 중 한 명으로 뽑히는 선수이다. 1999년에는 20승 7패로 다승왕에 오르며 20세기 마지막 20승 투수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2003년에는 선발투수로 등판한 경기에서 21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하지만 선수로서 정민태의 진가는 정규 시즌이 끝난 뒤에 더 빛을 발했다. 포스트 시즌에서만 115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면서 도합 10승을 달성했고, 한국시리즈에서만 2차례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는 활약을 펼쳤다.

17년 동안 마운드에 서며 124승 98패라는 성적을 거둔 정민태지만 프로 경력의 시작은 매우 좋지 못했다. 1992년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한 그는 첫 경기에서 4회를 던지던 중 팔꿈치에서 뜨끔한 기운을 느꼈다. 통증 때문에 마운드에서 내려왔지만 이후에도 팔은 퉁퉁 부은 채 구부러지지도, 펴지지도 않는 상태가 계속되었다. 결국 그해 8월 정민태는 팔꿈치 수술을 받으러 미국으로 건너갔다.

수술을 위한 도미(渡美)는 전례 없는 일이었다. 당시는 투수의 팔에 칼을 대는 것이 금기였고, 수술은 조기 은퇴를 의미하던 시대였다. 그러나 미국프로야구를 경험하고 온 감독 정동진은 회복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1974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한 팔꿈치 수술을 받고 성공적으로 복귀한 투수를 여럿 만났기 때문이었다. 1년 8개월의 긴 재활을 마친 정민태는 1994년 선발진의 한 축으로 복귀했다. 꽃을 피우지 못한 유망주로 끝날 뻔한 그의 야구 인생은 척골 측부인대(ulnar collateral ligament) 재건술의 도움으로 현대 유니콘스 시절 만개(滿開)했다. 국내에서는 정민태가 처음으로 받은 이 수술은 ‘토미 존 수술(Tommy John surgery)’이라는 별칭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야구 경기장보다 의학 교과서에서 더 유명한 선수

“의료인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어야 합니다. 그 시작은 프랭크 조브여야 하고요.”[1]

다저스 스타디움에서의 프랭크 조브. 위키미디어 커먼스 제공
다저스 스타디움에서의 프랭크 조브. 위키미디어 커먼스 제공

2013년 7월 미국프로야구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 백발의 노신사가 초청되었다. 그의 이름은 프랭크 조브(Frank Jobe)로 혁신적인 수술로 많은 투수를 살려낸 스포츠 의학의 개척자였다. 규정 상 헌액 대상이 선수, 감독, 심판, 구단 관계자 및 언론인으로 제한되기에 그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은 안타깝게 벽에 걸리지 못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팬들은 야구 발전에 끼친 그의 영향이 어지간한 헌액자를 능가할 뿐만 아니라 야구 역사 자체를 바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1925년생인 조브는 18세때 2차 세계대전에 징집되었다. 제101 공수사단 소속으로 의료 물자를 전방으로 보내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그는 치열한 전장에서 군의관들이 흔들림 없이 수술하는 모습에 도전을 받았고, 제대 후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정형외과 의사가 된 그는 훗날 역시 스포츠 의학의 거두(巨頭)가 될 로버트 컬란(Robert Kerlan)과 동업을 시작했다. 병원의 이름은 둘의 이름을 딴 ‘컬란-조브 정형외과 클리닉’이었다.

1964년 조브는 컨설턴트로 엘에이 다저스와 인연을 맺었고, 1968년부터는 공식적으로 팀 주치의가 되었다. 이 시기 가장 유명한 환자는 당대 최고의 투수 샌디 코팩스였다. 하지만 그의 놀라운 실력은 만성적인 왼쪽 팔꿈치 부상을 처절하게 이겨낸 결과물이었다. 그는 경기에 나설 때 통증을 잊기 위한 방편으로 고추 가루를 사용했다. 열이 배출되면서 팔의 통증은 줄었지만 하도 많이 뿌리는 통에 다른 선수들은 주변에 얼씬도 못 하고, 유니폼 세탁도 따로 해야 할 정도였다.

공을 던지고 있는 샌디 코팩스. 위키미디어 커먼스 제공
공을 던지고 있는 샌디 코팩스. 위키미디어 커먼스 제공

조브는 코팩스의 건강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는 30세의 이른 나이에 은퇴했다. 팔꿈치 인대가 얼마나 상했는지 볼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MRI)도 없었고, 훗날 개발될 토미 존 수술도 존재하지 않던 당시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일이었다. 당시 팔꿈치 부상으로 경력에 종지부를 찍는 선수는 코팩스 한 명이 아니었다. 조브는 고민하던 중 타 부위의 인대를 이식해서 손가락 부상을 치료하는 수부(手部) 외과 수술에서 영감을 얻었다. 오랜 투구로 너덜너덜해진 투수의 팔꿈치 인대를 새로운 인대로 교체하는 방법이었다.

기회는 1974년 찾아왔다. 엘에이 다저스의 선발 투수 토미 존(Tommy John)은 7월17일 경기 도중 팔꿈치에 큰 통증을 느꼈다. 트레이너는 심한 염좌(sprain: 인대가 찢어지거나 늘어나는 부상)로 진단하고 한동안 쉴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부상은 낫지 않았다. 존은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마운드에서 던진 공은 홈플레이트에 이르지도 못했다. 조브는 낙담한 존에게 연구 중이던 수술을 권유했다. 재활에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팔꿈치를 원상태로 돌려 놓을 수 있다는 말에 존의 마음이 움직였다. 조브는 훗날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존은 내 방을 심각하게 둘러본 뒤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어요. ‘해보죠(Let’s do it).’ 야구의 역사를 바꾼 세 마디였죠.”[2]

부상을 떨친 토미 존은 1979년부터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을 이어나간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부상을 떨친 토미 존은 1979년부터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을 이어나간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9월25일 조브는 역사적인 수술을 집도했다. 수술을 보조하던 수부 외과 의사 허버트 스타크는 오른쪽 손바닥에서 힘줄을 떼어내자고 제안했다. 거의 사용되지 않는 손바닥의 힘줄은 제거해도 관절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지 않아 수부 외과에서 즐겨(?) 사용하는 부위였다. 조브는 이어서 팔꿈치를 이루는 위쪽 뼈와 아래쪽 뼈에 두 개의 구멍을 뚫고 떼어낸 힘줄을 8자 모양의 고리를 만들어 두 뼈를 고정시켰다. 거의 끊어질 듯 손상되었던 팔꿈치 척골의 측부인대가 새로운 조직으로 재건된 것이었다.

재활을 시작한 지 몇 달 뒤부터 존은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상황이 좋아 보였다. 심지어 연말이면 마운드에 복귀할 수 있으리란 예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얼마 뒤 왼쪽 아래팔이 저리고 아프기 시작했다. 혁신적인 시도가 실패로 끝나는 것이었을까? 수술방에서 팔꿈치 부위를 다시 열어 보자 척골 신경이 수술 후 발생한 흉터 조직에 끼어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조브는 척골 신경의 위치를 옮기는 전위술(transposition)을 시행했다. 존은 이듬해를 통째로 날렸지만 1976년 드디어 온전한 왼팔로 마운드에 돌아왔다.

복귀 첫 해 존은 207이닝을 던지며 성공적으로 복귀했고, 이듬해에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의 왼쪽 팔꿈치에 이식한 힘줄이 잘 정착해 새로운 인대 역할을 잘 감당한 덕분이었다. 이후 그는 13년 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면서 164승을 거뒀다. 이전에는 투수가 팔에 부상을 당하면 샌디 코팩스처럼 은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조브가 도입한 ‘토미 존 수술’은 투수의 생명을 비약적으로 연장시키며 야구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갔다.

토미 존 수술을 둘러싼 논란

2005년은 야구 선수 임창용에게 힘든 한 해였다. 해외 진출에 실패했고, 소속팀과 재계약 과정에서 심한 갈등을 겪었다. 선발 투수로 거둔 5승 8패와 평균자책점 6.50은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나쁜 성적이었다. 그해 말에는 팔꿈치 부상 때문에 토미 존 수술까지 받았다. 2007년 복귀한 뒤에도 여전히 부진했고, 이듬해 일본팀과 계약을 맺었지만 선수 생활이 거의 끝났다는 평가가 대세였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 보다 빠른 공을 던지며 방어율 0점대를 기록하는 ‘미스터 제로’로 부활했다. 2008년에는 최고 구속을 시속 160킬로미터까지 끌어 올렸는데, 많은 사람들은 구속 회복의 원인으로 수술을 꼽았다. 토미 존 수술이 경기력 향상의 도구로 비친 것이었다.

기아 타이거즈 시절의 임창용. 한겨레 제공
기아 타이거즈 시절의 임창용. 한겨레 제공

토미 존 수술을 통해 부상이 회복될 뿐만 아니라 더 나은 공까지 던질 수 있다면 선수 입장에서는 희소식이다. 오비이락일 수 있겠지만 토미 존 수술을 받는 메이저리그 선수가 1974-1994년 사이에는 총 12명이었지만 이후 빠른 속도로 증가해서 2015년 조사에서는 382명의 투수 중 25%에 해당하는 96명이 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3] 뭔가 도움이 되니까 많이 시행된 것 아닐까? 고등학교 야구 선수의 51퍼센트가 경기력을 올릴 수 있다면 부상이 없어도 토미 존 수술을 받겠다고 답한 연구 결과는 이런 의심은 나름 근거가 있어 보인다.[4]

2014년 한 연구진은 1986-2012년 사이에 토미 존 수술을 받은 투수의 방어율이 감소하고, 사구나 안타를 적게 내주며, 패전의 숫자도 주는 식으로 경기력이 향상했다고 보고했다.[5] ‘역시 뭔가 있는 게 분명해, 임창용도 수술 후 좋아졌잖아’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같은 해 다른 연구에서는 토미 존 수술 전후로 투수가 던지는 공의 속도에는 정작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6] 아울러 전반적인 기록 지표에도 별 다른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상반되는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토미 존 수술 전후의 기록을 비교할 때 주의해야 할 부분은 팔꿈치 부상이 악화되는 시점이다. 통증 때문에 선수의 경기력은 수술 받기 이전 해부터 나빠지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때 선수는 수술대에 오른다. 수술을 받고 통증이 사라지면 선수는 수술 이전 해보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수술 직전 최악일 때의 기록을 비교 대상으로 삼으면 당연히 경기력이 향상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연구 중 전자의 비교 방법이 딱 이랬다. 임창용 역시 2005년 부상 때문에 평균 구속이 시속 140km 초중반에 불과했지만 ‘창용불패’로 불리던 해태 타이거즈 시절 시속 155km를 상회하는 공을 던졌었다. 따라서 토미 존 수술 후에 구속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을 통해 부상 이전의 구속을 되찾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토미 존 수술 자체가 도핑처럼 경기력 자체를 향상시키지 않는 것은 확인했지만 추가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수술에 이르는 과정과 결정 시점이다. 과거에는 투수가 많은 공을 던지면서 팔을 과도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부상이 발생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마운드의 분업화가 이뤄지면서 지난 40년간 투수가 던지는 공의 수와 소화하는 이닝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과거보다 팔을 덜 쓰는 데도 토미 존 수술이 늘어난 까닭은 무엇일까?

2016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원인은 구속 증가로 보인다.[7] 메이저리그에서 토미 존 수술을 받은 투수는 받지 않는 투수보다 속구를 평균 7% 더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수가 과거보다 ‘덜’ 던지기는 하지만, ‘더’ 세게 던지기 때문에 토미 존 수술이 증가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실제 최근 2년 동안 투수가 던진 공 중에서 속구가 48% 이상이면 척골 측부인대의 심각한 손상을 예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속 145km의 속구와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볼을 주무기로 2000년대 초반을 호령했지만 이적 후 경기력이 급하강한 투수 배리 지토의 의미심장한 고백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커브볼을 던질 때에는 팔꿈치와 어깨가 전혀 불편하지 않았어요.”[8]

투수의 능력을 평가할 때 가장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항목은 구속이다. 고등학교 졸업반 투수가 스카우터의 눈에 들기 위해 팔이 빠지도록 공을 빠르게 던지거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앞둔 선수가 통증을 참아가며 속구를 꽂는 모습은 야구장에서 흔한 장면이다. 대개 혹사는 부상으로 이어져 선수 생명을 위협하지만 팔꿈치 부상은 조금 다르다. 복귀에 실패할 확률이 2.8%로 매우 낮은 토미 존 수술이라는 믿음직한 대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5] 물론 팔꿈치에 칼을 대는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겠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밑지는(?) 장사가 아닐 수도 있다.

올해 봄 시속 160km를 우습게 던지는 노아 신더가드와 역대 최소 이닝 2000탈삼진을 기록한 좌완 파이어볼러 크리스 세일이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팀에서는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코로나 19로 개막이 불투명해지자 미뤄오던 수술을 결정했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았다. 만약 정상적으로 시즌이 개막했거나 수술 후 복귀율이 낮았다면 두 선수가 서슴없이 수술대에 올랐을까? 고통스러운 수술과 재활의 과정을 거치는 선수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혹 야구계가 수술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은 아닐까? 근래 메이저리그의 토미 존 수술 시행 숫자가 다소 줄었지만 앞으로도 그럴지 향후 추세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수술은 도핑인가? 아닌가?

2018년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의 우승자는 시모나 할레프(Simona Halep)였다. 잔디 코트조차 없는 테니스의 불모국 루마니아 출신인 그는 2006년 프로에 데뷔했다. 착실히 성장하며 2009년 세계 순위 210위에 올랐지만 더 높은 목표를 꿈꾸던 그에게는 뜻밖의 장애물이 있었다. 바로 34DD(국내 기준 75F컵) 크기의 가슴이었다. 가슴이 너무 무거워서 경기 중에 빠르게 반응하지 못했고, 평소에는 목과 허리 통증에 시달렸다. 결국 그는 고민 끝에 가슴 축소 수술을 결정했다.

“일상 생활에서도 내 가슴을 좋아했던 적이 없어요. 운동 선수가 아니었어도 수술을 받았을 겁니다.”[9]

가슴의 크기를 34C(국내 기준 75D컵)로 줄인 수술의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이듬해 세계 순위는 81위로 올랐고, 2013년에는 11위까지 상승했다. 이후에도 거침이 없었다. 결국 2017년 세계 순위 1위까지 거머쥐었고,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4대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 오픈과 윔블던 대회 단식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수술 덕에 불과 10년 전 해외 토픽의 가십란에서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던 선수가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선수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윔블던 여자단식 챔피언에게 주어지는 트로피를 들고 있는 시모나 할레프. 한겨레 제공
윔블던 여자단식 챔피언에게 주어지는 트로피를 들고 있는 시모나 할레프. 한겨레 제공

이처럼 수술이 경기력 향상에 큰 영향을 끼친다면 약물로 경기를 끌어 올리는 도핑과 다르다 말할 수 있을까? 인위적 수단으로 경기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과정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물론 은밀하게 투여할 수 있는 약물과 달리 수술은 시행 여부를 숨기기 어렵다. 또한 손상된 부위를 대체한 토미 존이나 일정 부위를 제거한 시모나 할레프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수술은 경기력에 부정적인 요소를 없앴을 뿐 직접적으로 경기력 향상을 꾀하지는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어떨까? 종합격투기 선수 닉 디아즈(Nick Diaz)는 격렬한 경기 도중 아물지 않은 상처가 찢어지면서 피를 흘리는 것이 문제가 되자 얼굴 뼈를 부드럽게 갈고 사체(死體)의 피부 조직을 이식받는 수술을 받았다. 권투 선수들이 오래 전부터 안면부 출혈을 줄이기 위해 써온 방법을 적용한 것이었다. 담당 의사는 경기력을 향상시킨 것이 아니라 대등한 위치에서 싸우도록 도운 것이라 주장했지만 방어 기능도 경기력의 일부이지 않을까?

나아가 의학과 과학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시도가 속속 이뤄지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토미 존 수술만 하더라도 큰 틀은 변함이 없지만 혈소판 풍부 혈장(platlet rich plasma; PRP)을 추가로 주입해 힘줄의 부착을 강화하거나 인공 소재로 힘줄을 대체하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줄기 세포, 유전체학, 단백체학 등의 발달로 이식한 힘줄 혹은 대체 물질이 더 나은 경기력을 제공한다면, 이는 여전히 수술일까? 아니면 도핑일까? 향후 관련된 논의와 대책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역사에서 증명되었듯이 선수와 코치는 반도핑 진영을 늘 앞서갔기 때문이다.

최강/정신과의사∙다사랑중앙병원 원장

ironchoi@hanmail.net

참고 문헌

1. Goldstein, R., Frank Jobe, Surgeon Who Saved Pitchers' Careeres, Dies at 88. The New York Times, 2014. http://www.nytimes.com/2014/03/07/sports/baseball/dr-frank-jobe-who-pioneered-tommy-john-surgery-dies-at-88.html.

2. Forgrave, R., Pitcher, doctor change baseball. Fox Sports, 2012. http://www.foxsports.com/mlb/story/tommy-john-surgery-dr-frank-jobe-changed-baseball-gave-new-life-to-pitchers-022012.

3. Conte, S.A., et al., Prevalence of Ulnar Collateral Ligament Surgery in Professional Baseball Players. Am J Sports Med, 2015. 43(7): p. 1764-9.

4. Ahmad, C.S., W.J. Grantham, and R.M. Greiwe, Public perceptions of Tommy John surgery. Phys Sportsmed, 2012. 40(2): p. 64-72.

5. Erickson, B.J., et al., Rate of return to pitching and performance after Tommy John surgery in Major League Baseball pitchers. Am J Sports Med, 2014. 42(3): p. 536-43.

6. Jiang, J.J. and J.M. Leland, Analysis of pitching velocity in major league baseball players before and after ulnar collateral ligament reconstruction. Am J Sports Med, 2014. 42(4): p. 880-5.

7. Keller, R.A., et al., Major League Baseball pitch velocity and pitch type associated with risk of ulnar collateral ligament injury. J Shoulder Elbow Surg, 2016. 25(4): p. 671-5.

8. Mcmahan, I., Throwing fastballs—not curveballs—linked to Tommy John surgery. Sports Illustrated, 2016. http://www.si.com/edge/2016/06/13/fastballs-curveballs-tommy-john-surgery-mlb-youth-baseball-prevention.

9. Teen tennis star has breast reduction surgery in bid to boost her game. Daily Mail, 2010. http://www.dailymail.co.uk/femail/article-1281502/Teen-tennis-star-Simona-Halep-breast-reduction-surgery-boost-gam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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