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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벌독, 악성 유방암 세포에 특효

등록 2020-09-03 14:53수정 2020-09-03 15:04

주성분 멜리틴, 60분 안에 암세포 완전 파괴
벌독의 유방암 항암 효과에 대한 실험실 차원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리퍼킨스연구소 제공
벌독의 유방암 항암 효과에 대한 실험실 차원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리퍼킨스연구소 제공

식물이나 곤충이 적을 퇴치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독성 물질에는 대개 항균 성분이 들어 있어 예로부터 민간에서 치료제로 쓰여온 것들이 꽤 있다. 벌침에 들어 있는 꿀벌의 독(봉독)도 그 중 하나다. 각종 효소 단백질을 포함해 아주 복잡하고 다양한 물질들로 이뤄져 있는 봉독은 관절 계통의 염증과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봉독은 특히 주요 성분만 해도 수십가지에 이르러 이를 이용하려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활발하다.

호주 과학자들이 이번에 봉독에서 유방암 세포에 대한 강력한 항암 효과를 발견했다. 호주 해리퍼킨스의학연구소 연구진은 특히 멜리틴이라는 화합물에 초점을 맞춰 봉독의 항암 효과와 선택성(selectivity, 부작용없이 효과를 일으키는 정도)을 평가했다.

논문 제1저자인 시아라 더피 박사는 정상적인 유방 세포와 세 종류의 유방암 아형 세포를 대상으로 봉독의 효과를 실험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허투양성(HER2-enriched), 삼중음성(triple-negativer) 유방암 세포에서 아주 강력한 효과가 나타났다. 유방암은 전 세계 여성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며, 삼중음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10~15%에 이른다.

실험 결과 봉독은 특정 농도에서 건강 세포는 거의 해치지 않으면서 암세포를 100% 사멸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봉독의 주성분 단백질인 멜리틴이 60분 안에 암세포 막을 완벽하게 파괴시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멜리틴이 암세포가 자라하고 번식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 화학신호가 전달되는 경로를 차단한다고 밝혔다. 멜리틴의 이런 능력을 발견한 것이 바로 이번 연구의 핵심 성과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 피터 클린켄 박사는 "이번 발견은 자연 화합물이 인간 질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음을 확인한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벌독을 투여한 뒤 60분후에 완전 파괴된 암세포. 프리시전 온콜로지
벌독을 투여한 뒤 60분후에 완전 파괴된 암세포. 프리시전 온콜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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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 멜리틴도 비슷한 효과…아직은 연구 초기 단계

연구진은 또 합성 멜리틴을 만들어 시험한 결과 합성 멜리틴도 자연 멜리틴과 비슷한 항암 특성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중 하나는 유방암 세포막에 구멍을 내는 것이다.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약물이 암세포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더피 박사는 공격성이 아주 강한 유방암을 치료할 때 도세탁셀(docetaxel) 같은 항암제 등과 함께 멜리틴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멜리틴과 도세탁셀 조합이 종양 세포의 성장을 줄이는 데 매우 좋은 효과를 냈다.

이번 연구는 매우 유망한 성과를 냈지만 아직까지는 실험실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신약 연구개발 전체 과정에서 보면 아주 초기 단계다. 실험실 환경에서 암세포와 싸울 수 있는 화합물은 숱하게 많지만, 이 가운데 실제 치료제로 쓸 수 있는 단계까지 나아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멜리틴의 경우도 특정 농도가 아닌 다른 농도에서는 독성이 오히려 증가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멜리틴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 독성 부작용에 대한 검토, 그리고 안전한 복용량에 관한 연구 등을 수행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의 종양학분야 자매 학술지인 ‘프리시전 온콜로지’ 9월1일치에 실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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