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 부족한 제왕절개 출생 아기
엄마 대변 이식해주니 정상 상태로 복원
엄마 대변 이식해주니 정상 상태로 복원
출생 초기의 장내 미생물 결핍은 장기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대변 이식 3주 후부터 자연분만 아기와 비슷해져 연구진은 우선 헬싱키대학병원에서 제왕절개 출산을 준비하는 임산부 17명을 모집했다. 연구진은 이들이 출산하기 3주 전에 이들의 분변을 채취했다. 그런 다음 대변에서 병원균이 발견되지 않은 7명만을 실험 대상으로 선정했다. 연구진은 이들이 아이를 낳은 뒤 3.5~7mg의 대변을 모유 5ml에 희석해 아기에게 먹였다. 이어 생후 12주 동안 일정한 간격(출생시, 2일, 1주, 2주, 3주, 3개월)을 두고 장내 미생물군의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자연분만 아기 29명, 대변을 먹이지 않은 제왕절개 아기 18명과 각각 비교한 결과, 대변을 먹인 아기의 장내 미생물군이 3주 후에 자연분만 아기 미생물군과 비슷해진 것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제왕절개 아기가 정상 미생물 군집을 갖추려면 1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변 이식 아기는 그렇지 않은 아기에 비해 병원성 박테리아가 훨씬 적었다. 특히 대변 이식 후 3개월의 추적 기간 중 아기들에게 어떤 부작용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앞으로 과제는 적정량 알아내는 것 미국 럿거스대 마리아 글로리아 도밍게즈-벨로 박사는 `사이언스 매거진' 인터뷰에서 "모든 척추동물에서 아기가 나오는 곳이 항문 옆에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며 "이는 우연이 아닌 자연 선택의 결과이며 신생아가 대변에 노출되기를 원한다는 자연의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의대 존 펜더스 박사는 자연분만 아기가 출생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장내 미생물을 섭취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식대변의 적정량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적정량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에 이미 돌입했다. 대변을 이식받은 아기와 위약을 이식받은 아기 그룹으로 나눠 수년간 모니터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대변 박테리아를 투여하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국 버밍엄대 피터 브로클허스트 박사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인터뷰에서 "유해한 박테리아를 아무리 잘 선별하더라도 탐지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연구진 역시 대변에는 위험한 미생물이 있을 수 있으므로 분변 이식에는 신중한 의학적 관리가 필요하다며 산모가 집에서 이를 따라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셀' 10월1일치 온라인판에 실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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