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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기후변화 인식 바이든 vs 트럼프 지지자 ‘극과 극’

등록 2020-11-03 11:36수정 2021-12-31 15:14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기후변화 ‘우려’ 58% vs ‘우려 안해’ 39%인데
바이든 지지자는 90% ‘우려’, 트럼프 쪽은 23%
애리조나 폭염·온난화, 플로리다는 해수면 상승
지역별 조사에서도 지지 후보 따라 상반된 의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1월26일 백악관 잔디밭에서 기자들한테 “나는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왼쪽)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2015년 10월19일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1월26일 백악관 잔디밭에서 기자들한테 “나는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왼쪽)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2015년 10월19일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와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자자는 기후변화에 대한 태도에서도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변화는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뉴욕타임스>와 미국 뉴욕 시에나대가 지난달 15∼18일 전국 유권자 9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민 58%는 기후변화로 지역사회가 위협받는 데 대해 “매우 우려”하거나 “어느 정도 우려”한다고 답변했다. “크게 우려하지 않거나”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고 답한 경우는 3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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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통령 후보 지지 여부에 따라 답변은 극명하게 갈렸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은 90%가 우려를 표시한 데 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은 23%만이 기후변화를 우려한다고 답변했다.

트럼프는 지구온난화를 거짓말이라며 묵살하고, 기후와 환경 관련 법규들을 후퇴시켰다. 바이든은 기후변화가 ‘위기’라며 국가 에너지체계를 개선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데 2조달러(2300조원) 이상을 투여할 것을 공약하고 있다.

여론조사팀은 주요 경합주에서 유권자들한테 기후변화 관련 주제의 질문을 던졌다. 플로리다에서는 해수면 상승에 대해, 애리조나에서는 폭염에 대한 의견을 조사하고, 펜실베니아에서는 셰일가스 시추에 대한 찬반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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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온난화 우려’ 바이든 지지 90% vs 트럼프 지지 22%

지난 7월과 8월 역대급의 살인적인 폭염이 닥쳤던 애리조나에서 유권자의 57%가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온 상승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애리조나 조사는 10월26∼31일 125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애리조나 유권자들도 누구를 지지하는지에 따라 뚜렷하게 의견이 갈렸다. 바이든 지지자 90%는 기후변화를 우려한다고 표시한 데 비해 트럼프 지지자는 22%만이 같은 의견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지지율은 각각 49%, 43%였다.

일부 유권자는 후보 선택에 기온 상승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애리조나 유마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마르코 미란다(27)는 2016년에 트럼프를 찍었지만 이번에는 바이든에게 사전 투표했다. 그는 “기후변화가 중요한 요인이었다. 지난 선거에서는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란다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민주당원이 아니다. 하지만 공화당은 과학과 기후변화를 믿지 않고 기후환경 정책들을 후퇴시키고 있다. 탈규제를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이 정책들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는 애리조나에서 앞으로도 계속 주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리조나주의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기온 상승에 민감해 18~29살 응답자의 75%가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반면 65살 이상은 51%에 그쳤다. 또 애리조나에서 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이 백인 유권자에 비해 ‘우려’ 표명 비율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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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해수면 상승 우려’ 바이든 지지 82% vs 트럼프 지지 26%

여론조사팀은 홍수 범람에 취약한 플로리다에서는 해수면 상승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10월27∼31일 145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4%가 우려를 표시했지만 역시 대통령 후보 지지층별로 응답률이 크게 갈렸다. 민주당 지지층 82%와 무당층 58%가 기후변화에 우려를 나타낸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26%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플로리다 유권자의 47%가 바이든을 지지한 반면 트럼프 지지는 44%에 그쳤다.

무당층인 플로리다 브래든턴의 실내장식업자 켈리 카이저(47)는 “내 집과 직장이 모두 해변에 있어 수위가 15㎝ 상승하면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트럼프에 사전 투표했다. 그는 “내가 환경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이 시기에 트럼프가 경제를 더 잘 다룰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플로리다 더니든에 사는 은퇴자 비키 캠벨(66)은 2016년에는 트럼프에게 투표했지만 이번에는 바이든에게 사전 투표했다. 그는 “지난번에 기후 문제는 염두에도 없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트럼프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 것은 잘못한 것이고, 청정공기와 수자원 정책을 후퇴시킨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펜실베니아에서는 매장된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 곧 셰일 시추에 대한 찬반을 물었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기후 정책이 펜실베니아 화석연료 산업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며 무당층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크게 먹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펜실베니아에서 10월26∼31일 18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셰일 시추를 찬성하는 비율은 52%에 불과했다. 셰일 시추는 펜실베이나에서 가스 생산산업을 부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면 대기오염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셰일 시추를 반대하는 의견은 27%였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 사전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트럼프를 49% 대 43%로 앞서고 있다.

“기후변화 이슈 대중 급증 이례적인 일”

최근 몇십년 동안의 여론조사는 미국인 대다수는 지구온난화가 사실이며 화석연료 연소 등 인간 활동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과학적 증거를 받아들인다는 것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폭발적으로 관심을 보인 것은 최근 몇년 사이라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말한다. 스탠포드대의 최신 연구는 기후변화 ‘이슈 대중’(어떤 이슈가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올해 역대 가장 높은 25%(5천여만명)에 이르렀음을 밝혀냈다.

20여년 동안 기후변화 여론조사를 해온 존 크로스니크 스탠포드대 교수(커뮤니케이션·정치학·심리학)는 “‘이슈 대중’은 입법자들한테 편지를 쓰고 로비단체에 기부를 하며 이슈를 기반으로 투표를 하기 때문에 이런 증가는 대단한 일이다. 지난 몇년 동안의 기후변화 ‘이슈 대중’ 증가는 어떤 다른 이슈에서 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크로스니크는 언론이 지구온난화에 대해 크게 다루고 있는 것도 주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는 “우리는 올해가 역대 가장 뜨겁다고 밝히는 머릿기사를 해마다 보고 있다”고 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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