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과거 빙하기에도 빙하가 붕괴했다는 증거를 과학자들이 찾아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지만 먼 과거 빙하기에도 빙하 붕괴 현상이 일어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극지연구소는 10일 “2만2천년 전 빙하기에 빙하가 무너져 내린 흔적을 남극바다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극지연구소 연구팀이 남극해에서 퇴적물을 채취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태양을 도는 지구에는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는데, 현재는 마지막 빙하기(영거 드라이아스기)가 2만2천년 전께 끝나고 간빙기에 들어가 있다. 빙하기는 지구 평균온도가 떨어져 얼음으로 덮인 영역이 늘어나는 시기로, 빙하 붕괴는 빙하기가 끝나고 온도가 올라가는 간빙기에 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인위적인 온실가스 영향으로 지구온난화가 일어나 빙하 붕괴가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자들은 바다 밑에서 간빙기 때 떨어져 나온 얼음덩어리들이 운반해 쌓인 퇴적물들을 채취해 빙하 붕괴 현상을 분석해왔다. 이들 퇴적물은 굵기가 1㎜ 이상 되는 입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남극 스코시아해 연구지역. MD07-3133 등은 연구정점을 가리킨다. 극지연구소 제공
김성한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오스트레일리아국립대와 충남대 연구팀과 함께 2003년 남극 스코시아해에서 채취한 퇴적물이 간빙기가 아닌 빙하기에 쌓였다는 것을 밝혀냈다. 빙하 붕괴가 온도가 올라가는 간빙기 때만이 아니라 얼음 영역이 확장해가는 빙하기에도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발견이다.
김성한 연구원은 “빙하기에도 얼음이 얼어가는 영역의 끝부분에서는 빙하가 붕괴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이는 빙하기에도 기후가 안정적이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남극 스코시아해에서 채취한 퇴적물에는 철자성광물이 많이 포함돼 있어 붕괴한 빙하가 옮겨온 것으로 추정됐다. 극지연구소 제공
연구팀이 분석한 퇴적물 입자는 70% 이상이 0.016∼0.063㎜ 크기의 모래보다 작은 실트 입자로 간빙기 때보다 작았다. 또 자성을 띤 광물이 4배 이상 많았다. 이런 사실들은 이들 입자가 육상에서 왔다는 것을 증명한다. 빙하가 품고 있던 퇴적물이 바다까지 오기 위해서는 지금 온난화 시기처럼 빙하가 쪼개지거나 녹아 없어져야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역추적해 빙하기에도 빙하가 붕괴됐음을 밝혀낸 것이다.
김 연구원은 “빙하기의 빙하 크기 변화에 대한 연구는 진행된 적이 없다”며 “빙하기가 안정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기후 예측 프로그램(모델)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 논문은 국제학술지 <고지리 고기후 고생태학>(Palaeogeography Palaeoclimatology Palaeoecology) 11월호에 게재됐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