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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랍테프해가 다시 얼었지만…12월은 다소 춥다, 왜?

등록 2020-11-23 12:20수정 2020-11-23 23:03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겨울 기온 상승·하강 요소들 힘겨루기
라니랴·북극 해빙은 추운 겨울 예고
온난화·성층권·북극진동은 반대 경향
내년 1∼2월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지난해 12월6일 오후 서울 청계천에 얼음이 얼어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지난해 12월6일 오후 서울 청계천에 얼음이 얼어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올해 10월 말이 다 되도록 전혀 얼지 않았던 북극 랍테프해가 최근 빠르게 얼었다. 랍테프해가 얼지 않고 열려 있으면 한반도에 초겨울 한파가 닥칠 확률이 높아진다. 한반도 초겨울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요소인 북극진동은 양의 값으로 바뀌었다. 음의 북극진동 또한 한반도 한파를 예고한다. 12월은 따뜻할까? 기상청의 답은 ‘아니다’이다.

기상청은 23일 ‘3개월(겨울철) 전망’을 발표해 “12월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낮겠고 1∼2월에는 평년과 비슷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수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에 영향을 주는 기상요소로는 엘니뇨·라니냐 상태와 북극 바다얼음(해빙), 온난화 경향과 성층권 바람 편차, 북극진동, 유라시아지역 눈덮임 등이 있다”며 “랍테프해가 빨리 얼었지만, 카라·바렌츠해 해빙은 여전히 덜 언 상태인 데다, 올겨울 라니냐 상태가 지속하는 등 초겨울 기온을 낮출 요소들이 좀 더 강할 것으로 분석돼 12월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낮을 확률이 높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북극진동 음에서 양으로 전환

기상청이 지난달 ‘3개월 전망’을 발표할 때와 달라진 요소는 북극진동과 유라시아 지역 눈덮임이다. 북극진동은 북극에 있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극 소용돌이)가 수십일 또는 수십년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을 말한다. 북극 기온이 높아지면 남과 북의 온도차가 작아져 상층 제트가 느슨해지면서 중위도로 한기가 남하한다. 지난 10월 북극진동이 음의 지수를 유지하다 11월 들어서며 양의 지수로 바뀌었다.(참고: 북극진동·바다얼음?…이것만 알면 당신도 제갈공명)

이현수 과장은 “현재 북극진동이 다시 음의 지수로 바뀔 수 있는 신호가 잡히기는 하지만 북극진동은 자연변동성에 의한 것이어서 12월 들어 북극진동이 음의 지수로 바뀔지 양으로 지수를 유지할지 지금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유라시아지역에는 10월에는 평년보다 눈이 많이 덮였으나 11월 들어 눈덮임이 평년보다 적어진 지역들이 생겨났다. 유라시아지역에 눈이 많이 덮이면 햇빛 반사량이 많아져 대륙고기압이 발달할 조건이 돼, 한반도가 찬공기를 유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라니랴·성층권 등은 그대로

다른 요소들은 10월과 큰 변화가 없다.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는 현재 평년보다 0.8도 낮은 상태로, 기상청은 지난 8월부터 사실상 라니냐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라니냐 상태는 올겨울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라니랴가 진행될 때 통계적으로 11∼12월 기온이 평년보다 다소 낮은 경향을 보인다.

북극 해빙의 경우 10월에는 위성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던 랍테프해는 빠르게 얼어 모두 얼음으로 채워졌지만, 카라·바렌츠해는 여전히 평년보다 얼음이 적은 상태에 있다. 북극 해빙이 적으면 우랄산맥 부근이나 동시베이라 지역에 기압능이 강화돼 동아시아에 찬공기가 유입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현수 과장은 “현재 우랄산맥 부근에 기압능이 약하게 발달하고 있어 지난 10월 때처럼 블로킹으로 발달할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층권 진동. 빨간색은 서풍편차를, 파란색은 동풍편차를 나타낸다. 기상청 제공
성층권 진동. 빨간색은 서풍편차를, 파란색은 동풍편차를 나타낸다. 기상청 제공

적도 상공 10∼15㎞에서의 바람 편차인 성층권 진동(QBO)은 10월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서풍편차를 보인다. 이 진동이 서풍편차를 보이면 북극진동이 양의 지수로 바뀐다. 팽이가 세게 돌면 진동이 없듯이, 서풍이 강하게 불면 상층의 제트가 강해 북극 한기가 극지방에 갇히고 중위도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상태가 유지된다.

이현수 과장은 “세계 11개 기관에서 제시한 역학모델 예측은 올해 한반도 겨울철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지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난 5일 열린 한국·중국·일본·몽골 기후예측 전문가 회의와 지난 18일 열린 국내 기후예측 전문가 회의에서는 여러 기상요소들을 고려해 우리나라 겨울철 평균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겠으나 초겨울은 다소 춥겠다고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강수량은 다소 적을 듯

기상청은 이날 “12월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낮고 1∼2월에는 평년과 비슷할 확률이 높겠다”며 “역대 가장 따뜻했던 지난해 겨울보다는 추운 날이 많겠다”고 밝혔다. 12월 전국 평균 평년기온은 최저기온 영하 3.2도, 최고기온 7.0도이며, 서울의 경우 12월 최저기온 평년값이 영하 3.2도, 최고기온은 4.3도이다.

연도별(1973년∼2019년) 전국 평균 기온(12월~2월). 기상청 제공
연도별(1973년∼2019년) 전국 평균 기온(12월~2월). 기상청 제공

기상청은 또 “겨울철에는 고기압 영향을 주로 받아 건조한 날이 많다”며 “12월과 2월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겠지만 1월에는 다소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최근 6개월 동안 누적강수량(1271.0㎜)은 평년의 127.4%로 기상가뭄이 없었으며, 2월까지도 전국적인 기상가뭄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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