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초 한반도를 강타한 제10호 태풍 ‘하이선’. 진로가 남북으로 곧추선 형태다. 기상청 국립기상위성센터 제공
지난해 여름 한반도를 강타했던
‘곧추선’ 태풍들이 제트기류에 변화를 일으켜 미국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에 영향을 끼쳤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지구‧환경공학부 윤진호 교수 연구팀은 5일 “지난해 여름 한반도에 많은 피해를 안겼던 3개의 태풍이 강력한 에너지로 제트기류를 변화시키면서 미국 서부 오리건주에서 발생한 산불에 영향을 끼쳤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트기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는 대기 상층의 강한 공기 흐름을 말한다. 윤 교수팀이 미국 유타주립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의 논문은 학술지 <지구물리회보> 지난달 8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
DOI : 10.1029/2020GL091430)
지난해 여름 우리나라에는 8월22일 제8호 태풍 ‘바비’를 시작으로 28일 제9호 태풍 ‘마이삭’, 9월1일 제10호 태풍 ‘하이선’ 등 2주에 걸쳐 3개의 태풍이 남북으로 곧추선 상태로 북상하면서 많은 피해를 일으켰다.
지난해 발생한 태풍은 모두 23개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것은 이들 태풍을 포함해 모두 4개였다. 영향 태풍 수는 평년(3.1개)과 비슷하지만 양상은 사뭇 달랐다. 8월말∼9월초에 집중된 데다 제5호 태풍 장미를 제외한 3개의 태풍은 2주 동안 최대순간풍속 초속 49.2m(제주 고산·마이삭)에 이르는 강한 바람과 많은 강수를 동반했다. 특히 일반적인 전향(태풍이 열대지방에서 온대지방을 향해 서쪽 방향으로 진행하다 북위 30도 부근에서 동쪽으로 선회하는 것) 경로를 벗어나 이들 태풍은 동쪽으로 꺾이지 않고 곧바로 북상했다. 연구팀은 “태풍들은 열대지방의 고온다습한 에너지를 북쪽으로 전파했는데 이러한 강력한 에너지는 제트기류를 변화시킬 정도로 매우 강했다”며 “이로 말미암아 미국의 서부 해안가에 강력한 고기압이 형성돼 오리건주에서 발생한 산불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왼쪽은 지난해 여름 한반도에 영향을 준 3개 태풍의 진로. 오른쪽은 이들 태풍이 예측된 경우 대기 상층 지위고도장(빨간색)과 예측되지 못한 경우(검은색), 그리고 실제 관측(점선). 광주과학기술원 제공
연구팀은 지난해 태풍의 진로 등 다양한 관측 자료와 다중 앙상블 예측실험자료(GEFS)를 사용해 태풍을 예측한 실험과 그러지 못한 실험을 상대 비교함으로써 이러한 결론을 유추했다.
윤진호 교수는 “이례적으로 2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세 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며 많은 피해를 남기고 미국의 산불을 유발하는 기상패턴까지 만들어 낼 정도로 매우 강력했다”며 ”극한기상기후를 지역적인 현상으로 이해하기보다 전 지구적인 현상으로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