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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몸무게의 100배 이상 견디는 제비 둥지의 비밀은 ‘침’이었다

등록 2021-01-12 12:59수정 2021-01-12 13:19

타액 속 점액 단백질 굳으며 접착제 역할
제비 몸무게의 100배 이상 무게도 견뎌내
서울대 등 국내 연구진, 국제학술지에 발표
시골 집 처마 밑의 둥지에서 어미를 기다리는 제비 새끼들. 윤순영 이사장 제공
시골 집 처마 밑의 둥지에서 어미를 기다리는 제비 새끼들. 윤순영 이사장 제공

제비는 봄철에 한반도를 찾아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독립시킨 뒤 다시 남쪽 지방으로 날아가는 대표적인 여름철새다. 요즘엔 농촌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워졌지만 제비가 새끼를 낳기 위해 둥지를 트는 곳은 주로 시골 집의 지붕 처마 밑이다.

제비처럼 수직 절벽이나 벽에 단단한 집을 짓는 새는 전체 조류 1만여 종 가운데 57종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에 따르면 제비가 가장 좋아하는 흙은 논흙이다. 논흙은 습도 조절 능력이 있고 작은 미립자가 공기를 순환시키는 환풍기 역할도 해 쾌적한 둥지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진흙 알갱이로 만들어진 제비 둥지는 제비 하중의 100배 이상을 견딜 만큼 견고하다는 점이다. 160년 전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제비의 집짓기 능력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자연선택에 의해 진흙과 타액을 섞어 집을 짓는 제비 종의 능력이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제비의 강력한 집 짓기 실력의 비결이 뭘까? 서울대 기계공학부(정연수 박사, 정소현 박사과정, 김호영 교수), 서강대 기계공학과(김원정 교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이상임 교수) 공동연구진이 그 비밀을 과학적으로 규명해 1월12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경기 수원의 한 차양막 밑에 둥지를 튼 제비(왼쪽)과 제비집과 똑같은 비율로 3D 프린팅한 인공 둥지. 서울대 제공
경기 수원의 한 차양막 밑에 둥지를 튼 제비(왼쪽)과 제비집과 똑같은 비율로 3D 프린팅한 인공 둥지. 서울대 제공

제비 둥지가 벽에 붙어 있으려면 무게에 의해 아래로 잡아당겨지는 힘을 이겨내야 한다. 하지만 진흙은 쉽게 구할 수는 있지만, 당기는 힘에는 매우 취약해 건축 재료로서는 사실 함량 미달인 물질이다.

연구진은 생체물리학적 분석을 통해 제비가 자신의 침을 이용해 흙의 취약점을 강점으로 바꿔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제비의 타액과 흙 알갱이가 섞인 후 굳어지면 타액에 포함된 고분자 물질이 흙 알갱이를 서로 붙여주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 접착제의 정체는 제비 타액 속의 당 단백질 뮤신이었다.

연구진은 제비는 둥지에서 힘을 가장 많이 받는 부분을 특별히 보강해 집을 짓는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연구진이 실험한 결과, 이렇게 만들어진 둥지는 제비 몸무게의 100배가 넘는 하중도 견뎌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공학적 관점에서 제비의 둥지는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로 최적의 설계 및 시공을 해낸 하나의 걸작"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서울대 정연수 박사, 서강대 김원정 교수, 서울대 김호영 교수.
왼쪽부터 서울대 정연수 박사, 서강대 김원정 교수, 서울대 김호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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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 방식과 비슷한 제비 집 짓기

제비의 집 짓는 방식은 재료를 층층이 쌓아 굳히는 3D 프린팅과 비슷하다. 제비 역시 축축한 진흙 재료를 쌓아 둥지 구조를 만들어낸 뒤 자연 건조시킨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기능성 보철물 같은 의료 용구의 3D 프린팅과 기존 세라믹 공학에서 새로운 재료를 개발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를 이끈 김호영 교수는 “제비의 집 짓는 기술을 모사한 3D 프린팅 기술, 수학적 모델링, 그리고 생물학과의 융합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제비 둥지가 가진 과학적 비밀을 밝혀냈다”며 “새 진흙 둥지 연구는 환경친화적 물질을 이용한 3D 프린팅 기술 발전에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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