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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2030 탄소중립 선언한 호주 축산업계 ‘비장의 무기’는 해조류

등록 2021-01-12 13:56수정 2021-12-31 14:16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소 2650만마리 전체 온실가스 10% 방출
바다고리풀 먹여 가스 속 메탄 80% 제거
축산업체들 상업화 실험 본격 시동 걸어
가축에서 방출되는 메탄은 오스트레일리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시드니모닝헤럴드> 제공(JUSTIN MCMANUS 촬영)
가축에서 방출되는 메탄은 오스트레일리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시드니모닝헤럴드> 제공(JUSTIN MCMANUS 촬영)

오스트레일리아축산공사(MLA)는 지난 2017년 11월 “적색육산업에서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소 사육두수는 현재 2650만마리에 이른다. 나라 전체 온실가스 가운데 축산업이 배출하는 비중이 10%나 된다. 오스트레일리아 축산업계는 2030 탄소중립을 실현할 비법으로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와 함께 개발한 해조류 첨가제의 상업화 실험을 시작했다고 12일 밝혔다.

소와 같은 반추동물의 방출 가스에는 메탄이 다량 포함돼 있어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받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 집계로 2020년 세계 소 사육두수는 9억8750만마리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는 세계 가축들이 내뿜는 온실가스가 71억t(이산화탄소환산)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14.5%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메탄은 에너지 흡수 능력이 이산화탄소의 26배인 반면 대기에 머무는 기간은 12년으로 100년인 이산화탄소보다는 훨씬 짧다. 어떤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구온난화지수(GWP)는 20년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보다 메탄은 72배 높다. 얼추 계산해 소 두세 마리가 일 년 동안 내뿜는 트림과 방귀는 자동차 한 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맞먹는다.

바다고리풀로 만든 사료 첨가제를 먹이면 소의 메탄 배출을 80% 줄일 수 있다. 퓨처피드 제공
바다고리풀로 만든 사료 첨가제를 먹이면 소의 메탄 배출을 80% 줄일 수 있다. 퓨처피드 제공

오스트레일리아 주요 축산기업인 시에이치4 글로벌과 시 포레스트가 상업적 실험에 착수한 사료 첨가제는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가 설립한 벤처 퓨처피드가 만든 제품이다. 퓨처피드는 학명이 아스파라고프시스 탁시포르미스(Asparagopsis taxiformis)인 분홍색 해조류 ‘바다고리풀’의 추출물을 사료에 섞어 먹여 소의 메탄 배출을 80%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반추동물의 트림이나 방귀에 메탄이 들어 있는 것은 가축의 소화 과정에 관여하는 미생물에 메탄을 부산물로 생산하는 메타노젠이 포함돼 있어서다. 마이클 바터글리어 퓨처피드 대표는 “바다고리풀에는 메타노젠에 의한 분해 과정의 마지막 단계를 방해해 메타노젠이 메탄을 생성하는 것을 막는 브로모포름이라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매니아 연안에서 개조된 홍합양식장에서 자라고 있는 바다고리풀. 시 포레스트 제공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매니아 연안에서 개조된 홍합양식장에서 자라고 있는 바다고리풀. 시 포레스트 제공

농업전문가집단인 호주농장연구소의 케이티 맥로버트 총괄이사는 “목축업자들이 기후행동과 한 약속(탄소중립 선언)은 소비자들의 기대와 시장의 강한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축산업계는 (탄소중립 선언이) 무역협상, 시장 개척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금융과 보험에 접근할 지렛대임을 잘 알고 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말했다.

시 포레스트는 현재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매니아의 홍합양식장을 개조해 냉수종인 바다고리풀을 재배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인 샘 엘솜은 “사료 첨가제를 유제품 회사 폰테라에 판매해 2000마리의 젖소를 대상으로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포레스트는 전국 주요 목축업자들과 계약을 하거나 협상 중이다.

남부오스트레일리아의 요크반도에 있는 시에이치4 글로벌은 육상시설과 해안 바다농장에서 바다고리풀을 재배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남부오스트레일리아 도축장과 계약을 맺고 자국뿐만 아니라 뉴질랜드의 양 및 유제품 생산자들한테 첨가제 시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바다고리풀 사료는 집단사육이 이뤄지는 사육장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향후 방목장 가축한테도 공급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에선 방목장에서 2300만두, 사육장에서 150만두, 낙농장에서 200만두의 소가 사육되고 있다. 우리나라 소 사육두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320만마리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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