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나비의 일종(Atlides halesus). 사이언스 제공
미국 대학 공동연구팀이 시민과학자들의 오랜 자연관찰 결과를 토대로 꽃가루매개충인 나비의 감소 원인이 기후변화에 따른 가을철 온난화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네바다주립대 생물학부 매튜 포리스터 교수 연구팀 등 공동연구팀은 4일(현지시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지난 40여년 동안 미국 서부 지역의 나비 개체수가 꾸준히 감소해온 것은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한 가을철 온난화와 건조화가 원인이라고 밝혔다.(DOI :
10.1126/science.abe5585)
곤충의 개체수와 다양성이 광범위하게 줄어드는 현상은 수십년 전부터 관측돼오고 있지만 최근에는 꽃가루매개충이 특히 빠르게 감소해 우려를 낳고 있다. 호박벌이나 나비 같은 작은 꽃가루매개충은 야생식물뿐만 아니라 경작식물의 장기 생존에 필수적이다. 이들은 생물다양성 보존과 먹이사슬, 인간의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기존 연구에서 기후변화가 꽃가루매개충의 감소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추정됐지만 명확한 영향이 밝혀지지 않았고 서식지 파괴나 살충제 사용 등과 같은 다른 스트레스 유발인자의 영향과 구분짓기 어려웠다. 포리스터 교수 등 연구팀은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캠퍼스 아서 사피로 진화및생태학 교수, 북미나비학회(NABA), 자연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동체(iNaturalist) 등 3곳의 전문가 및 시민과학자 집단의 자료를 토대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꽃팔랑나비(Hesperia comma). 사이언스 제공
연구팀은 미국 서부지역 70개 이상 지점에서 이들 집단이 수집한 450여종의 나비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요도시에서부터 국립공원 보존지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토지사용 분포에 따라 기후변화 유래 온난화와 건조화가 나비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또 다양한 서식환경과 기후를 대표하는 고도 및 위도별 기후변화를 평가했다. 연구팀이 북미나비학회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보니 전체 나비 개체수가 연간 1.6%씩 감소했다. 이 자료는 72개 지점에서 262종에 대해 1977년부터 2018년까지 최장 42년 등 모두 10년 이상 모은 자료들이다.
암어리표범나비(Euphydryas editha). 사이언스 제공
연구팀은 나비의 개체수 감소에 가장 영향력 있는 변수는 기후변화 지표라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가을철 기후변화가 큰 곳의 나비들이 많이 사라졌다. 가을철 기후변화 영향으로는 연 감소율이 1.8%에 이르렀다. 반면 여름철 기후변화가 심한 곳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다. 선행연구들에서 서식지 파괴와 개체수 감소 요인으로 지적한 도시 개발과 농업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나비 생태계에 기후변화가 점진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은 나비 보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함을 암시한다”며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의 진행을 막기 위한 행동 없이 녹지 보호를 위한 법적 조처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