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 상태에서 대기오염물질을 제거하면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에어로졸 같은 대기오염물질을 없애면 오히려 지구온난화가 가속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세먼지 저감조처 같은 대기오염 정책이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추진되지 않으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규슈대 연구팀은 12일 “황산염 에어로졸처럼 화석연료에서 유래한 대기오염물질 감소의 장기 효과에 대한 컴퓨터 프로그램(모델링) 실험을 한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 수준이거나 더 증가하면 에어로졸 제거로 지표면 대기 온도가 추가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광 산란 입자로 냉각 효과를 일으키는 에어로졸이 제거되면 온도가 상승하기 때문”이라며 “대기오염과 이산화탄소를 동시에 줄여야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연구 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10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DOI :
10.1038/s41598-020-78805-1)
현재 상태의 이산화탄소 농도(왼쪽)와 두배로 증가했을 때(오른쪽) 대기오염물질의 완전 제거가 초래하는 지표면 온도 증가 추정치.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규슈대 응용역학연구소의 다케무라 도시히코 교수는 “대기오염물질은 세계에서 연간 700만여명의 조기사망 원인으로 특히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개발도상국에서는 대기오염물질 저감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지구온난화 가속을 피하기 위해서는 대기오염물질 제거가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산염 에어로졸은 화석연료나 바이오매스 연소 때 발생하는 황 함유 화합물인 미세입자이다. 다케무라 교수 연구팀은 황산염 에어로졸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기 위해 ‘마이로크-스프린터스’(MIROC-SPRINTARS)라는 복합모델을 사용했다. 두 모델을 결합함으로써 에어로졸에 의한 빛의 산란 및 흡수 효과와 함께 에어로졸의 구름과의 상호작용 효과를 기후 예측 요소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산화황(황산염 에어로졸 전구체) 배출이 감소했을 때 대기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황산염 에어로졸에 의한 빛의 산란이나 구름 형성 같은 변화들이 대기에 유입되는 에너지를 증가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증가는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와 같거나 지금보다 두 배로 상승하거나 상관없이 비슷했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기후와 지표 온도의 변화를 고려하면 황산염 에어로졸 제거로 지표 온도가 증가할 뿐더러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가 되면 더 많이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반구 고위도 지역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가 되고 이산황황 배출이 제로가 되면 온도가 1도 상승하고, 현재 농도에서도 0.5도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