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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구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논문 또 ‘네이처’에

등록 2021-04-05 23:59수정 2021-12-29 15:18

유니스트·에너지연 연구팀 비공인효율 신기록
주목도 낮은 분야 4년간 파고들어 성과 이뤄
지난 2월 화학연 표지논문 실린 지 두 달 만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한국 연구팀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논문이 과학저널 <네이처>에 또 실렸다. 지난 2월 하순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 연구팀의 페로브스카이트 논문이 <네이처> 표지로 실린 지 두 달 만이다. 한국이 이 분야 세계 선두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은 5일 “김진영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너지연)과 스위스 로잔공대 연구팀과 함께 태양광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이 세계 최고인 25.6%에 이르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5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모래(석영)를 고열로 가열해 얻은 순도 높은 실리콘으로 제작하는 시판 태양전지와 달리 저렴한 인위적 합성물질로 제작해 발전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어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효율이 크게 향상됐지만 실리콘(공인 최고 효율 26.7%)에 뒤지고 습기에 약해 내구성이 떨어지는 문제 등이 개선돼야 할 약점으로 남아 있다.

여러 종류의 태양전지 효율은 미국 재생에너지연구소(NREL)가 분기별로 집계해 발표하는 자료(엔아르이엘 차트)가 관련 학계와 업계에서 공식 기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다른 기관인 광계측장비 업체 미국 뉴포트가 측정한 기록도 공인된 자료로 엔아르이엘 차트에 그대로 실린다.

김진영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효율은 실험실 차원에서 측정한 최고기록으로, 공인 기록은 아니다. 연구팀의 공인 기록은 뉴포트에서 인증받은 25.2%이다. 김진영 교수는 “25.6%는 실험실에서 측정한 것으로, 연구 논문이 저널을 통해 발표된 기록으로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 맞다”고 했다.

현재 엔아르이엘 차트에 올라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최고 기록은 석상일 울산과기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달성한 25.5%이다. 다만 석 교수 연구팀의 논문은 아직 저널에 게재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 <네이처> 표지 논문에 실린 서장원 화학연 책임연구원 연구팀의 효율(25.2%)도 2019년 8월에 달성한 것이다.

김진영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연구팀 연구원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들여다 보고 있다. 울산과기원 제공
김진영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연구팀 연구원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들여다 보고 있다. 울산과기원 제공

“네이처에 논문 실린 건 최고 효율 때문 아니야”

울산과기원과 에너지연 공동연구팀의 논문이 <네이처>에 실린 건 최고 효율을 달성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 교수는 “다른 연구팀이 덜 주목한 부분에 새로운 발상의 접근으로 4년 동안 꾸준히 연구해 성과를 낸 부분을 높이 산 것 같다”고 말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러시아 광물학자 레프 페롭스키가 광물에서 처음 발견한 특정 화학구조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나의 음이온과 두 개의 양이온이 결합해 규칙적인 입체구조(결정)를 갖고 있다. ABX₃라는 화학식으로 표현한다. 에이(A)와 비(B)는 양이온을, 엑스(X)는 음이온을 나타낸다. 그동안 많은 연구팀들이 에이에 해당하는 물질과 구조를 바꿔가며 페로브스카이트 효율을 높여왔다. 석상일 교수나 서장원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세운 여러 차례의 신기록도 대부분 이 위치를 개선해가면서 이룬 것이다.

김 교수 연구팀은 엑스 위치의 음이온에 주목했다. 여기에 쓰이는 물질로는 할로겐 음이온인 브롬(Br¯)과 요오드(I¯·아이오딘) 말고는 거의 알려지지 않아왔다. 연구팀은 이 위치에 유사 할로겐 음이온으로 알려진 ‘포메이트’(HCOO­­¯)라는 물질을 넣는 연구를 했다.

처음 적용하는 물질이어서 기초 영역부터 분석하는 등 연구에 4년의 시간이 걸렸다. 결과적으로 포메이트는 광활성층인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이 전하의 수명을 50% 가량 증가시켜 많은 전하가 전기에너지로 바뀌도록 했다. 그 결과 포메이트를 첨가하지 않은 페로브스카이트 전지 대비 효율이 10% 이상 향상됐다.

‘네이처’ 논문 공동 제1저자인 김민진 에너지연 연구원(왼쪽)과 서종득 울산과기원 연구원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울산과기원 제공
‘네이처’ 논문 공동 제1저자인 김민진 에너지연 연구원(왼쪽)과 서종득 울산과기원 연구원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울산과기원 제공

또 포메이트는 태양광 자극을 받아 생성된 전자와 정공이 재결합해 사라지는 현상을 막아내는 구실을 했다. 연구팀은 포메이트가 왜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지 가설을 세우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입증했다.

이와 함께 수분에 약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결함을 개선할 단서도 확보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습기를 차단하기 위한 ‘박막봉지’ 과정 없이 20% 이하의 습도에서 60도 열을 가했을 때 1천시간 동안 안정성을 유지했으며, 450시간 동안 초기 효율의 80% 이상을 유지했다.

김진영 교수는 “포메이트의 크기가 기존 음이온과 비슷하다는 데서 착안했다. 요오드나 브롬 이온만을 음이온 자리에 쓸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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