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기상청 본청의 관측 노장. 꽃가루 채집기(왼쪽)도 설치돼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꽃가루 수는 자작나무 2개, 느릅나무 12개, 참나무 4개, 은행나무 11개 등 모두 29개로 양호함.”
국립기상과학원이 봄철(4∼6월)과 여름철(8∼10월) 날마다 발표하는 ‘
오늘의 꽃가루’(서울) 지난 7일자 결과이다. 전날 합계가 4개였던 데 비하면 많이 늘었다. 특히 참나무 꽃가루는 이날 처음 관측됐다. 지난해보다는 닷새 정도 일찍 날렸다.
기상청이 발표하는 소나무·참나무·잡초류 등의
꽃가루농도위험지수 9일자 결과를 보면, 전국 대부분 지역은 ‘낮음’으로 표시되고 강원도 동해만 유일하게 ‘보통’으로 표시됐다.
꽃가루 예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김규랑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재해기상연구부 연구관은 8일 “지방기상청 등에 설치된 전국 12개 채집기에서 수집한 꽃가루 실황 자료와 1997년부터 축적된 꽃가루 관측 자료를 토대로 인공지능을 이용해 꽃가루농도를 예측하고 위험 정도를 예보한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1997년 7월부터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 화분연구회의 지원을 받아 서울, 부산, 광주, 대구, 강릉, 제주, 구리, 청주 등 8개 지점에서 꽃가루 관측을 해왔다. 2018년부터는 기상청이 본청과 지방청, 기상과학원 등 전국 12개 지점에서 독자적으로 관측하고 있다.
꽃가루 채집에는 영국 회사가 만든 ‘버카드 트랩’이라는 표준 채집기를 사용한다. 채집기 안에는 접착성 테이프(끈끈이)를 두른 원통(드럼)이 1시간에 2㎜씩 7일 동안 돌면서 흡입구로 들어오는 공기 속 꽃가루를 잡아낸다. 기상청 담당직원은 채집기를 일주일에 한번 열어 원통을 빼낸 뒤 택배로 제주에 있는 기상과학원으로 보낸다.
과학원 담당자는 일주일 내내 12개 원통에서 테이프를 분리해 꽃가루를 염색하는 전처리를 하고 나서 현미경으로 일일이 꽃가루 종류를 구분하고 숫자를 센다. 이 숫자가 꽃가루 달력, 꽃가루농도위험지수, 꽃가루 확산예측모델의 입력 자료로 사용된다. 김규랑 연구관은 “꽃가루 관찰 기간에는 담당자들이 일주일 내내 꽃가루를 분류하고 숫자를 세어 분석하는 일에 매달린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 가운데 오리나무, 소나무, 자작나무, 느릅나무, 개암나무, 참나무, 삼나무, 은행나무, 밤나무 등 수목류는 주로 봄철에, 돼지풀, 환삼덩굴, 쑥 등은 가을철에 많이 발생한다. 잔디류는 종류가 많아 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꽃가루를 날린다.
기상청은 이 가운데 소나무와 참나무, 환삼덩굴(잡초류)에 대해 꽃가루농도위험지수를 예보하고 있다. 김규랑 연구관은 “자작나무나 측백나무, 삼나무 등이 알레르기 유발 정도가 크지만 특정 지역에 국한된 반면 소나무와 참나무 꽃가루는 전국적으로 고르게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릉에서는 자작나무 꽃가루가 많이 관찰되고, 삼나무와 측백나무는 광주와 전주 등 호남지방과 제주 서귀포 등에서 많이 채집된다. 기상과학원은 좀더 많은 자료가 축적되면 다른 수목류에 대해서도 예보하는 방법을 검토중이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